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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Oct 29. 2023

회의, 시작 전에 '내보내기' 부터 하세요

필요 없는 사람을 내보내는 리더의 힘


(https://us.doubleapaper.com/business/prevent-boring-meeting)


최악의 조직 특징 중 하나는 회의가 많다는 것이다.

이건 거의 공식과 같다.


회의가 많다.

담당자가 의사결정을 할 수 없고, 책임지기도 싫고, 그럴 능력도 없는 경우, 일단 회의를 만든다. 일단 다 불러모은다. 이건 실무자, 리더를 가리지 않고 마찬가지다. 일단 전부 모아서 회의를 진행한다. 그런 B급들이 모인 회사에서는 회의가 많을 수 밖에 없다.

또, 회의가 30분을 대부분 넘길거다. 주제도 명확하지 않다보니, 회의가 30분을 넘겨 길게 이어지고, 결론은 '그럼 좀 더 고민해보시죠'로 흐지부지 마무리될 수 밖에 없다. 이런 회의의 특징은 반드시 후속 회의가 잡힌다는 것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회의.


안되는 회사는 ‘커미티’ , '협의체'와 같은 모호한 목적의 회의도 많다. 리더가 전체 그림을 보고 방향을 잡기 어려우니, 일단 다 모아놓고 맘대로 떠들라는 것인데. 5명이 넘어가는 협의체는 시간낭비라고 보면 된다. 각자 한마디씩하는 데 시간도 많이 걸릴 뿐더러, '협의체'라는 이름과 무색하게, 의사결정권자가 아닌 사람들이 각자 떠드는 이야기로는 협의에 이르기 어렵다. 사공이 많으니 배는 산으로 갈 수 밖에. 협의체는 상위 리더들이 사전 지식을 숙지, 실무 의견을 수렴한 채 참석하여 결론을 내는 자리여야만 한다.


실무는 실무를 하게 둬야지. 그런데 일부 리더들은 일하기 싫어하고, 의견을 수렴할 능력이 없어서 자기들이 그런 회의를 주최하고 참석하기 싫어한다. 수직적인 회사일수록 심하다. 나는 관리잔데 내가 이런거까지 신경써야 하나? 라는 리더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실무자들은 위원회다 뭐다 회의에 끌려다니며, 리더들 질문에 하나하나 답해드리고, 그 분들 실적 채워주기 바쁜 것이다. 그래놓고 리더들은 이렇게 얘기하고 다닌다 "아~ 내가 요새 회의가 많아서 너무 바빠~~~죽겠어~~"


참여자도 많다.

회의만 많은게 아니다. 하나의 회의에 참여하는 인원도 쓸데없이 많다. 왜냐하면,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두루뭉술한 주제로 회의를 만들기 때문이다. 심지어 회의를 만든 사람 조차도 주제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일단 그냥 다 들어오라’고 한다. 누가 필요한지 아닌지도 모른다. 책임지기 싫은 리더는 그냥 다 들어오라고 한다. 아마 PM들은 디폴트로 다 끌려들어올거고, 테크 리드도 이유없이 참석을 강요받는다. 참여자가 많은 회의는 높은 확률로 제대로된 결과를 도출하기 힘들다. 주로 몇몇 빅마우스만 떠들고 앉아있는 상황이 잦다.(아마 최고 의사 결정권자 혼자 떠들테지) 사람이 많다보니 집중하지 않아도 티나지 않는다. 연구에 따르면 회의 참석자의 90%가 딴 생각을 하고, 73%가 다른 업무를 한다고 한다. 회의 참석자들에게 이렇게 물어보자. 반드시 물어보자. "ㅇㅇ씨, 여기서 뭐해요?" 그럼 백이면 백,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몰라요, 들어오라고 해서 그냥 왔어요." 실무자들은 그렇게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회의로 보낸다. 창의적인 고민과 산출물을 만들어낼 시간은 없다.


스티브 잡스의 일화를 들어보자.

잡스의 기분이 좋아 보여서 우리는 잠시 잡담을 하다가 회의를 시작했다. "시작하기 전에 여러분께 몇 가지 소식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잡스가 회의실 내부를 훑어보며 말했다. "먼저 아이맥부터 이야기를......"
그는 순간 말을 딱 끊었다. 회의실 어딘가에 시선을 고정하더니 로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당신은 누구죠?"
로리는 그런 식으로 불린 것에 조금 놀란 표정이었지만, 곧 회의에 참석한 이유를 침착하게 설명했다. 그녀는 우리가 논의중인 마케팅 프로젝트와 관련이 있어 참석한 것이었다. 잡스는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했다.

"이 회의에 당신이 필요한 것 같지는 않네요. 로리. 고마워요."
잡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처음부터 로리라는 사람이 없었던 것처럼) 하던 말을 계속했다.

Ken Segall, 'Insanely Simple'


필요 없는 사람은 내보낸다.



스티브 잡스는 회의의 목적과 꼭 필요한 최소 인원에 대해 명확히 인지하고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에 필요 없는 사람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 그리고 내보낸다.


우리 회사에 저런 리더가 실제로 있을까? 아마 거의 없을거다. 리더가 책임지기 싫고 아는게 없으니, 아랫사람을 줄줄 데리고 들어와 앉아있을테지. 그런 꼴을 본, 최상위 리더는 '아니 이 회의 뭔데 이렇게 사람이 많이 들어와있어요?' 라고 질문해야 한다. 쓸데 없는 곳에 리소스가 낭비되는 것에 대해 화를 내야 한다. 최상위 리더라면 그걸 파악할 줄 알아야 하는데, 그 조차도 아랫사람을 줄줄 데리고 들어온 상황이다. 이해할 능력은 없다. 그렇게 회의는 열 명, 스무 명을 훌쩍 넘어 진행된다.


(https://www.bbc.com/news/business-37012061)


최근 어떤 대기업에서, 임원 한 명이 모든 프로젝트를 직접 관리하겠다고 선언, 서로 관련없는 프로젝트의 수십명 관련자를 동시에 한 자리에 모아놓고 매주 하루, 오전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회의를 한다는 소문을 들었다. 아침부터 수십명의 사람들이 모여, 단 한 사람에게 순서대로 각자 자기 업무를 보고하고, 일일이 컨펌받는 회의가 지금도 대한민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control freak, 마이크로매니징의 끝판왕 격이다.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벌어지는 일 같은 현실이 참담하다.


아래 또 다른 일화를 보자. 이렇게 말하는 리더를 만나본 적이 있는지?

작고한 샤이엇데이의 창립자 제이 샤이엇도 오래전에 이와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 샤이엇과 잡스는 매킨토시 초창기에 특별한 관계를 형성했고 서로 닮은 구석도 꽤 많았다. 샤이엇데이에서 일했던 시절, 나도 회의중에 기분좋게 쫓겨난 적이 있었다. 잡스가 로리를 쫓아 낸 상황과 비슷했지만,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라 둘이었다. 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회의실을 둘러보던 샤이엇이 나와 내 파트너인 아트 디렉터를 쳐다보더니 물었다.
"두 사람은 여기서 뭘 하는 거죠?"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내가 말했다.
"그냥 불려왔을 뿐입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에 당신들까지 참석해서 떠들 필요 없어요." 샤이엇이 말했다.
"가서 뭐든 창의적인 일을 하세요."

덕분에 우리 둘은 미소를 머금은 채 회의실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Ken Segall, 'Insanely Simple'


이런 말도 안되는 일에 당신들까지 참석해서 떠들 필요 없어요.
가서 뭐든 창의적인 일을 하세요.


(https://www.smartmeetings.com/meeting-planning/95527/small-business-owners-value-small-meetings)


이렇게 회의해보면 어떨까. 회의는 최소한의 참여 인원으로 짧게 진행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보내기'가 우선되어야 한다.


생산적인 회의 요령

1. 꼭 참석할 필요가 없는 사람은 퇴장시킨다.
2. 회의가 30분 이상 길어지면 퇴장한다.
3. 오늘 이곳에서 보낸 시간을 메우기 위한 생산적인 활동을 한다.

Ken Segall, 'Insanely Simple'


회의를 줄이자. 정기 회의는 없애자. 꼭 해야 한다면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만 참석해서 아주 짧게 끝내자.

하루 종일 회의에 끌려다니며 멍하니 앉아있는 건, 생산성과 아무 상관이 없는, 그저 시간을 버리는 일이다.


어렵지 않다.

한 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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