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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Jul 04. 2021

네, 제주도에 혼자 왔습니다 2

2021년 6월 3일 ~ 2021년 6월 14일

4일차 (6/6)


광치기해변에서 일출을 보고 싶었다.

5:25 이 일출시간이니, 걸어서 20분정도 예상하고, 4:50에 기상했다.

일어나서 부리나케 걸어갔다. 물론 내 친구 '의자'도 잘 접어서 챙겨 가지고 갔다.

이른 시간에도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일출이란 여기 모인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광치기 해변에 의자를 펼쳐놓고, 조용히 성산일출봉 쪽을 바라봤다. 해는 5:25에 떴지만, 성산일출봉 위로 올라오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성산일출봉 위에서 봤다면 바다 위로 솟는 태양을 곧바로 볼 수 있었겠지.) 드디어 따뜻하고 작은 오렌지 빛 태양이 솟아오른다.

아직은 성산일출봉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드디어 솟아 오른 오렌지 빛 태양


해가 오른 뒤에도 한참을 앉아있었다. 새벽 도착 무렵엔 추웠는데, 해가 솟으니 뜨겁다. 태양은 인간에게 이렇게 아끼지 않고 매일 에너지를 나눠주고 있구나. 하는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슈퍼맨 힘의 원천도 태양이 아니던가.

해돋이가 끝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늘의 또 다른 관광을 위해 돌아갔다. 나는 특별한 일정이 없다. 그대로 앉아 햇살을 온몸으로 받았다. 광치기 해변에는 사람이 없었다. 따뜻한 태양과 부드러운 파도소리가 행복했다.


캠프에 돌아왔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었다.


비자림에 가려고 숙소를 나섰다. 비자림 가는 버스가 왜이리 안오는지. 생각해보니, 나는 기다리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서울에서는 짧은 간격으로 버스,지하철이 끊임없이 들어온다. '기다림의 텀'이 제주와는 다르다. 나는 이미 서울의 그것에 익숙해진거다. 그래 기다리자. 기다리는 것도 필요하다.

어찌어찌 버스를 탔다. 근데 환승이 필요하다. 환승하려고 어딘지도 모르는 인적없는 산 길에 내렸다. 서서 30분정도 기다렸다. 드디어 환승한 버스 기사님이 어디가냐고 물어보셔서 비자림 간다고 했더니, 거기 3시에 문 닫을텐데요? 라고 하신다.

하아, 그 때 시간이 3시 10분. 이럴수가.


그래서 근처 다랑쉬오름으로 목적지를 변경했다.

버스에서 내려서 다랑쉬오름 입구까지 30분을 걸었다. 이렇게 멀 줄 알았으면 조금 더 생각해볼껄.

(입구까지 2km라는 건 버스 기사님이 말씀해주시지 않았다.)


하지만 오길 잘했다. 다랑쉬오름은 시원하고 한적했다. 하지만 여자 혼자 오기엔 조금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적이 너무 드물고, 외져서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제주 길을 걸으면서 공통적으로 느꼈던 생각이다.)

정상에 오르니 시원하게 트인 주변 경관이 나를 반긴다. 바람이 차서, 땀이 식는 느낌이 좋다.

오름 위는 절벽같이 좁은 구간도 있어서 조금 무섭긴 했다. (나는 겁이 많다.)

다랑쉬 오름 정상
다랑쉬오름 정상. 눈에 걸리는 고층 건물이나, 산이 없다. 멀리 볼 수 있다. 마음이 시원하다.


다랑쉬오름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데 총 한시간 정도 걸렸다.

다시 버스타러 가는길 30분을 걸었다. (그 길만 약 2km 정도 된다.)

덥다.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길을 참 많이 걸었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돌아와서 숙소 근처 읍내로 갔다. '미향 해장국'이라는 곳에서 선지해장국을 하나 먹었다.

동치미 국물이 시원하다. 매콤하고 뜨끈한 해장국을 먹으니, 오랜만에 밥 같은 밥을 먹어서 기분이 좋다. 걸어서 지친 몸과 회사 생활에 힘들었던 마음이 녹아내린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샤워를 했다. 커피를 마시고 싶어 나가봤는데, 글쎄 카페 문을 닫았다.(마지막 주문이 19:00 였다.) 하지만 차를 마시고 싶었다. 그래서, 광치기해변 근처 스타벅스로 걸어갔다. 디카페인 아메리카노 한잔을 사서 다시 숙소로 걸어왔다.

광장에서 내 친구 '의자'를 펼쳐놓고 1시간 정도 책을 읽었다.

들어와서 쓰러져 잠들었다.



5일차 (6/7)


제주도 내려오던 첫째날, 전 회사 동료(A로 칭한다.)한테 연락이 왔다. A도 마침 제주도에 있단다. 풀 재택근무중인데, 제주도로 사이트를 옮겨서 1달정도 일하고 있다고 한다.(부럽다.) 그래서 오전에 A를 만나러 금호리조트 행 버스를 탔다. 가는데 1시간 정도 걸렸다. 요새는 버스를 오래 타도 풍경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오랜만에 A를 만나니 좋았다. 그는 얼굴도 좋아보이고, 제주에서의 생활이 행복하다고 했다.

같이 김치찌개를 점심으로 먹고, 커피 마시고 한참 이야기하다 돌아왔다. 예전 행복했던 기억도 나고, 즐거웠던 추억도 떠올랐다. A의 건투를 빈다.


숙소로 돌아왔다.

내 친구 '의자'를 가지고 나가서, 캠프 광장 그늘에 펼쳤다. 바람이 솔솔 부는 광장 의자에 앉아 책을 읽었다.

읽다가 '나한테는 의자가 있으니 해변에 가서 읽어도 되잖아?'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바로 일몰도 볼 겸, 책을 읽으러 광치기 해변에 의자를 가지고 갔다.

가서 의자를 펼치고 앉았더니,

책 읽을 생각이 더는 안났다. 바다가 너무 좋아서.

앉아서 한참 멍하니 바다만 바라보다가 돌아왔다.

샤워하고 맥주 한잔 마시고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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