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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Aug 14. 2021

일회용기들은 어디로 가나

나는 우리집 재활용 분리수거 담당이다. 

그래서 며칠에 한 번씩 재활용 모은 것들을 잔뜩 들고 내려가 수거장에 버리고 온다. 요새는 가볼때마다 늘 놀란다. 일회용 플라스틱이 어마어마하게 버려져 있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수거하는데도 그렇다. 

대부분은 배달 음식의 잔해들로 보인다. 크고 작은, 하얗고 까만 플라스틱 그릇들이 산더미처럼 넘치듯 쌓여있는 모습을 보면 무서울 지경이다. 나는 놀라며 내 몫의 일회용기 재활용 쓰레기를 쌓여있는 그 곳에 투척한다.


그렇다. 코로나 때문이다.

코로나로 나가서 식사하는 것이 껴려지고, 

마침 우리나라는 최강의 IT인프라가 구축된 국가고, 

그러다보니 배달앱을 바탕으로 한 배달음식 전성시대가 왔고, 

요새 재활용 수거장의 수많은 일회용품 쓰레기들은 그 결과 중 하나일 뿐이다.

나는 그 결과에서 자유로울까? 아니다. 우리 집도 배달 음식을 많이 시켜먹는다. 식당에서 먹기 불편하니, 포장해서 집으로 가지고와 먹기도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무섭기 때문이다. 건강과 목숨에 연관된 문제라,  이 앞에선 어떤 가치 판단도 무력화된다. 때때로 근처 김치찌게 집에 냄비를 직접 들고 가서 포장해 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음식점들은 그런 식으로 판매하지 않는다. 포장과 배달이라는 잘 갖춰진 프로세스가 있는 상황에서, 직접 냄비를 들고 오는 손님은 대체로 환영받기 힘들다.


플라스틱 일회용기는 재활용율도 굉장히 떨어진다. 시민들은 열심히 분리수거를 하지만, 실제 재활용되는 비율은 낮다고 한다. 음식물이 조금이라도 묻어있으면 재활용이 안된다고 들었다. 그래서 대부분은 쓰레기로 처리된다고 한다. 맞는지 잘 모르겠다.(적어도 세척을 해야하니, 그 리소스가 또 들어가겠다.) 

쓰레기로 취급받는 플라스틱 일회용기들은 태울텐데, 태우면서 또 안좋은 물질들이 연기로 배출된다. 태워지지 않는 것들은 산과 바다 어딘가에 매립되어 영원히 썩지 않고 수천 수만년 그대로 남아있을테지. 플라스틱은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이 새로운 종류의 물질을 만들어냈기에 벌어진 일이다. 석유는 계속 생산될테니, 플라스틱도 어마어마한 양을 계속 찍어낼 수 있다. (석유 매장량이 아직 넉넉하다는 것이 행운인지 불행인지 잘 모르겠다.)


그렇다면 일회용기를 마구 배출하는 나는 '악'일까? 

조금이라도 죄책감을 덜기위해, 배달앱 메모에 '일회용 숟가락과 젓가락은 빼주세요'라고 적는 행동은 위선일까? 이 쯤에서 선과 악의 구분이 모호해진다. 나는 코로나 확산을 막기위한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것인데, 이는 '선' 아닌가? 누군가의 선은 누군가에게 악으로 비춰질 수 있다.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가치판단의 결과는 달라진다. 그건 어른이 되가며 배울 수 있었다. 세상은 선과 악을 명확히 구분할 수 없다.

배달 음식을 시켜먹고 일회용 쓰레기를 배출하는 것이 '악'은 아니다. 그것이 '악'이라면 배민이나 쿠팡이츠는 '악'의 제왕 쯤 되는건가. 그럴리는 없잖는가.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음식점에서의 식사를 제한했고, 우리 시민들은 그 정책을 따르려고 배달 음식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종식'이라는 보다 더 큰 대의가 있기에 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고 일회용품으로만 배달되는 음식을 시켜먹는거다. 

그렇다면 뒷일은 누가 걱정하는걸까? 각종 배달앱을 통한 음식배달이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는 요즘, 누군가는 이 고민을 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고민을 할 수 있을까?

지금 당장 떠오르는건 

1. 생분해성 일회용기를 사용해 음식 배달을 하면, 썩어 없어지니까 괜찮지 않을까? 그럼 배달비용이 올라갈텐데, 나는 과연 그 비용으로 얼마까지 지불할 의사가 있을까.

2. 수거해 재활용이 가능한 식기를 통해 배달하면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렇게 하면 수거를 위한 비용이 추가될텐데 나는 얼마까지 지불할 수 있을까.

나는 환경을 위해서라면 한 번 배달시킬때마다 3,000원? 5,000원? 얼마까지 더 지불할 수 있을까? 어려운 일이다. 결국 전부 돈 문제로 귀결되는구나. 간편하게 먹고 버리는 비용을 쓰레기로 감당하고 있었나보다.

이런 부분에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려면, 결국 돈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대가 먼저 있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에 일회용품 사용 제한을 이야기했다간 국민적 공분을 살 것이 분명하다. 지금은 국가적, 세계적 위기상황이 아닌가? 


오늘도 이렇게 스스로 합리화하며,

재활용품 수거장에 플라스틱 일회용 쓰레기를 잔뜩 토해놓고 도망치듯 자리를 뜬다.


여러분의 배달 음식 생활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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