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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Aug 10. 2021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일

바로, '남 얘기 하기'다. 

소위 '뒷담화'라 불린다.

이보다 좋은 스포츠는 없으며, 스트레스 풀기에도 이만한 빅재미가 없다. 아마 원시시대부터 우리 조상님들은 뒷담화로 친목을 다지고, 조직의 결속력을 높이며, 타 부족이나 라이벌의 정보를 교환했을 것이다. 그래서 문명을 이루고, 도시를 건설할 수 있었을게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 들어서며 타 부족이나 라이벌의 개인사적 정보를 교환하며 발전을 이룰 필요는 없어졌다. 그렇게 소규모로 그룹을 만들어 사적인 경쟁을 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단순한 정치성 놀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직장에서라면 사규에 의거하여 업무 성과와 근태 등으로 평가/판단하면 될 일이다. 

그리고, 뒷담화가 사회 생활에서 그닥 좋은 소통의 방식이 아니라는 것은 겪어보면 안다. 뒷담화를 즐기는 사람은 결코 환영받지 못한다. 본능적으로 위협적이다. 그래서 그들의 평판은 그닥 좋지 않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뒷담화는 본인 수준을 떨어뜨리기에 가장 적합한 놀이가 되었다.


언젠가 성시경씨가 방송에 나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신동엽씨는 남 이야기를 절대로 안한다는 내용이었다. 어느 자리에서든 남 이야기를 하며 히히덕 거릴 수 있는데도, 절대로 남 이야기를 하지 않고. 누군가 남 이야기를 하면 자리를 바로 떠버린다는 것이었다. (아예 연을 끊는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던 것 같다.) 그 때부터 신동엽씨가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뒷담화를 안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사람이 둘 이상 모이면 무조건 남 이야기를 한다는데, 매번 혼자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남 이야기를 하다가도 문득 정신을 차리면 최대한 자리를 피하거나, 말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물론 정말 쉽지는 않다.)


이렇게 뒷담화를 안하려고 노력을 하다보니, 유난히 뒷담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유독 눈에 띈다. 

이렇게 많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사람들이 남 뒷얘기 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실제로 해보면 꽤 재미있다. 중독될 법 하다.) 잠깐 정신을 놓으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남 이야기를 하고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럴 땐 괜히 우울하다. 내가 이 정도밖에 안되나 싶기도 하고. 내 앞에서 남 이야기에 열 올리고 있는 사람이 무섭게 느껴진다. (이 사람 어딘가에서 이런 식으로 내 욕을 하고 다니는건 아닐까?)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 '뒷담화' 라는 것도 꼰대질의 일종이다. 뒷담화는 대부분 오지랖의 발현이고, 오지랖은 우리나라 꼰대 문화의 대표격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면 우리나라 꼰대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골고루 분포해 있는 듯 하다. 꼰대를 욕하고 있지만, 정작 본인도 꼰대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당사자 앞도 아닌, 당사자 뒤에서) 

더 무서운 점은 위에 이야기했던 것과 같다. 이 꼰대들이 내 앞에서 다른 사람 험담을 하다가, 자리를 옮기면 내 험담, 내 가족 험담을 한다는 사실이다. 내 앞에서 남의 험담을 한다면, 항상 의심해야 한다. 저 사람은 다른 자리에서 충분히 내 가족과 나에 대한 험담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얼마나 무섭고 소름끼치는 일인가)


뒷담화에 관한 명언들이 많다.

누가 너를 모욕하더라도, 앙갚음하려 들지 말라. 강가에 앉아 있노라면 머지 않아, 그의 시체가 떠내려가는 것을 보게 되리라.
기억하라, 등 뒤에서 욕을 하는 자가 있다면, 그들보다 두 걸음 앞서 있다는 뜻이다.

같은 글귀들이 있는데, 그 중에 가장 좋아하는 것은 이것이다.


앞에서 할 수 없는 말이라면, 뒤에서도 하지마라.


나는 일단, 내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다른사람 이야기를 하는데에 쓰고 싶지가 않다. 어떤 사람은 온통 모든 대화의 주제가 다른 사람에 대한 이야기 뿐인데, 그게 도대체 무슨 시간 낭비, 체력 낭비인가?? 내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 다른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은데, 내가 왜 나의 소중한 시간에 그 사람 생각을 해야 하는지??


하지만 꼭 다른사람 이야기를 해야 할 자리가 있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그런자리는 꼭 생기기 마련이다. 공동의 적을 정해 같이 험담하면 유대감이 올라간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렇다면 그런 자리에서는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까. 예전에 어떤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럴때는 이렇게 하면 된다.

 "그 사람이 내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가정하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그러면 스스로 험한 말 하는 것을 자제하게 되고, 적어도 심각한 선을 넘는 것은 피할 수 있게 된다. 

뭐 물론 가장 좋은건, 남 험담을 안하는 것이긴 하다. 당연하다.


험담은 줄이고,

칭찬은 늘이자.

결국은 나에게 다 돌아오게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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