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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Sep 20. 2024

김명자 굴국밥, 바다향 가득히 진한 국물의 향연


굴을 함부로 먹을 순 없다. 생굴을 먹고 노로 바이러스로 고생했다거나 응급실에 다녀왔다는 경험담은 인터넷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 굴 양식장의 비위생적인 환경이 문제가 많다고 한다. 해양으로 직접 유입되는 하수나 오물이 굴 양식장에 영향을 끼친다니, 당장 개선을 바라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그래서, 굴을 함부로 먹을 순 없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굴이 먹고싶다. 노로 바이러스가 무섭지만, 85도 이상에서 1분 이상 가열하면 감염성을 잃는다니, 그럼 끓여서 먹는건 괜찮겠네?


굴국밥이 정답이구나.


그래서 방문한, '김명자 굴국밥'


굴국밥 하면 '김명자 굴국밥'이 떠오르니 원조가 맞긴 맞나보다.


여기는 예전 회사 다닐 때 종종 찾았던 곳인데, 그게 벌써 거의 10년이 되었다. 오랜만에 찾았더니, 리모델링을 했나보다. 예전에는 벽 쪽이 좌식 테이블이었는데, 많이 바뀌었구나. 주방쪽도 굉장히 깔끔한 분위기였다.주방이 깔끔하면 신뢰가 간다.


밑반찬. 보통 국밥집의 그것과 구성은 비슷하다.


나왔다. 굴국밥. 보글보글 끓는다.


국물이 뽀얗고 진하다. 설렁탕 같네. 간이 잘 되어있어 짭짤한 감칠맛이 적당하다. 바다향이 진하다.


약간 점성이 있는 국물. 미역, 두부, 부추 등이 들어가 있다. 굴은 물론 잔뜩.


밥은 같이 말아서 나온다.

한 숟갈 뜨니 큰 굴이 같이 올라온다.


계란도 하나 들어가 있다. 적당히 익어서 반숙처럼 즐길 수 있다.


너무 뜨거워서 이렇게 앞접시에 덜어놓고 조금씩 식혀 먹으면 된다.

그래서 자리에 아예 국자가 비치되어 있다.


굴이 크고 실하다.


미역 덕분에 국물에서 바다향이 진하게 풍긴다.


계란도 계속 올라온다.

굴과 계란의 조합이 의외로 괜찮다.


풋고추에 쌈장을 찍어서 먹으면 서양 피클이 부럽지 않다.


또 한 숟가락. 굴이 듬뿍 들어있다.


중간쯤 먹으면 국물이 이런 모양새를 띤다. 나는 이 때 국밥의 분위기를 좋아한다. 잘 정제된 진한 엑기스의 모양.


깍두기를 올려 먹어도 좋다. 미역, 굴 등 기본적으로 바다향이 진해서, 김치나 고추 같은 사이드가 꼭 필요하다.


양념 부추도 올려서 먹는다.


굴이 계속 나온다. 탱탱해서, 굴을 입에 넣고 씹으면 팍하고 육즙(?)이 터져나온다. 물론 국물이 배어든 것이겠지만, 육즙이라고 부를만한 맛이다.


양파에 쌈장을 올려서도 먹고. 오늘은 이것저것 올려 먹는게 많다.

굴국밥은 하얀 도화지 같아서, 자꾸 뭔가를 그려내고 싶어 그런가보다.(뜬금없는 국밥 도화지론)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뽀얀 국물.


다 먹었다.

완료


굴국밥이라니. 세상에 먹어봐야 할 국밥이 이렇게나 많다.


국밥에 이토록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다는 게 참 재미있다. 넣는 재료와 끓여내는 방식에 따라 이모양 저모양 다양한 생김새가 탄생한다. 굴을 넣으면 맛있는 굴국밥이 되는 것이다.


예전엔 굴이 비릴 것 같아서 아예 도전하지 않았을텐데, 나이드니 그런게 어딨어. 맛있으면 먹는거다.

고수가 그랬고, 홍어가 그랬다. 이젠 없어서 못먹는다.


늙어간다는 게 좋은 점은,

이렇게 다양한 시도를 통해 축적된 경험이, 나라는 사람을 유연하게 바꿔준다는 것이다.

'별로였는데, 막상 해봤더니 괜찮더라' 는 경험이 쌓이고 쌓여 이제는 부담없이 무엇이든 도전해볼 수 있게 되었다.


다음엔 또 뭘 먹으러 가볼까나.

즐거운 기대를 안고 가게를 나선다.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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