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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Jul 30. 2024

손국시, 투박한 손칼국수의 깊고 진한 매력


영동시장은 나에겐 보물창고다. 숨은 맛집이 많으니까 말이다. 내가 잘 몰라서 그렇지, 여기저기 찾아보면 구석구석에 손님에게 놀라움을 주는 다양한 음식점들이 많다.


오늘은 그중 한 곳인 칼국수집 '손국시'를 찾았다.


실내


일단 김치와 밥 한 공기가 바로 나온다.


김치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여기, 김치가. 끝내준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인 겉절이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와, 맛있다. 칼국수 집에 김치가 맛있으면 절반은 완성된 거다.


나왔다. 고기 고명이 가득이다. 야채는 애호박이 들어있다.


국물이 걸쭉하다.


잘 보면, 면 굵기가 제각각이다. 손칼국수만의 매력이다.


면이 굵다 보니 입 안에서 씹는 맛이 좋다. 뚝뚝 끊기는 식감이 아니라, 묵직하고 쫄깃하게 씹힌다.


김치와 함께 열심히 먹는다. 김치가 맛있으니 어떻게 먹어도 다 맛있다.


어느 정도 먹고, 다대기를 넣어서 다른 맛으로 먹어보자.

다대기는 살짝 매콤한 간장맛이다.


이렇게 넣고 잘 섞었다.


국물을 먹어보니 많이 맵진 않다. 또 다른 매력.


고고


밥도 말아보자.


걸쭉한 국물에 밥까지 들어가니, 점도가 높다.


김치 올려서 먹는다. 백 번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김치가 진짜 맛있다.


다 먹었다.

완료



가게를 나와 집으로 가다가 교보문고에 들렀다. 임윤찬 신보가 4월에 나왔었나 보다. 라흐마니노프 3번을 연주하는 모습을 우연히 유튜브에서 봤었지. '예술가'에 가장 가까운 연주자라고 생각한다. 여러모로 인상 깊다.


그냥 괜히 들르는 '문보장'. 사지도 않을 거면서 맨날 둘러보기만 한다. 만년필 구경 좀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손국시 이야기 조금만 더.


손칼국수라는 게, 기계로 면을 뽑아내지 않고 직접 칼을 써서 제면 하다 보니 굵기가 일정하지 않고 좀 두꺼운 맛이 있다. 획일화되고 정형화된 현대 사회에서 이렇게 들쑥날쑥한 면을 후루룩 먹는 것도 일종의 일탈이다.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 아니라는 기분 하나만으로도 힐링되는 느낌이랄까.


게다가 국물까지 진하고 시원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왜 그렇게 어른들이 칼국수를 좋아하는지, 나도 이제 나이가 드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거기에 맛 좋은 겉절이 김치까지.

맛있는 국숫집이 갖춰야 할 거의 모든 걸 다 구비한, 대중적이면서도 이상적인 칼국수 집이다.


영동시장은 언제까지 날 놀래킬 셈인가?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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