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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Jul 24. 2024

팀원에게 고통을 주는 리더

12사단 훈련병 사망사건


아래 사건을 기억하는지.

https://biz.chosun.com/topics/topics_social/2024/05/28/STHGP7HTKJBTXPEG76D5XJV52Q/


12사단 훈련병이 얼차려를 받던 도중 사망한 사건이었다. 나는 당시에 궁금했다. 대체 훈련병이 무슨 잘못을 했길래 그토록 가혹한 얼차려를 주었는지. 어떤 진실이 숨어있고, 사실은 무엇이었는지. 왜 가해자인 중대장은 사건 이후에 집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는 건지.


며칠 전 MBC PD수첩을 통해, '박 훈련병 얼차려 사망사건'의 진실이 밝혀졌다.

끝까지 사건을 추척해 보도한 'PD수첩'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문서로 남겨야 할 것 같아, 스스로 정리해 본다.

('[PD수첩] 비극의 얼차려 - 입소 13일 차 박 훈련병의 죽음' 방송을 소스로 사용했습니다.)



당시 얼차려를 직접 목격한 훈련병들의 제보가 MBC로 이어졌다고 한다. '누군가는 말을 해야지, 나중에 오는 군인을 위해서라도' 라는 말이 인상 깊다.


나는 궁금했다. 대체 어떤 행동을 저질렀기에, 저렇게 가혹한 얼차려를 시킨 걸까? 훈련병들이 모의하여 엄청난 무기라도 훔친 건가? 반란 모의라도?

이유가 충격적이었다. '점호시간 이후에 떠들어서' 란다.


떠들었다는 이유로 다음 날 완전군장을 꾸려 연병장에 집합하라고 했다던데, 그 군장은 얼마나 무거운 수준이었을까.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는 무게였다고 한다. 중대장은 이들이 완전군장으로 뙤약볕에서 얼차려를 받고 있던 중, 모두를 집합시키더니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니들은 중대장의 권위에 도전한거야


'중대장의 권위에 도전'했기 때문에 고통을 준다는 거다. 이 무슨 제왕적이고 독재적인 발상인가. 점호시간 이후에 떠든 게, 중대장의 권위에 도전한 것인가?


이미 오전 훈련으로 지칠 대로 지친 그들을 다시 불러 세워, 완전군장 상태로,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연병장 2바퀴 보행', '연병장 1바퀴 뜀걸음', '선착순 왕복 달리기 3회', '팔굽혀 펴기'를 지시했다. 다시 말하지만 '제대로 서 있을 수도 없는 무게의 완전군장'을 등에 멘 상태로 말이다.



이 상태에서 중대장은 '뜀걸음 3바퀴'를 추가로 지시했다.


이 상황에서도 중대장은 계속 얼차려를 지시했다.

인간사회에서는 보통 이런 상황을 '가혹행위'라고 부른다.


당시 박 훈련병의 상태를 본 동료는 이렇게 증언한다.


현장에 있던 조교가 급히 박 훈련병의 상태를 확인하고, 중대장에게 더 이상 훈련을 진행할 수 없다는 신호를 보냈다.

당시, 박 훈련병의 상태는 이랬다.


그 모습을 본 강 대위(중대장)는 어떤 지시를 내렸을까? 모두 긴급히 의무대로 보내 치료를 받고 쉴 수 있도록 조치했을까?


천만의 말씀. 중대장은 이렇게 행동했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한 손으로는 핸드폰을 하면서 터벅터벅 걸어온 중대장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의 진술이다.


야 너 일어나


땅바닥에 쓰러져 고통에 몸부림치는 훈련병에게 내뱉은 한마디가 '야 너 일어나' 였단다.

게다가 한 술 더 뜬다. 주변 동료들이 급하게 완전군장을 벗기려고 하자, 중대장은 소리치며 이렇게 말한다.


엄살 부리지 마


그런데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박 훈련병은 의무대로 후송되었고, 41도의 고열이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박 훈련병은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의료헬기 등을 통해 조금 더 빠르게 큰 병원으로 후송하고, 명확한 상황과 원인을 의료진에게 제공 후 치료받게 했다면 이런 슬픈 상황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강 모 대위는 어떤 인물인가?


2019년 임관한 5년 차 중대장이다. 초임도 아니다. 이미 많은 기수를 훈련시켰던 경험이 있다. 그동안 이 중대장에게 고통을 당한 피해자가 얼마나 많았을지 더욱 참담하다. 아마 이번 사건이 아니었다면, 계속 고통을 당하는 훈련병들이 속출했을 거다.


강 대위의 평판은 어땠을까.


얼차려가 심한 편이었다고 한다. 이런 소문이 돌 정도면, 훈련병들 사이에서는 공포의 대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스스로 이토록 자랑스럽게 떠벌일 정도면 더 말해 무엇하랴.


강 대위는 6월 21일 구속되었다.


강 대위는 구속당하기 싫어서 거짓말을 했다. 자신은 '완전군장 지시'를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본인은 '완전군장'했다는 사실을 사고 후에 인지했다고 한다. 왜 다른 혐의는 인정했으면서 '완전군장'만 부인했을까. 완전군장이 훈련병 사망의 주 요인이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변호사의 자문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정말 훈련병들이 완전군장 상태인지 몰랐습니까?

본인의 눈앞에서 선착순 등 얼차려를 받고 있는 훈련병들의 동작을 뻔히 보고 있으면서 '완전군장'이란 사실을 모를 수 있을까? 전 육군훈련소 중대장의 의견을 들어보자.


심지어 피해자 박 훈련병의 어머니에게는 얼차려를 시킨 적이 없다고 했다. 녹취 내용을 보자.


선착순 달리기의 고통은 당해본 사람은 누구나 안다. 절대 잊을 수 없다. 훈련소 동기들은 다 기억하고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시라. 당시 같이 얼차려를 받았던 동기는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강 대위는 피해자 부모님께 일절 연락도 없다가, 박 훈련병 사망 25일 후에야 문자를 보냈다. 박 훈련병의 어머니는 울분을 토한다.


'만나고 싶다'라는 문자라는데, 이 때는 강원도 경찰이 강 대위의 입건을 발표한 때다. 그 3일 뒤, '구속영장실질심사' 당일에도 비슷한 문자를 보냈다. '사과의 제스처'를 취하는 것이 판결에 도움이 되리라 판단한 것일까?



중대장은 훈련병의 지휘관으로서 그들을 정예 군인으로 양성할 목적을 가지고 있다. 훈련병들은 중대장의 지시에 따라 훈련하며 체력을 기르고, 전투에 필요한 지식을 쌓는다.


지휘관을 믿고 따르는 것이다.


그렇게 믿고 따랐던 중대장이 본인의 권위에 도전했다는 이유로 훈련병을 사망에 이를 정도로 가혹하게 다뤘다. 점호 시간 이후에 떠들었다는 어이없는 이유로 말이다.


쓰러진 훈련병 앞에서 “엄살 부리지 마, 너 때문에 다른 애들 못 가잖아!”라고 소리치고 차갑게 지시했다.


야 너 일어나



회사는 어떨까

힘들어하는 팀원에 대한 긍휼의 마음이나 안타까운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리더들이 많다. 비단 군뿐만이 아니다. 회사에도 그런 리더들이 한 트럭이다. 야근에 지치고, 업무에 치여 힘들고 고통스러워하는 팀원에게 '야 너 엄살 부리지 말고 똑바로 해.'라고 냉정하게 지시하는 리더들이 많은 것이 안타깝다. 팀장 보직을 '벼슬'이라도 얻은 것처럼 착각하는 사람들이 팀원을 힘들게 만들고, 조직을 병들게 한다.


제발 우리는 그러지 말자. 고통을 겪는 팀원을 본다면, 이유를 묻고 도와주자. 손을 내밀어주자. 리더는 충분히 그런 권한과 힘이 있잖는가.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건, 상대방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감하는 동료가 많은 조직이 훌륭한 문화를 갖게 되고, 결국 좋은 성과를 낸다.


제발 우리는 그러지 말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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