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교자가 먹고 싶은데, 명동은 너무 멀다? 그럼 이태원으로 가자. 명동교자 분점이 있다. 아, 근데 이태원도 가기 귀찮다? 그럴 때 내가 찾는 가게가 있다. 명동교자와 아주 비슷한 분위기의 집. 바로 '강남교자'
같은 주방장이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칼국수의 스타일이 흡사해서, 명동교자의 대안으로 방문하기에 알맞다. 하지만 명확히 짚고 넘어갈 부분, '오리지널은 뭐니 뭐니 해도 명동교자가 맞다'
그렇다고 강남교자가 맛이 없느냐? 천만의 말씀. 여기도 충분히 맛있는, 유서 깊은 전통과 역사를 가진 음식점이다. 단지 그 비교 대상이 '명동교자'여서 슬플 뿐.
아 배고프다.
오늘은 아내, 아들과 함께 '강남교자'를 찾았다.
계단을 올라가면 된다.
항상 사람들이 많다.
이 근처에서 칼국수집을 찾는다면 가장 무난한 선택이다.
유일한 밑반찬, 김치. 명동교자와 비교할 수밖에 없다. 앞서 말했듯, 칼국수 스타일이 명동교자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김치는 명동교자보다 시큼하고, 덜 자극적이다. 명동교자 특유의 강한 마늘맛 김치와는 다르다. 나는 명동교자 쪽이 더 좋다.
만두도 시켜봤다. 만두는 피가 조금 두꺼워서 뻑뻑한 식감이다.
만두 속은 고기와 야채로 가득 찼다. 육즙이 만족스럽다.
자 이제, 칼국수가 나왔다.
국물의 색깔이 명동교자보다 연하다. 고명의 색이 짙다. 위에 올려진 만두도 명동교자는 투명한 느낌이라면, 여긴 두껍다. 전체적으로 투박한 분위기를 풍긴다.
국물은 전분기가 녹아들어 걸쭉하다.
명동교자와 비교하는 게 가장 정확하니, 계속 비교할 수밖에 없다.(기준점이 워낙 명확하니까)
면은 조금 더 얇고 부드러운 느낌이다.
국물은 많이 기름지다.
김치를 입에 넣고, 칼국수를 후루룩 삼킨다.
어딘지 모르게 좀 심심한 맛이다.
그래서 김치와 잘 어울린다.
마지막까지 면은 붇지 않고 쫄깃한 식감을 유지했다.
다 먹었다.
후식으로 요구르트를 준다. 아들이 들어줘서 찍었다. 도와줘서 고마워 아들.
앞서 말했지만, 명동교자의 대안이라는 확실한 타이틀을 갖고 있기 때문에, 2등 전략에서 완벽히 자리를 굳혔다. 수많은 명동칼국수의 아류들이 있지만, 그 안에서도 당당히 살아남은 것이다.
그 전략은 충분히 칭찬받아 마땅하다. 애플의 아이폰이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휴대폰이지만, 삼성의 갤럭시도 2등으로서 인정받아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역시 먹어보니 명동교자와 비교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살짝 어딘가 0.0005% 부족한 맛이 아쉽다. 내가 명동교자의 진하고 자극적인 맛에 중독되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어쩌랴, 선점효과가 이렇게도 중요한 것을.
강남 근처에서 명동교자 스타일의 칼국수가 갑자기 땡긴다면, 주저 없이 강남교자를 방문하면 된다. 안정적이고 변함없는 맛을 오랫동안 선보이는 훌륭한 가게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