공연을 관람하면 정신적으로 고양된다. 고양된 정신은 직관과 통찰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도록 돕는다. 그것이 문화의 힘이고, 그래서 인류에게는 반드시 예술이 필요하다. 생존과 연관된 일이다. 우리는 평생에 걸쳐 음악, 미술, 공연, 전시 등을 통해 예술적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를 관람했다.
디큐브 링크아트센터는 처음 와봤는데, 신도림에 이런 공연장이 있는지 몰랐다.
무대가 좀 좁은(?) 느낌이 드는 건, 오케스트라의 위치 때문이었다.
아래 사진 속 무대 중앙 구멍에 지휘자만 겨우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뮤지컬은 어린 나이에 프랑스에 시집온 오스트리아 출신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를 한 명의 인간으로서 바라본 내용이었다. 이야기가 탄탄했지만, 공연의 질이 무언가 부족했다. 아무래도 공연장의 작은 규모 때문일 수도 있겠다. 좁은 무대 특유의 번잡함이 영향을 끼쳤던 것 같다. 저 위 사진 무대 중앙의 구멍으로 배우가 떨어질까 봐 계속 불안 불안했다. 아 그리고, 그녀의 불륜 이야기는 굳이 넣었어야 했나 싶다. 공감되지 않으니 감동받을 리 있나.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된다.‘는 발언으로 프랑스혁명의 원인이 되었던 마리 앙투아네트. 실제로 마리 앙투아네트는 그 발언을 한 적이 없다. 하지만 시대는 그녀가 그 말을 했기를 바랐다. 시대가 역사의 희생양을 원했다. 혁명을 위해서는 누군가가 악마가 되어야 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며, 사람들은 기억하고 싶은 대로 필요에 따라 기억한다.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 나의 기억도 그렇게 왜곡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어쩐지 슬프고 착잡했다.
역시나 이번에도 나의 관심은 극 자체보다는 오케스트라였다. 뮤지컬이나 발레 공연은 오케스트라의 멋진 음악을 듣는 것 자체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디큐브 여기는 무대가 좁은 관계로 오케스트라는 완전히 지붕이 덮인 채 위치했고, 중간에 지휘자만 보였다. (위 사진)
지휘자가 높은 단 위에 있던 덕분에 지휘하는 모습까지 전부 볼 수 있었다. 이건 내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위대하다. 그 지휘하는 자세와 동작 하나하나까지도 예술 그 자체다. 최근 영화 '마에스트로 번스타인'을 보고 나서 그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다. (영화 재미있습니다. '타르'보다 좋았습니다.)
영화 속에서 번스타인이 말러 2번을 지휘하는 6분 20초가량은 감동 그 자체였다. '지휘'라는 건 종합 예술의 결정체이며, 지휘자는 리더의 화신 같은 존재이다.
업무와 연관 지어 보자면,
오케스트라 지휘야말로 프로덕트 매니징 혹은 팀 리딩의 완성형이다. 리더가 되고 싶은, 혹은 현재 리더인 사람들은 오케스트라를 이끌 듯 제품을 바라봐야 한다. 그래야 멋진 연주가 나오고, 그것을 통해 사용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 마이크로매니징이 아닌 전체 그림을 바라보고, 팀을 하나로 꾸려, 조화롭게 만드는 예술의 경지. 통제광 사이코패스가 아닌, 애민과 긍휼의 마음으로 팀원을 성장시키고 발전하도록 돕는 이타적 태도의 카리스마. 그러기 위해선 자기희생과 수련이 필연적이다. 저 위 번스타인의 땀에 젖은 머리를 보라.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비로소 준비된 자 만이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나는 아직 멀었다.
수양과 단련이 더욱더 나에게 필요한 이유다.
더 많이 읽고, 열심히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