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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Sep 22. 2024

마이크로매니징 리더의 말투


최악의 리더로 마이크로 매니저를 꼽는다. 그에 대한 글을 몇 번에 걸쳐 발행했었다.

- 마이크로매니징은 팀을 어떻게 망쳐놓나

- 마이크로매니징은 습관이 아닌 역량의 문제다


마이크로매니징 하는 리더의 특징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는 '말투'다. 뭐든지 자기가 최고이며 중심이라는 착각과 아집 속에서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자아도취적 태도. 굳이 숨기지 않는 나르시시스트 성향. 겸손이란 찾아볼 수 없다. 타인을 멋대로 재단하고 평가하는 무례한 '말투'는 팀원의 사기를 박살내고, 팀 문화를 가라앉게 만드는 최악의 화법이다. 어떤 사례가 있는지 살펴보자.



장면 1


팀원 : "ㅇㅇ를 ㅇㅇ하여 개선하기로 했습니다. ㅇㅇ효과가 기대됩니다."
리더 : "어느 업체랑 진행하나요?"
팀원 : "ㅇㅇㅇㅇ 입니다."
리더 : "그 업체 일 못하기로 소문이 자자하던데? 내가 일해봐서 알잖아요.ㅋㅋㅋ"
팀원 : "......"


일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트집을 잡아 평가절하하려는 '내가 해봐서 아는데' 판사님의 등장이다. 저렇게 말하면 대체 어쩌란 말인가? 명확한 근거가 아니라 '내가 일해봐서 알잖아요?'식의 좁고 편협한 개인적 경험에 의한 일반화. 근거 없는 평가이며, 실무자 힘 빼기이다. 리더가 험담을 하라고 주어진 자리가 아닐진대, 업체 판단하고 재단하고 난리 부르스다.


업체의 역량이 의심된다면, '제가 확신이 서지 않아서 그러는데, 레퍼런스와 평판을 조회한 자료로 다시 이야기해 볼까요?' 라고 말하면 될 일이다. 전체 보고 자리에서 저렇게 비웃고 판단해 버리면 열심히 준비하고 진행하는 팀원은 뭐가 되며, 업체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은 누가 책임질 건지.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고 말하는 사람 중에 제대로 된 사람이 있었나? 저러면 없던 리스펙이 나오고, 리더의 권위에 꼼짝 못 할 것이라 착각하는지. 실무자가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유도하는 것인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장면 2


팀원 : "ㅇㅇ지표를 분석한 결과 ㅇㅇ가 ㅇㅇ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판단됩니다. ㅇㅇ작업 시에는 이 부분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리더 : "저 지표 말고 ㅇㅇ랑 ㅇㅇ도 조사해서 같이 보고했어야죠, 다음번에 보강해서 다시 보고하세요"
팀원 : "......"


잘한 일에 대해서 칭찬해 주고 격려해 준 후, 추가로 필요한 내용이 있다면 부탁하면 될 일을, 다짜고짜 '너는 부족하니 이거이거 더 해와' 라고 지적질로 마무리한다. '그럼 니가 하던지'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솟는 최악의 말투. A를 준비해서 보고하면, A에 대한 치하는커녕, B에 대해 트집을 잡는 판사형 리더는 늘 저렇게 김을 빼고, 팀원의 의욕을 짓밟는다.



장면 3


팀원 : "제가 지난번에 보고 드렸던 ㅇㅇ...."
리더 : "아니아니, 그건 내가 원하는 게 아니었고"
팀원 : "그럼 어떤 이슈를 말씀하시는 건지요?"
리더 : "아니아니, 지금 내가 이슈 이야기하는 게 아니잖아요?"
팀원 : "A안이라면 지시하신 대로 진행했습니다."
리더 : "아니아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에요“
팀원 : "......"


'아니아니' 괴물의 등장. ‘아니아니’ 라는 말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로 내뱉지 말아야 할 말투다. 위처럼 '아니아니'가 버릇인 리더가 있다. 일단 말을 끊어 팀원의 의견과 생각을 짓밟고 시작하려는 의도다. '지구는 둥글다' 라고 팀원이 보고하면 '아니아니, 이 세상에 완벽한 원이 존재하나요? 둥글다는 거 확신할 수 있어요?' 식으로 트집을 잡고 눌러버린다.


대부분 저런 대화는 리더의 질문이 뾰족하지 못해서 벌어지는 일이다. 자기도 뭘 원하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알아서 잘 해와'라는 식의 지시만 내리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꾸 '아니아니'라는 말만 할 수밖에. 저러다가 스스로 폭발, '아~ 참 말귀를 못 알아듣네'라고 급발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좋은 대답을 들으려면, 질문을 잘해야 하는데. 지능 부족은 긴 연차로도 커버가 안 되는 법. 안타깝다.




장면 4


팀원 : "업체선정 사유는 지난번..."
리더 : "아니 그거 아는데, 내가 말하는 건 ㅇㅇ 잖아요"
팀원 : "그 부분은 지시하던 바..."
리더 : "됐다는 거예요? 안 됐다는 거예요? 간략히!"
팀원 : "......"


말 끊기. 그들은 끝까지 듣지 않는다. 단 한 문장을 참지 못한다. 마치 참을성을 거세당한 것처럼. 타인이 말을 할 때도, 본인 할 말만 생각한다. ‘듣지’ 않는다. 듣지 않으면 맥락 파악을 할 수 없고, 맥락을 모르면 정확한 지시와 피드백은 불가능하다. 일단 들어야 하는데, 통제광 나르시시스트들은 그럴 수 있는 역량이 없다. 명확히 이야기하지만, '경청'은 굉장히 높은 수준의 지능을 요하는 능력이다.



장면 5


마이크로매니징 리더는 상대방이 말하는 의도와 상황을 공감하지 못한다. 입장을 이해할 생각도 없다. 오직 자기 생각뿐이다. 단기 성과 창출이 그들 인생 최대의 목표이다. 팀원의 사기? 성장? 일과 직장의 분리? 인간적 유대? 공감? 그런 건 관심 없다. 오직 내가 편한 것만 신경 쓴다. 유명한 일화가 인터넷에서 한 때 유행이었다. 편의점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점원 : (계산을 마친 후) "봉지에 담아 드릴까요?"
꼰대 : "딱 보면 몰라요? 그럼 내가 이걸 그대로 들고 가야겠어요?"


오직 나만 중요한, 마이크로매니저는 타인의 감정에 공감할 생각이 없다.

팀원1 : "저 오늘 점심 약속이 있어 따로 먹겠습니다.:
팀원2 : "저도 약속이 있습니다."
리더 : "뭐야?! 아니 그럼 나는 누구랑 먹어? 혼자 먹으란 말이야?!!"


팀원이 점심 약속이 있다는 이야기에 나온다는 말이 ‘그럼 나는 누구랑 먹어?!’ 가 되는 공감 인지의 부족함. 거기에서 나오는 수준 낮은 말투. 이건 낮은 지능과도 연관이 있는데, 상대방의 입장에서 문제를 복합적으로 생각하고 풀어나갈 역량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오직 파충류처럼 본인의 안위와 생존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조직이 장기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팀원들의 납득이 필요하고 거기서부터 자발적인 참여와 몰입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는 인간 중심의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런 지능하에서 의사결정의 과정은 뻔하다. 그건 고스란히 말투에서 드러난다. "팀원의 납득? 그런 게 왜 필요해? 시키면 그냥 하는 거지! 그러라고 월급 주잖아!"라는 업무 지시가 이루어질 것은 당연하다. 리더십? 그런 게 필요해? 후임 양성? 성장 독려?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한가로운 소리야!!


쯧쯧.


억지로 시켜서 꾸역꾸역 하는 일과, 배경을 납득하여 스스로 동기부여된 일, 그 둘 간 결과물의 질적 차이에 대해서는 회사 생활을 조금이라도 해 본 사람은 충분히 알 수 있다.


업무에 대해 조직원을 납득시킬 수 있는 합리적인 설명이 어렵다면, 그 일은 리더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는 뻔하다. 리더를 제외한 모두가 괴로워할 뿐. '납득시킬 수 없다면' 힘으로 눌러가며 억지로 시키지 않는 편이 좋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말의 중요성에 대해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가 오래된 속담인 줄만 알았는데, 너무나도 근본적이며 현실적인 조언이다. '말'을 어떻게 하느냐를 단 5분만 지켜봐도, 그 사람의 인간 된 수준을 알 수 있다.


'말투'는 매우 쉬운 지표라서, 따로 파악하는 연습을 하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느껴진다. 우리 모두 무례하고 이기적인 사람과는 상종하기 싫어하잖는가. 원시 공동체에서는 그런 부류의 인간은 배척받고 자연스럽게 제거되었었다. 현대 국가는 그나마 구축된 사회 안전망 때문에 '그런 부류'의 인간들의 생존을 어쩔 수 없이 지켜주는 것이다.


그런 사람이 리더가 되면, 조직원들은 고통받는다. 지금 그런 리더와 일 하고 있다면 다른 팀으로 떠나는 것이 최선이지만, 어쩔 수 없다면 조용히 거리를 두라. 철저히 업무적으로만 대화하라.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런 말투'를 가진 사람이 되지 않는 것이다. 


모두 언젠간 연차가 쌓여 리더가 된다. 그때, 내가 저런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철저하게 노력해야 한다.


겸손의 생활화, 꾸준한 자기 성찰과 반성이 중요한 이유이다.

말을 아끼라.

꼭 해야 한다면 명심하라.


당신의 동료들은 '아랫사람'도 아니고 '부하'도 아닙니다.

팀원들과 주어진 역할이 다를 뿐, 노예를 부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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