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서울 정도로 덥다. 작년에도 더웠겠지만, 사람은 과거를 쉽게 잊는 존재. 인간에겐 늘 올해가 역대 최고의 폭염이다.
이렇게 더운 날에는 보양식이 끌린다. 보양식의 대표 격인 삼계탕을 먹으러 ‘영양센터’를 찾았다. '영양센터'는 명동에서 시작한 삼계탕집으로, 1960년에 개업했으니 6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의 음식점이다. 전국 여기저기에 많은 지점이 있어, 접근이 용이하다.
어르신들이 많다. 실내는 에어컨을 잔뜩 틀어놔 아주 쾌적하다. 시원한 바람 아래서 뜨거운 삼계탕이라, 이런 호사가 있나.
삼계탕과의 전투를 위해 세팅된 도구들.
깍두기, 치킨무(초절임)에 양파, 마늘이 기본찬이다.
나왔다. 삼계탕. 국물은 맑은 쪽이다.
본능적으로 다리부터 집어든다. 잘 익어서 부들부들하다. 소금에 살짝 찍어 먹으니 입 안에서 녹는다.
닭 안쪽에 찹쌀, 인삼, 밤, 대추 등이 들어있다.
퍽퍽살은 씹는 맛이 있어서 좋다.
깍두기와 같이 먹으면 느끼함이 상쇄된다.
열심히 살코기를 먹었다. 국물이 잘 배어 간이 적당하다.
삼계죽도 맛보려고 시켜봤다. 이렇게 처음부터 죽 모양으로 나온다. 미취학 아동 등, 삼계탕 한 마리가 양이 많아 부담된다면 삼계죽도 좋은 선택이다.
조금 덜어서 먹었다. 진짜 ‘죽’이네.
계속해서 살코기에 집중. 마늘에 쌈장을 찍어 곁들이니 조합이 훌륭하다. 어떤 고기에도 생마늘은 잘 어울리는구나.
’전기구이통닭‘도 맛보려고 주문했다. ‘대’ 자와 ‘중’ 자가 1,000원 차이로 가격을 책정한 것은 좋은 전략이다. 몸보신 대접을 위해 가족단위로 방문하는 메뉴의 특성상, 대부분 기왕이면 ‘대’ 자를 시키겠지.
닭고기를 다 먹으니 이제 걸쭉한 국물과 찹쌀밥이 알맞게 나를 기다린다.
이 국물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파트다.
밥을 크게 한 숟갈 뜬다. 고소하고 짭짤하고, 인삼향도 적당한 게, 이게 바로 몸보신이구나 싶다.
아들이 치킨 다리를 들고서 나에게 “아빠, 찍을래?”라고 묻는다. 난 또 나 주는 줄 알고 설레었네. 꼭꼭 씹어서 많이 먹으렴 아들.
나도 한 조각 얻었다. 일반 치킨과 달리, 기름이 빠져 담백하다.
빠질 수 없는 양배추 무침.
삼계탕을 마무리 하자. 아직도 따뜻하다. 많이 먹었는데도 뱃속이 편안하다. 삼계탕은 역시 보양식이 맞는 듯.
다 먹었다.
조상님들이 삼복더위에 지친 몸을 보양하고 기운을 돋우기 위해 즐겼던 삼계탕. 이렇게 오랫동안 한국인들에게 사랑받는 걸 보면 분명히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 게 확실하다.
우리나라에 얼마나 많은 치킨집이 있는가. 한국의 역동적인 발전 성장의 동력은 혹시 ‘닭’이 아닐까 하는 우스운 상상도 해본다.
나도 이 삼계탕으로 올여름을 지치지 않고 버텨낼 수 있으면 좋겠다.
뜨거운 여름, 모두 잘 버텨내시길.
건투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