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쇼에서 발견한 직장 내 부조리의 단편
그라운드 룰
그라운드 룰. 회사, 모임 등 각종 조직에서 팀원들이 함께 일하면서 지켜야 할 규칙 등을 말한다. 조직원 모두가 공감하는 내용과 방향으로 정해지고, 한 번 정해지면 모두가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건 리더도 예외는 아니다. 리더도 마찬가지로 규칙을 지켜야 하고, 그래야 조직원들이 믿고 따른다. 그래야 팀이 지속가능하게 구동한다.
구성원 모두가 합의한 원칙을 만들고, 그 원칙만 제대로 지켜도 조직은 제대로 돌아간다. 대부분의 조직이 망가지는 건, 리더의 내로남불 때문이다. '나는 힘 있는 자이니, 규칙을 따르지 않아도 돼'라고 생각하는 저급한 리더들이 많다. 그들이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힘 있는 자, 높은 연차 등의 HIPPO(Highest Paid Person's Opinion)에 휘둘려 조직은 무너지게 된다.
여기 유용한 교보재가 있다. 바로 TV쇼 ‘나는 가수다’ 의 그 유명한 '재도전 사건'.
나는 이 우스꽝스러운 해프닝을 통해 소위 연예계 대선배들이라는 자들의 낯부끄러운 카르텔을 보았고, 네임드라는 이유로 권력을 휘두르며 불합리를 일삼는 모습을 보았다.
정리해 둔 영상이 많더라. 한번 보자. (8분 소요)
https://youtu.be/HaTEQrwiwWQ?si=FX-stMi4P_XBeecx
이 쇼의 규칙은 매우 간단하다.
청중평가단이 투표한다.
최저득표자는 탈락한다.
이게 복잡한가? 이 간단한 그라운드 룰을 분명히 정해놓았는데, 승복하지 않는 소위 인기 가수들을 보라. 나는 유명하니까 내 말을 따르라는 건지, 대체 '재도전'이라는 듣도보도 못한 규칙은 갑자기 왜 튀어나오는 건지. 그럴 거면 규칙은 왜 정해놓은 건지.
가장 힘 있는 권력자를 위해 모두들 한마음 한뜻으로 룰을 어기고 원칙을 무시한다.
공정한 경연을 통해 선의의 경쟁을 한다는 쇼의 취지를 깡그리 무시한다. 그 과정에서 쏟아지는, 일부 연예인들의 몰상식한 태도와 발언들.
유명한 망언들이 저 쇼에서 많이 나왔다. (짤도 많이 생성되었지.)
가수 이소라 씨는 쇼의 MC 역할로 그라운드 룰을 지켜야 하는 포지션이었지만, 김건모의 탈락이 확정되자 정말 말 그대로 '깽판을 놓기' 시작했다.
박명수가 어떻게든 원칙대로 룰을 적용(김건모 씨 탈락)하려고 진행을 하자,
"내가 방송 못하겠는데 왜 진행하고 난리야! 편집해 달라고 할 거야 난 이렇게는 못해." (?? 갑자기 무슨??)
"내가 좋아하는 김건모가 7등 해서 지금 너무 슬프단 말이야!" (그럼 대체 누가 탈락하면 받아들일 텐가?)
"지금 슬픈데 촬영을 왜 해!" 라며 촬영장 이탈.
그녀는 MC임에도 불구하고 '규칙을 바꿔달라며' 무대 밖으로 퇴장해 버린다.
이건 '깽판'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구나.
게다가 방송인 김제동 씨는 갑자기
"이거는 재도전 기회를 주셔야 되는 게 맞지 않나요?" 라며 급발진.
그걸 덥석 물어, 재도전 콜! 해버린 유명가수 김건모 씨.
룰 브레이커들의 환장의 콜라보레이션
저 당시 이익에 따라, 자기감정에 따라, 고인물 대선배를 위해 원칙을 흔들고 경연을 망가뜨렸던 소위 유명 '연예인'이라는 사람들의 면면을 잘 기억하고 있다.
나는 저 사건 이후로 박명수 씨의 팬이 되었다. 그는 어떻게든 원칙을 지켜 경연을 진행하고자 끝까지 소신 있는 의견을 내고 룰을 지키려 애를 쓴다. 나 홀로 말이다. 그저 원칙을 지키자고 했을 뿐인데, 주변 가수들의 비난을 받았던 그. 박명수 씨가 지금까지 롱런하는 데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고 본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리더가 이랬다가 저랬다가 자기 멋대로 원칙과 절차를 무시하고 업무를 진행한다면, 그 어떤 팔로워도 리더를 존경하고 따르지 않는다. 그저 공정하고 일관되게 팀을 운영하면 될 일인데 말이다.
원칙을 지키는 게 이토록 어려운 일이던가.
왜 기회주의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규칙을 어기는가.
권력자의 하수인들은 왜 보스를 위해 룰을 파괴하고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데 거침이 없는가.
알아서 설설 기는
권력의 하수인들은 어디든 존재한다.
저 TV쇼에 그 모든 게 담겨있다.
직장 생활에서 많이 보던 모습이라 어딘지 익숙하면서도 PTSD가 올 것 같구나.
그만보고, 박명수 씨 유튜브나 한 번 더 방문해야겠다.
저 난장판 속에서, 정말 고생 많으셨네요 박명수 씨.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