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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May 18. 2024

'리드 테츨로프 피아노 독주'를 듣다


여의도 ’영산 아트홀‘을 찾았다. 

피아노 연주를 듣기 위해서.


연주자는 ‘리드 테츨로프‘로 오늘은 그의 독주회.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다. 리스트라니, 기대된다.

1. 드뷔시 - 영상 제1권
2. 쇼팽 - 피아노 소나타 2번, Op.35
3. 리스트 - 피아노 소나타 B단조, S.178


아담한 공연장이다. 사람들이 들어온다.


무대 위 피아노가 홀로 연주자를 기다린다. 저 뒤에 보이는 저건 혹시 파이프오르간인가.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된 공연장이 다 있네, 신기하다.


연주는 시작되고, 연주자의 손가락이 건반 위에서 춤을 춘다. 얼마나 연습해야 저렇게 칠 수 있을까 궁금하다.


쇼팽 3악장은 들으면서 계속 ‘아, 어디서 듣던 멜로디인데’ 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생각났다. ‘더 배트맨’ ost와 비슷한 분위기였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걸 수도.

https://youtu.be/Cwcinb2OxUo?si=TmEmzkhl8WzA7ULw


음악의 우주적 의미

나는 외계인이 지구로 찾아온다면, 그들과 대화할 수 있는 언어는 '수학'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학이야말로  문명을 넘어, 우주 차원의 약속된 단 하나의 규칙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피아노 연주를 듣고 있노라니, 문득 '음악'도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이미 그들과 우리는 음악을 통해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최근 개봉한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음악과 수학이 어떤 신비한 연관이 있는지 깨닫는 씬이었다. 수학의 아름다운 규칙성을 음악으로 표현했는데, 그 방법이 ‘원주율 π를 음악으로 연주하는 것’이었다. 3.14159265358979… 을 음계로 치환한다. 1은 '도' ,  2는 '레' , 3은 '미' 이렇게. 그렇게 연주한 π는 아름다운 음악이 되었다. 혹시 궁금하신 분은 이미 유튜브에 많은 커버곡이 있으니, 찾아보시면 될 듯.



오케스트라 공연 매너에 대해

악장이 끝나고 어떤 아저씨가 갑자기 ‘브라보!’라고 크게 소리치며 박수를 쳤다. 그러자 덩달아 일부 관객들도 박수쳤다. 연주자는 당황한 표정으로 감사하다고 말하고, 다음 장으로 들어갔다.


'클래식 공연의 악장 사이에는 박수치지 않는다.'는 것은 나도 예전엔 몰랐다. ‘꼭 알아야 하나? 내가 좋다는데, 아무 때나 박수치면 되지, 너무 근엄한 엄숙주의 아냐?! 클래식 선민의식이냐!!‘ 한 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관객들끼리 약속한 작은 에티켓을 지키면 더 즐겁고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다고 스스로 받아들이고 나서부터는 ‘다 이유가 있겠지’ 라고 좋게좋게 생각한다. 악장 끝마다 신나게 박수치고 싶다가도, 나 혼자 기분 좋다고 공공장소에서 크게 노래 부르면 누군가는 불쾌할 수도 있겠지.라고 역지사지로 이해하려고 한다.


몇 초간의 악장 사이에 관객들의 긴 박수가 나오면 연주자의 집중이 흐트러지고, 흐름이 끊기는 경우가 있을 수 있을 테고. 양궁 시합에서도 활을 쏘기 직전에는 관중들이 숨소리도 내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가 아닐까. 악장 간의 여운을 조용히 즐기고 싶은 관객도 있을 것이니, 서로 배려한다는 기분으로 악장 사이의 박수는 치지 않는 것이라고 나 스스로 납득하고 있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므로, 그냥 의견일 뿐이다.)


물론 정해진 법률도 아니고, 경찰에 잡혀가진 않겠지만. 서로 지키면 좋은 것이 있잖는가. 결혼식에 참석할 때는 되도록 수트를 입는 것, ‘식탁예절’을 지키면 여럿이 맛있게 식사할 수 있는 것 등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


어렵구나. 아직 내가 모르는 규칙과 예절들이 많다. 어디 가서 실수하지 않도록 더 많이 경험해야겠지.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는 게 인생이다. 늘 겸손해야 하는 이유.


아무튼,


화려한 연주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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