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의 바이올린과 피아노 소나타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아내와 함께 예술의 전당을 찾았다.
늘 그렇듯 저녁 시간과 공연 시간이 묘하게 겹쳐 밥 먹기가 애매했다. 그렇다고 밖으로 나가 먹고 오기엔 귀찮고.
예술의 전당 안에 식당이 몇 개 있지만,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엔 이곳이 거의 유일하다. ‘담’
오늘은 여기서 한 끼 먹어보자.
대기가 늘 많은 곳이다. 공연 직전에는 더 그렇다. 운 좋게도 10분 정도 기다렸더니 자리가 났다. 자리에 앉아 쭈꾸미 비빔밥과 보쌈 정식을 주문했다.
밑반찬이 좋은 한식집이다. 반찬들이 모두 정갈하다. 담아낸 그릇이 깔끔해 대접받는 기분이다.
이게 쭈꾸미 비빔밥.
이 쭈꾸미 볶음을 넣어서 취향껏 비벼먹으면 된다.
보쌈 정식의 보쌈. 오른쪽은 무절임? 같은 것과 고추 무침이다.
기본에 충실한 된장찌개
고기가 야들야들 잘 익었다. 냄새도 안 나게 잘 삶았다.
알배추가 같이 나왔다. 보쌈은 야채에 싸서 먹어야 제맛이지.
매콤하게 고추를 같이 올려 먹는다.
알배추에 쌈장에 찍은 고기를 올려서 먹어도 본다. 다양한 변주가 가능해서 재미있다.
묵 무침이 짭짤하다. 부드러운 식감이 언제나 재밌다. 외국에도 이런 식감이 있을까? 젤리?
뭐 무침인데, 코다리? 명태?
된장찌개가 깔끔하고 시원하다.
아내의 쭈꾸미 볶음을 맛봤다. 둘이 같이 오면 이렇게 나눠먹을 수 있어서 좋다. 매콤 달달하다.
김치의 수준이 중요하다. 김치가 바로 한식 전문 음식점 품격의 바로미터. 여긴 훌륭하다.
쌈 한 번 더.
밥에 고기를 올려서 먹는 호강을 한다.
맛있게 다 먹고 바로 맞은편에 있는 음악당으로 간다.
실내의 노란 조명이 아름답다.
오늘의 무대 위에서 피아노가 연주자를 기다리고 있다.
베토벤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1번, 4번, 9번을 감상했다. 연주는 매우 훌륭했다. 오랜만에 잔뜩 기분 좋게 감상했다. 확실히 예술의 영역에는 천재가 존재하는가 보다.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이나 전시를 관람할 계획이 있다면, ‘담’은 좋은 선택이다. 다양한 메뉴와 기본에 충실한 맛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요새, 한식을 먹고 싶을 때 찾을만한 가게가 많이 줄어들었다. 더군다나 대도시 번화가에서는 오래된 백반집을 찾기 힘들다. 거리마다 자극적인 프랜차이즈의 향연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찾았던 가게가 반갑다. 맛도 괜찮으니, 공연 보러 올 때마다 가끔 들러야겠다.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