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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Nov 17. 2023

마이크로매니징은 습관이 아닌 역량의 문제다

매크로매니징하라


마이크로매니징에 대해 앞선 글에서 이야기 했었다.

https://brunch.co.kr/@dontgiveup/94


이기적이고, 시야가 좁고, 멀리 보지 못하는 리더는 마이크로매니징한다. 마이크로매니징의 본질이 단기성과 창출이기 때문이다. 마이크로매니징하는 리더는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나 업무의 진행상황과 결과를 챙길 뿐이다. 그들은 시간의 무한함과 확장성, 그에 따른 먼 미래의 비전에 대한 이해가 없다. 마치 굶주린 동물처럼 당장의 식욕 본능에만 몰입할 뿐이다. 눈 앞에 먹이를 두고 침을 흘리는 짐승의 사고방식과 흐름을 같이 한다.


"10년 이후에 우리 조직이 살아남으려면 수평적인 문화를 정착시켜야 합니다. 그러니 조직문화를 정리하고, 의사결정 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꿉시다." 라고 마이크로매니징 하는 리더는 없다. 마이크로매니징 리더는 "지금 진행중인 A프로젝트 B화면에 C항목 추가하고, D기능 넣으세요. 쓸데없는 고민이나 토달지 마시고 그냥 내가 시키는대로 하세요. 매주 보고 받겠습니다. 차주에 체크미팅 할테니 그 때 다시 가져와서 진행상황 상세히 보고하세요" 라고 세부사항을 직접 지시하고 통제한다. 실무자가 고민하고, 스스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위임하고 지원하지 않는다. 틈을 주지 않는다. 그들은 단지 자신의 '단기 성과'를 위해 생각하고 행동한다.


마이크로매니징을 단순히 업무처리 '습관'의 문제로 바라봐서는 안된다.
그것은 '역량'의 문제다.
역량이 부족한 리더는 마이크로매니징한다.



이러고 쳐다보면 일이 되겠니?


그렇다보니, 마이크로매니징 하는 리더들은 자기가 아는 지인들 위주로 채용해 낙하산으로 여기저기 뿌린다. 일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말 잘 듣는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재를 알아보는 능력이 없으니, 이전 회사에서 알던 친한 사람들만 주야장천 데려온다. '이번에 지원한 A씨 합격시키세요.' 라는 채용비리도 거침없이 저지른다. 회사에는 간신배, 십상시들만 모여든다. '문고리 3인방'이 결성되고, 카르텔이 조직되며, 정치가 판을 친다. 오른팔 딸랑이들은 '부사장님 지시사항이니 군말없이 따르세요' 라고 마패를 휘두르며, 회사를 망쳐놓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매크로매니징(macro management)해야 한다. 매크로매니징이란 무엇인가.

매크로 관리는 직원이 자신의 업무에 대해 더 많은 자유와 통제권을 갖는 반면, 고용주는 전략적인 장기 목표에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하는 핸드오프 또는 멀리 있는 리더십 스타일입니다.

관리자가 직원의 작업을 면밀히 관찰하고 통제하는 마이크로 관리와는 달리, 매크로 관리는 보다 독립적인 조직 관리 스타일입니다. 관리자는 원하는 결과가 달성되는 한, 한 걸음 물러나 직원에게 자신이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대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자유를 제공합니다. 마이크로매니지먼트는 단기적인 결과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거시경영은 장기적인 결과에 중점을 둡니다.

출처 : 위키피디아


매크로는 '거대한' 이라는 뜻. 매크로매니징은 말 그대로 '큰 그림'을 보고 '멀리' 바라보는 관리 방식을 말한다.


실무자들이 고민하고 의사결정하여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그들이 열심히 일 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제공해주며, 회사의 비전과 장기적인 발전 방향을 가르쳐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런 매크로매니징을 통해 직원들은 주도권을 갖고 업무를 진행하며 책임감을 기르고, 역량을 향상시키며, 회사의 10년 20년을 이끌어가는 리더로 성장한다. 매크로매니징을 통해 회사와 구성원들의 발전을 장기적으로 계획하고 이끄는 것이다.


당장 단기 성과로 임원 계약을 1년 더 연장하려고, 마이크로매니징하며 실무진을 쥐잡듯하고, 일도 못하게 매주 몇 시간짜리 정기회의를 잡아 시시콜콜 지적하고 지시하는 통제광 리더에게는 당연히 이해가 안가는 행동이리라. "실무자들 성장이고 회사 발전이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당장 내가 짤리게 생겼는데!" 라는 너절한 상황 인식 하에서는 그 어떤 대의를 꿈 꿀 수도, 큰 그림을 그릴 수도 없다. 전부 내 앞에 모아놓고 하나씩 확인하며 모든 how-to를 일일이 지시해야 단기 성과를 낼 수 있으니까. 그래야 임원 계약 연장이 가능하니까. 그 본능만이 뇌를 지배하고 있으니까.


마이크로매니저들이 하는 괴이한 주장 중에 이런게 있다. "일반 실무자들은 큰 그림을 못봐. 걔들은 그릇이 작아. 내가 임원이잖아? 내가 말하는 게 바로 회사의 방향이야. 그러니까 잔말말고 따라와. 그 A팀 실무 김과장은 자꾸 시시콜콜 내 의견에 반박하던데, 회사와 얼라인이 안맞는거 아닌가? 조치 좀 취해봐."

(나는 '얼라인'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데, 전체주의적 의사결정 과정을 합리화하고, 반대 의견을 굴복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얼라인은 무슨, 회사의 방향이 아니라 당신 개인 취향이겠지. 그걸 명확한 근거와 논리, 신뢰를 바탕으로 설득해 조직원들을 따라오게 만드는게 당신 역할이고. 그런 역량도 수준도 안되니, 윽박지르고 마이크로매니징 해서 개인 성과 채우려는 리더의 원초적인 본능을 조직원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자기가 아는 사람, 친한 사람 데려오고, 지인 꽂아넣는 낙하산 채용이 아닌, 투명하고 체계적인 채용 절차를 통해 A급 인재들을 모아 맨파워를 갖춘 팀을 만들어 주는 것이 매크로매니징의 첫 번째다. 그 다음 명확한 목표를 설정해주고, 권한을 위임하여 실무자들에게 통제권을 주고, 결과에 따른 책임은 본인이 커버하여 신뢰를 쌓고, 스스로도 늘 학습하고 경청하는 자세로 모범을 보인다면 회사와 조직원은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이 매크로매니징이다.



물론 리더의 개인적인 역량이 굉장히 중요하다. 업의 본질을 이해하고, 장기적으로 비전을 고민하며, 그것을 문장이든 언어로 알기 쉽게 풀어낼 수 있는 소양이 갖춰진 사람만이 매크로매니징을 실행할 수 있다. 자상하고 다정한 태도로 심리적으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직원들과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좋은 태도나 인성의 소유자여야 함은 물론이다. 이성적 지능을 넘어 감정 지능까지 갖춘, 어찌보면 심리학자에 가까운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에이, 그런 사람이 어딨어' 라고 말 할 수 있지만. 있다. 물론 귀하다. 세계의 수많은 유명 기업들이 훌륭한 리더를 모시고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어가며 영입 전쟁을 펼치는 이유이다. 그래서 결국 좋은 리더를 채용하고 자리에 앉히는 것이 중요하다. 매크로매니징이 가능한 리더를 찾아 조직의 10년, 20년을 믿고 맡기는 것이 당장의 단기성과보다 중요하다.


핵심은

- 리더 본인의 자리보전을 위한, '단기성과'에만 집중하는 마이크로매니징
- 조직과 제품의 미래를 위한 '장기성과'에 집중하는 매크로매니징


어떤 관리 방식을 선택하느냐가, 조직의 흥망을 결정한다.

100년 가는 회사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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