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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Jul 18. 2024

국가대표 축구감독 선임사태로 바라본 채용의 원칙

우리는 그걸 '비리'라고 부릅니다


축구협회의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이런저런 말들이 무성하다.


PPT 프리젠테이션은 커녕 그 흔한 면접과정도 없이 국가대표 감독으로 낙하산 선임된 홍명보 감독에 대하여 '고려대 인맥축구', '축협 지인축구', '돌고돌아 홍MB' 등등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71288027


서류심사, 과제, 인적성, 면접, 평판조회 등 정해진 채용프로세스가 명백히 있는데도, 사장이나 부사장등의 말 한마디로 묻지 마 채용하는 것.


원칙과 절차를 무시하고 사람을 뽑는 것.


우리는 보통 그걸 '채용비리'라고 부른다.



나는 의아했다.

'뭘 그렇게 새삼스럽게? 왜들 난리지?'


대한민국의 전형적인 낙하산 꽂기 플로우 아니던가? 회사에서 늘 보던 일상인데 왜 처음 보는 것 마냥?


일 하는 게 하도 형편없고, 언행의 수준이 낮아서, ‘저 사람 뭐지?‘ 라고 궁금해져 알아보면 어김없이 부사장 지인이라던가, 실장 아는 동생. 이런 거 일상다반사 아니던가?


'저 사람 뽑아'라고 말하는 채용 부정도 목격한 나로선, 늘 있는 전형적인 대한민국의 권력형 채용 비리와 결을 같이하는 사건으로 보여 안타깝고 슬프다.


그냥 ‘원칙을 지키면’ 될 일인데. 어떻게든 편법을 써서 이득을 취하고, 프리패스에, 무전취식 하려고 하는 끈질긴 거지근성. 그 근저에 깔린 기회주의적 마인드.


낙하산 채용 비리는 대한민국의 저급한 리더십 수준을 드러낸, 적폐의 빙산일각일 뿐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권력의 상층부, 저 위 어딘가에 앉아 낙하산 불법 채용을 지시하시는 분들.

제발 좀 부탁드립니다.


누구 뽑으라고 말하지 마세요.

너무나 당연한데, '내가 아는 그 사람 뽑아오라'고 시키면 안 됩니다. 그렇게 지시하면 아랫사람들이 줄줄이 면접관에게 연락하여 '이번에 지원한 그 사람 부사장님 지인인데 그냥 뽑아' 라고 말한다구요. 면접관에게 합격 판정을 지시, 강요하지 마세요.


지인 면접에는 참석하지 마세요.

이건 정말 상식이라 말하기도 민망하지만, 지인이 면접대상이라면 면접관으로 들어오면 안 됩니다. 본인은 말 한마디도 안 하겠다며 굳이 면접장소에 들어와 앉아서, 인터뷰어들 불편하게 만들지도 마세요. 지원자 대답에 일부러 크게 고개 끄덕이고, 추임새 넣고 하는 게 전부 다 '채용 압력'입니다. 알아서 인사팀에 이야기하고 빠지세요.


‘내가 아는 사람‘이 최고일 거라는 착각을 버리세요.

아는 사람 데려오는 건 조기축구회 같은데서나 하세요. 회사는 프로들을 뽑아 협업하는 곳입니다. 프로축구에선 ‘아는 동생’이라고 대충 데려오지 않아요. 하물며 프리미어 리그라면? 프로라면 오히려 아는 선수에게 더 철저한 잣대를 세워야 합니다. 회사를 ‘조기축구회’ 수준으로 만들 생각인가요?


대충 데려오고 싶으면 그런 특채 프로세스를 만드세요.

그렇게 미치도록 친구들 낙하산으로 데려오고 싶으면, 회사 오너에게 '나 내 맘대로 사람 좀 아무나 절차 없이 데려오고 싶다'고 이야기하세요. 프리패스 프로세스를 채용 과정 중 하나로 명문화 하여 만드세요. 묻지 마 채용에 대한 원칙을 하나 새로 만들어 사람을 데려오면 됩니다. 면접관들에게 압력 넣어서 마치 정상적인 심사, 면접, 채용 프로세스 지킨 것처럼 거짓말시키지 마시고요. 대체 면접관들을 뭘로 보는 겁니까?


정해진 원칙을 지키세요.

눈 가리고 아웅 하지 마세요. 직원들은 다 압니다. 시대가 바뀌었어요.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아주 간단합니다.


본인이 추천한, 아는 사람이 지원했다는 소문이 이미 돌아다닌다면,

면접관에게 이렇게 말하세요.

"ㅇㅇㅇ 지원자는 더욱 철저히 면접을 진행해서 채용여부를 엄격히 판단해 주세요."

(물론 애초부터 소문이 돌지 않도록 하는 게 우선입니다.)


원칙을 다시 한번 주지 시키세요. 그거면 충분합니다.


채용 프로세스가 있다면 그냥 그 원칙을 지키세요.

너무 쉽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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