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창이 생각날 때가 있다. 기름지고 고소한 맛, 쫄깃한 식감이 땡길 때. 오늘도 그런 날. 곱창을 먹으러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섰다. (아들은 아직 어려서 그런지, 곱창을 좋아하지 않는다.)
양재 근처로 걸어갔다. 주택가 골목길을 지나다 보니 가게가 나왔다.
'안동 한우 곱창'
응? 이런 데에 곱창 가게가 있다고? 이런 분위기도 감성의 영역인 건가.
이런 곳까지 손님이 올까 싶었는데, 웬걸. 이미 실내는 만석이다. 지글지글 곱창 굽는 소리와, 술잔 기울이는 사람들의 대화로 시끌시끌하다.
오호, 가게 안에 볏짚이 있다?
이런 오브제 좋다. 있어야 할 곳이 아닌 곳에 놓여있는, 분리된, 독립된 객체로서 존재하는 장식품.
나는 장소와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느낌이 드는 무언가를 보면, 무의식에 자극이 일어나, 인사이트가 발현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우리는 전시장과 연주회를 찾아다녀야 한다.
(곱창집에서 인사이트 이야기하는 걸 보니, 나도 제정신은 아닌 듯)
제대로 된 볏짚을 본 게 얼마만이던가.
주문은 키오스크로.
볏짚 옆 키오스크라.
부조화에서 오는 이질감이 신선하다.
밑반찬과 소스.
나왔다. 곱창구이. 고사리가 제공되는 게 특이하다.
초벌 되어 나와, 살짝만 더 익히면 된다.
지글지글 기름 끓는 소리가 듣기에 좋다.
야채와 마늘이 곱창기름에 코팅되어 구워진다.
자, 다 되었으니 드시면 됩니다.
잘 익었다.
사진 초점이 어디에 가 있는 거냐.
새콤한 소스에 찍어먹으면 또 색다르다.
지글지글.
조금 더 구우면 타겠는데?
얼른 먹읍시다.
감자가 잘 익었다.
파무침과도 함께 먹는다.
부추무침이 새콤하다.
곱창 기름이 배어 고소하고 맛있다.
초점 맞추기가 어렵다. 사진의 세계는 어렵구나.
포토그래퍼 분들이 참 대단하다.
나는 이 정도로 바짝 익은 게 좋다.
열심히 집어 먹는다.
탄다 타. 얼른 먹어요.
이 기름을 그냥 놓고 가긴 아깝다.
그렇다면 밥을 볶아야지.
여기 밥을 좀 볶아주세요.
다 됐다.
놓칠 수 없는 탄수화물 파티.
잘 볶아졌다.
윤기가 흐른다.
맛있다. 오히려 곱창보다 이게 더 맛있는 듯.
'곱창기름에 볶은 김치볶음밥' 이런 단독 메뉴로 나와도 좋겠다.
다 먹었다.
곱창은 그냥 갑자기 찾아가서 즐기기엔 고가의 음식이다. 부위가 희소하고, 손질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그런 만큼 '잘하는 집'을 찾기가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잡내가 난다거나, 깔끔하게 손질되지 않는 곱창을 만나는 일이 잦다.
그래서 나는 그 대안으로 봉피양 양곰탕을 종종 찾는데, 오늘처럼 구이가 땡기는 날에는 이렇게 구이로 즐겨도 좋다.
예전 내가 사원대리시절에는 곱창구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젊은 입맛에는 맞지 않았던 듯하다. 당시 모시던 부장님이 '오발탄'에 몇 번 데려가 주셨는데, 그때 먹었던 곱창구이가 참 맛있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어린이 입맛에서 어른 입맛으로 변했던 것도 그 무렵이었던 것 같다. 또래와 다니면 경험하지 못할 메뉴를, 선배들을 따라다니며 많이 배웠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그런 추억의 음식이 있을 테다.
우리 모두 그렇게 어른이 된다.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