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더워.
더워도 밥은 먹어야지.
더운 날엔 뜨끈한 국밥이 제격이다. 우리 선조들이 한 여름 뜨거운 국물을 먹고 "아~ 시원하다!" 라고 하셨던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
오늘의 메뉴는 콩나물 국밥. 콩나물 국밥이 먹고 싶다면, 어디로 가야 할까.
바로 여기다. ’현대옥‘
물론 다른 가게도 많겠지만, 현대옥은 체인점이라는 장점이 있다. 여기저기 많은 지점들이 골고루 안정적인 맛을 내기 때문이다. 실패하지 않는 안전한 선택을 좋아한다면 이곳을 찾으면 된다.
‘전주 현대옥’
원래 더 넓었는데, 최근에 가게를 반으로 좁혔다.
많은 음식점들이 어렵다더니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으로 보인다.
여긴 나에겐 한식집이나 마찬가지다. 왜? 반찬이 좋아서인데. 이렇게 기본 반찬이 나온다.
김치는 흔한 중국 수입김치가 아닌, 적당히 익은 김장김치 맛이다.
배추가 달다.
오징어젓은 잘게 썬 고추와 함께 나오는데, 매콤하고 짭짤해서 맨 밥에 먹기 딱 좋다.
고추절임은 맵지만 새콤함이 더해져서 피클처럼 입을 정화해 준다.
거기에 콩나물 해장국에 빠질 수 없는 김까지 마음껏 먹을 수 있다.
나왔다. 콩나물 해장국.
콩나물이 가득하다.
모두 알다시피 콩나물을 잘못 다루면 질겨지고, 비린내가 나곤 하는데 여긴 전문점 답다.
아삭아삭한 식감이, 제대로 조리된 콩나물 국밥 맞네.
밥이 말아져 나온다.
이게 바로 토렴식, ’전주남부시장식‘이라고 한다.
이 국물은 자극적이지 않고, 집에서 어머니가 끓여주신 콩나물국 같다.
부담 없이 시원한 맛이라 끊임없이 먹을 수 있다.
콩나물 해장국에 빠질 수 없는 수란.
뜨거운 콩나물 국물을 부어서 계란을 살짝 익혀 먹으면 부럽고 고소하다.
아삭아삭 콩나물부터 먹고.
밥 한 숟갈을 떠먹으니, 매콤하고 짭짤한 맛이 뜨끈하게 입 안 가득 찬다.
김을 올려서 먹으면 비로소 이 국밥이 완성된다.
밥이 좀 부족하면 셀프로 더 가져다 말아먹을 수 있다.
김을 국물에 살짝 적셔 먹으면 김의 식감이 조금 질겨지는데, 혹시 그 맛 아실는지?
나는 그런 색다른 느낌을 좋아한다.
맑은 국물.
콩나물과 밥알의 조화.
김치를 올려 먹으면 배추의 단 맛이 국밥과 잘 어울린다.
오징어젓도 같이 먹어보자.
역시 김이 제일 잘 어울린다.
다 먹었다.
그런 날이 있다. 너무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 말고 집에서 먹던 적당히 슴슴한 국물이 필요할 때. 찌개나 백반집을 가기는 싫고, 국밥은 너무 찐하고.
그럴 땐 콩나물 국밥이 제격이다. 심심할 정도로 단조로운 국물에 밥을 말아먹으면, 예전 어머니가 끓여서 식탁에 놓아주던 국이 떠오른다. 밥 말아서 후루룩 먹기 딱 좋은 농도와 맛.
너무 자극적인 식당밥에 질렸다면 한 번쯤 도전해 보시길. 콩나물은 몸에도 좋은 식재료 아니던가.
그나저나 추석이 지났는데 30도가 넘는 날씨, 이거 진짜 실화입니까. 기상 관측 이래 처음 있는 일이란다. 그동안 지구 기후가 이상하다, 심상치 않다, 그런 류의 이야기에 시큰둥했었는데. 이젠 본격적으로 체감되니 슬슬 무언가 특이점이 다가오는 건가 싶기도 하다. 과연 인류에게 남은 시간은 어느 정도일까.
행복을 미루지 맙시다.
모두,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행복하길.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