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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Jul 27. 2024

남순남순대국, 서초동에서 우연히 찾은 깊고 진한 국물


무한도전 ‘죄와 길’ 편에서 이효리가 랩을 했었다.

‘내 이름은 이효리, 거꾸로 해도 이효리’


오늘은 ‘남순남 순대국’을 찾았다. 거꾸로 해도 ‘남순남’이군.


1995년 ‘서초 순대국’으로 시작해서, ‘남순남 순대국‘으로 상호만 바꾼 채 30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내부가 넓다. 어르신들이 많고, 대부분 혼자 식사하시는 분들이다. 저녁 시간인데도 적당히 한산하다.


나왔다. 순댓국. 쟁반에 담겨서 슉 나온다. 식탁에 옮기는 과정이 없어서 빠르게 세팅할 수 있다.


오? 고기가 많다. 그릇이 넘칠 정도다. 이 정도면 여타 순댓국들보다 매우 훌륭한 양이다.


일단 국물부터. 맑다. 하지만 진하다. 푹 우린 육수 특유의 끈적함이 느껴진다. 한 입 맛보니, 일단 아무 맛이 안 난다. 간을 해보자.


매뉴얼이 있다. 매뉴얼이 있으면 정독해야 한다. 그리고 그대로 따르면 기본은 한다. 요새 매뉴얼을 너무 안 읽는 사람이 많더라. (회사에도 넘쳐난다. 제발 컨플루언스 좀 보고 오세요.)

매뉴얼을 읽자


테이블 한쪽에 양념들이 있다. 시키는 대로 새우젓, 다대기, 들깨, 후추를 넣었다.

들깨 통에 따로 숟가락을 비치한 것이 마음에 든다.


요렇게.


잘 섞어주면, 드디어 완성이다.


국물이 매콤 짭짤하게 변신했다.


고기가 많으니 열심히 먹어야 한다. 양념 새우젓에 찍어 먹으니 쫄깃쫄깃 맛있다.


다양한 종류의 부속고기가 많다.


고기에 마늘 올려서도 먹고


순대를 양념장에 찍어서도 먹고


곱창도 건져 먹는다. 고기 파티구나.


고기를 열심히 건져먹었으니, 이제 밥을 보자.

오, 밥 상태가 좋다. 적당히 꼬들하다.


국에 말았다.


한 수저 크게 떠서 먹으니 밥알의 단맛과 국물의 짠맛이 어우러져서 행복하다.


고기 반, 밥 반


좀 느끼하다 싶을 땐, 깍두기와 함께 먹는다.


더 느끼하다? 그럴 땐 고추마늘에 된장을 찍어서 함께 먹는다.


항상 줄어드는 건 아쉽다.


곱창이 계속해서 나온다. 이 정도의 국물이면 엑기스라고 불러도 좋겠다. 막판까지 열심히 먹었다.


다 먹었다.

완료


열심히 먹다가 우연히 봤는데, 주방에 계신 요리사 분들이 모두 어르신들로 보였다. 생각해 보니, 지금껏 방문했던 오래된 가게들에서 젊은 요리사의 모습은 보지 못했다.


고령화니. 출생률 최저니 다양한 이야기가 들리지만, 실제로 체감하긴 어려웠는데 음식점을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알겠다. 이제 노포에서 일하고 싶은 젊은이는 없는 것 같다.


아마 이대로 대한민국은 쭉 흘러갈 것 같다. 


그게 어느 방향일지는 나도 모르겠다만.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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