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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Aug 29. 2021

혹시, 무한도전 '시즌2' 인가요?


2006년, 그 무렵이었다.

그 당시는 인천에서 서울 시청 근처로 출퇴근 하던 시절이었다.

아침 통근버스 탑승 시간이 6:10분이었다. (이건 절대 잊혀지지 않는다.)

5시 무렵 일어나서 준비하고, 탑승장까지 걸어가는 그 춥고 어두운 새벽 길이 왜 그리도 피곤하던지.

퇴근길에 비라도 내리면, 집까지 두 시간은 걸렸다. (경인 고속도로는 늘,항상,매번 밀린다.)

비오는 퇴근의 낭만 따위는 생각하기도 힘들었다.


그렇게 약 5년 간 출퇴근 했다.

왕복 3시간 정도 회사와 집을 오가는 긴 거리를 매일매일 겪다보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보다는 어떻게든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게다가, 회사 일은 또 왜 그렇게 많던지. 

한창 일할 시기에 접어든 의욕 충만한 직장인에게, 업무는 하염없이 몰아닥쳤다. 그 당시는 그렇게 일하는게 맞다고 생각했기에, 영역 과 역할 가리지 않고 모든 일을 열심히 처리했다. 퇴근 길에는 당연히 녹초가 됐고, 버스에서는 기절하고. 또 다음 날 새벽에 일어나는 무한루틴.


그 무렵.

나를 버티게 해준 여러가지 행복한 것들 중 하나는 '무한도전' 이었다.

퇴근해서 '무한도전'을 노트북으로 그냥 틀어놨다.

마치 숨을 쉬는 것 같은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퇴근하면 무한도전을 틀어놓는다.


아무 생각없이 보고 낄낄 웃고, 잠들었다.

그러면 행복했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그런 친구들을 알고 지낸다는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

왜, 시덥잖은 이야기나, 별거 아닌 시시콜콜한 잡담을 해도 기분 좋은 오래된 친구들.

무한도전은 나에게 그런 친구들이었다.

힘든 회사 업무와, 길고 긴 출퇴근, 부족한 수면시간 등을 모두 잊고 잠깐 동안이라도 웃을 수 있게 만들어준 고마운 내 친구였다.


MBC '놀면 뭐하니'가 멤버십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반갑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하하와 정준하가 돌아왔으며, 박명수 등도 합류를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노홍철과 정형돈은 개인적인 사유로 고사했다고 한다. 아쉽지만, 이유를 충분히 이해한다.)


토요일 저녁 6:30, 이 시간에 TV 프로그램을 기다려본 건, 무한도전 종영(2018년 3월) 이후, 정말 오랜만이다. 다시 30대 그 시절로 돌아간 느낌. 힘들 때 친하게 지낸 든든한 친구를 다시 만난 기분이다.


내가 이런 자막에 뭉클한 감정을 느낄줄이야.

'또 시작이네 또 시작이야'

'하나도 안 변하냐'

아마 하하도 너무너무 반가운 마음에 저런 멘트를 했으리라. 

(대화 내용을 들어보면, 스텝들도 무한도전 그 친구들이 그대로 모여있는 것 같다.)


나는 나이가 들었다. 직장과 사회에서의 나는 어느덧 40대 중년의 아저씨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어두운 새벽 출근길을 나서는 그 당시의 나와 달라진 것은 늘어난 흰머리 뿐이라고 믿고있다.

오늘 '놀면 뭐하니'는 다시 그 시절의 마음을 느끼게 해 주었다.

하나도 안변한 내 친구 무한도전.


이런 자막은 하하에겐 안타깝지만, 반가운 건 어쩔 수 없구나.


저 로고만 '무한도전'으로 바뀌면, '무한도전 시즌2'와 다를 바 없을 것 같다.

앞으로 펼쳐질,
또 다른 반가운 친구들의 등장과 티키타카를 기대한다.


반갑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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