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에게 연락이 왔다.
언제나 반가운 O의 연락. 이런 연락은 언제나 기분 좋다. 점심 좋지~ 어디 갈까? 날도 더운데 냉면 어때? 을밀대 가자.
사람이 많다. 평양냉면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르는구나.
김치는 이렇게 나온다. 알맞게 잘라서 먹으면 된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면수. 그나저나 너무 더운데. 찬물을 달라고 하니 따로 주신다.
녹두전부터 나왔다.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사이즈. 바삭바삭해 보이는 자태가 곱다.
안에는 이렇게 고기가 잔뜩 섞여 들어있다.
이 간장 소스에 찍어먹으면 된다. 고춧가루와 파 그리고 간장.
고기가 쫄깃쫄깃하다. 바삭바삭한 반죽과 고기의 식감이 잘 어울린다.
드디어 나왔다. 평양냉면.
참고로 나는 평양냉면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그 방법이나 규칙은 모른다. 소위 ‘평양냉면 먹을 줄 아는’ 사람은 아닌 것이다. ’평냉부심‘과도 거리가 멀다. 겨자도, 식초도, 양념도 팍팍 쳐서 먹는다. 뭐, 그래도 좋아할 순 있지 않은가?
살얼음이 잔뜩 낀 육수. 그릇을 들고 한 모금 마시니, 머리가 띵 할 정도로 시원하다. 이래서 여름엔 냉면을 먹나 보다. 입 안에 원초적인 고기향이 가득 찬다. 그렇지 이게 바로 ‘육수’다.
면이 탄탄하다. 쫄깃하기도 하고, 입안 가득 퍼지는 메밀향이 풍부하다. 붇기 전에 얼른 먹자.
이 정도 고기가 몇 점 들어있다. 차갑고 쫄깃하다.
탄탄한 면발이 매력 있다. 살짝 두께감이 있는 게 일반 함흥냉면의 면과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
살얼음은 다 녹았다. 이제 먹기 좋은 육수가 되었다.
녹두전과 냉면을 같이 입에 넣으니, 느끼한 기름기와 깔끔한 육수가 적당히 중화되어 조화롭다.
어느새 다 먹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평양냉면의 가격이 과연 합리적인가에 대해서는, 이것을 ‘음식’이라고 부르기보다는 ‘사치재’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리라 본다. 수백만 원짜리 가방과 옷을 사면서 ‘합리성’을 따지진 않으니 말이다. 재료의 원가를 넘어서는 ‘그 무언가’가 존재하기에 우리는 평양냉면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것이 아닐까.
나는 평양냉면이 너무 좋아서 자주 찾는다기보단, ‘별미’에 가깝게 즐긴다. 왜 그 특유의 풍미가 가끔 생각날 때가 있잖는가. 국물이 입 안에 들어갈 때 느껴지는, 아무것도 가미되지 않은 원초적인 고기의 맛. 거기에 더해지는 메밀의 진한 향까지.
무엇이든 ‘근본’을 찾아 헤매는 나에게, 평양냉면은 마음을 편안히 만들어주는 메뉴다.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