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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Jul 22. 2024

그 우동집(잔치국수), 우동집에서 잔치국수도 참 잘하네


지난번 비빔국수로 소개했던 ‘그 우동집‘

https://brunch.co.kr/@dontgiveup/365


지난 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집 잔치국수가 또 괜찮다. 그래서 이번엔 잔치국수를 먹어보려고 다시 찾았다.


주문하면 빠르게 나온다. 

그것이 국수의 장점. 

1인 쟁반이 귀엽다. 쟁반 느낌이 얼핏 화목순대국 같기도 하고.


국물이 맑다. 마치 아무 맛도 안 날 것처럼.


하지만 그것은 기우. 짭짤하고 깊은 멸치 육수의 맛. 

푹 우려낸 육수가 뜨끈하고 시원하다.


색감이 화려하다. 흡사 색동저고리 같다.

계란지단, 호박, 파, 김가루가 올라가 있다. 

단출한 구성. 하지만 알차다.

과유불급. 잔치국수에 무엇이 더 필요하랴.


이건 다대기인데, 나는 여기 다대기가 좀 맵더라. 

그래서 항상 반 정도는 덜어낸다. 

취향에 맞게 섞어 먹으면 될 듯.


나에겐 최고의 향신료, 후추를 뿌린다.


남은 다대기와 고명들을 휘휘 저어 풀었다. 

이제 국물이 약간 붉은 기운을 띤다.


적당히 매콤한 멸치 육수로 변신. 

이제 먹을 준비가 끝났다.


소면. 나는 중면보단 소면이 좋다. 

끊기는 느낌과 씹는 식감이 딱 적당하다. 

중용의 덕을 찾았다고나 할까.


잔치국수에 빠지지 않는 호박 고명.


한 젓가락 크게 올려서 입안 가득 넣어 먹는다. 

잔치국수는 약간 쫓기듯 급하게 후루룩 먹어야 분위기가 산다.


김치는 푹 익은 신김치다. 

칼국수에 겉절이가 어울린다면, 잔치국수엔 신김치가 좋다.


또 한 젓가락.


김치랑 같이 한다면 물리지 않는다. 

언제까지고 계속 먹을 수 있지. 

그것이 신김치의 마력.


면이 붇지 않는다. 

그래서 라면과는 결이 다르다. 

면이라고 다 같은 면 음식이 아니다. 

잔치국수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다.


양이 꽤 많다.


알뜰하게 다 건져 먹는다.

면이 끝까지 탱글 하다.


다 먹었다.

완료


무겁지 않게, 빠르고 간편하게 끼니를 때우고 싶을 때 잔치국수는 합리적인 선택이다.


맛이 거기서 거기 다 똑같다고 생각하겠지만, 멸치 육수야 말로 가게마다 천차만별 다른 맛을 내는 묘한 국물이다. 그래서 함부로 도전했다간 비리고, 짜고, 씁쓸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실망할 수 있다.


이 집은 오랫동안 한결같은 맛의 수준을 유지하며, 단골들에게 든든한 한 끼를 선사한다.


점심시간엔 근처 직장인들로 사람이 많이 몰리니, 한가로운 시간에 슬쩍 들러 편하게 후루룩 한 그릇 즐겨보면 좋겠다. 주말도 괜찮고.


요새 점점 비싸지는 게 안타깝지만. 국수는 서민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우리네 애환을 달래주었던 소울푸드와 같은 존재였다. 우리 부모님 시절에도 마찬가지였고, 우리 아이들에게도 계속 고마운 음식으로 남아주면 좋겠다.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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