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유림면 비빔메밀을 인스턴트 제품으로 접하고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좋지 않은 의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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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도 덥고 해서, 유림면을 직접 찾았다.
방문하면 조금 다르겠지. 매장에서 먹으면 보통 더 맛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미슐랭 2024에 선정된 메밀국숫집이 아니던가, 믿고 간다.
여전하다 여긴. 유림면.
2층도 있는데, 오늘은 1층에 앉았다. 1인석으로 안내받았다.
나왔다 메밀국수. 오늘은 소스에 적셔먹는 오리지널 메밀국수를 먹는다.
면은 우리가 아는 그 메밀면이다. 두 판 나온다. 면에서. 윤기가 흐른다.
소스.
살짝 맛을 봤는데 좀 미지근해서 아쉽다. 파 와 와사비 가 제공된다.
갈린 무가 미리 섞여 있는 건가. 알 수가 없네.
면을 젓가락으로 들어서
면을 소스에 푹 담가서 먹어봤다.
?? 좀 이상한데. 면이 불어서, 퍼진 느낌이다. 메밀면이 원래 이런 건가?
혹시나 해서 한 번 더. ㅠ 물컹물컹하고 뚝뚝 너무 끊긴다. 소스가 미지근해서 그렇게 느껴지는 걸 수도.
단무지는 직접 만든 것인 듯하다. 이건 메밀보다는 우동에 어울리겠다.
흠.
계속 먹고 있는데, 면을 들어 올리자마자 비워진 국수판을 치우신다. 많이 바쁘신가 보다. 나도 직장인의 입장에서 공감한다. 얼른 치우고 싶으시겠지. 일종의 퇴근본능 뭐 그 비슷한 거라고 본다. 빨리 나가라는 뜻 같기도 하고. 아리송하다.
결국 먹다 남기고 가게를 나왔다.
괜찮다. 이런 날도 있는 거다.
혹시 지금까지 내가 비빔메밀의 양념장 맛에 너무 익숙해져서 그런 걸까. 그럴 수도 있지. 왜, 상태가 안 좋아진 고기는 결국 부족한 본연의 맛을 감추기 위해 자극적인 양념에 버무려, 양념구이로 판매되잖는가.
아니다. 내가 받은 면이 우연히 잘못 삶아진 것 일 수도. 소스는 배합이 어려울 수도 있고. 요리사의 컨디션이 안 좋았다던가. 아니면, 되려 손님인 내 컨디션이 안 좋다던가. 이유는 많을 거다.
미슐랭에 선정되었다고, 오래된 가게라고, 늘 옳은 건 아니구나 하는 교훈도 조금 얻었다.
오늘은 이 정도로 만족하고,
다음에 또 와봐야겠다.
인생이란게 그렇다, 이런 날도 있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