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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반합의 역사

by 이서


법원이 공격당했다.


2025년 1월 19일 새벽, 서울서부지방법원이 폭도들의 난동으로 쑥대밭이 되었다.

폭도들은 기자를 구타하고, 지나가는 시민들을 공격했다.

문을 부수고 창문을 깨며 법원 안으로 들어가며, 그들은 무려 경찰을 직접 폭행했다. 이 과정에서 9명의 경찰이 크게 다쳤다. 그중 4명은 뼈가 부러지는 등의 중상을 입었다.

폭도들 일부는 법원의 방화까지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을 불태우려 한 것이다.

대한민국 역사상 이런 일은 없었으며, 이는 내란에 준하는 사태로 그 심각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78677.html


20,30대 남성들이 주축인 300명 가량의 폭도들이 폭력을 휘두르며 사법체계를 무너뜨리려 시도한 것인데, 이 사태를 단순히 현상으로 바라보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그저 일회성 '사고'로 바라보면 될 일인가.


'파시즘'의 출현

이런 식의 극단적인 전체주의 사상은 늘 존재했다. 역사가 그랬다. 하지만 이렇게 무차별적이고 폭력적으로 등장한 것은 처음으로 보인다. 일베나 디시 등 일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사회에 점점 퍼져나가던 ‘파시즘’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가히 파괴적인 등장이다. 대한민국에도 이제 ’테러리스트‘가 존재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나. 충격과 공포는 이런 걸 말하는 것일까.



왜 이렇게 되어가는가.


이건 ‘현상’ 일뿐이다. 그 근본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 원인이 현상으로 나타나는, 그 거대한 흐름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것을 '정반합'의 이론으로 풀어보면 어떨까.


인간 역사를 돌아보면 비슷한 패턴이 반복된다. 이런 순서다. 1번부터 5번까지.


1. 과거를 뒤집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싶은 혁명가들이 등장한다.

2. 혁명이 이루어졌으니, 이제 안정을 원하는 세대들이 질서를 구축하고 싶어 한다.

3. 사회가 어느 정도 안정된다. 실용적인 삶을 원하는 세대들이 주축이 된다. 개인주의적이며 물질만능의 세태가 자리 잡는다. 혁명가들은 자취를 감췄다.

4. 부의 불평등이 심화된다. 차별받는 집단이 나타난다. 냉소주의자들이 등장한다. 과연 이 세상이 올바른지에 대해 서서히 의심하기 시작한다. 기성세대의 가치관에 의문을 품고 불신한다.

5. 1번으로 돌아간다.


나는 지금이 3번에서 4번으로 넘어가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부자되세요' 라는 물질 만능주의가 10년 넘게 세상을 지배했고, '나만 아니면 돼'라는 저질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사회의 근간을 이룬 지 꽤 되었다. 젊은 세대와 어른들의 갈등, 젠더 간 갈등 등이 극도에 달하고, 부의 불평등과 그에 따른 불만이 최고조에 다다른다.


모두 슬슬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게 맞는가?



1,2,3,4가 반복되는 것은 아무래도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보인다.

양극화의 심화로 사회가 병들고 갈등이 깊어지면서 나타나는 이 반응(현상)은 단순히 흥분한 시민들의 폭력행위 정도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전체주의의 끝판왕 격인 나치즘도 마찬가지였다. 살기 힘들었던 패전국 독일은 유대인을 공공의 적으로 설정하고 파시즘을 격화, 사회의 갈등을 결국 전쟁으로 해결하려 했다. 그 끝은 파멸이었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대한민국의 자산 불평등, 출산율 저하, 빈곤층 증가, 지방 붕괴 등. 그 수많은 현상들은 이번 서부지방법원 소요사태와 모두 연결되어 있다. 애초에 이런 사태를 예측할 수 있었다. 일베나 디시인사이드, 극우 유튜버의 인기 증가도 마찬가지 현상이다.


기사 '대한민국 자산 불평등 심화'

한국의 자산 불평등이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막 벗어나기 시작했던 지난해보다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략)
자산 불평등은 1년 전보다 악화했다. 순자산을 기준으로 가구를 10개 분위로 나눴을 때 상위 10%에 해당하는 가구의 순자산 점유율은 44.4%로 1년 전보다 1.0% 포인트 증가하며 전체에서 유일하게 증가했다. 반면 나머지 분위는 그대로이거나 약간 감소했다. 상위 10% 가구에서 저축액이 증가했을 뿐 아니라 건물, 상가 등 거주 주택 이외 부동산을 더 구매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자산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순자산 지니계수’도 올해 0.612로 1년 전보다 0.007 늘었다. 해당 지표는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도가 커지는 것으로 본다.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0020995055


다시 말하지만, 폭동을 일으킨 그들은 '원인'이 아니다. 단지 '현상'일뿐이다. 태극기 부대, 사이비 종교인, '국민의 힘'과 같은 극우 정당의 득세. 모두 마찬가지로 양극화 등 팍팍한 삶의 지속으로 인한 '현상'이다.


'국민의 힘'이나 윤석렬이 그 만악의 근원이라고? 그들이 사라지면 이 문제가 모두 해결될 것이라고?

아니다. 그것들은 그저 ‘현상’에 불과하다. 원인이 아니다. 그들은 앞으로도 계속 나타난다.


양극화 해결의 방법은 민주주의 뿐이다.

모두 함께 더불어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파시즘을 막을 방법을 민주주의 기반하에서 찾아야 한다.

모두가 공동의 가치관을 갖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한 팀이 되어야 한다.

네 편 내 편이 아닌, 우리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가치관의 정립이 필요하다. 서로 조금 더 양보하고, 배려해야 한다. 물질만능의 가치를 타파해야 한다. ’욕망‘이 아닌 ’이성‘이 중심이 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안그러면 계속 반복된다. 제2, 제3의 내란과 폭동이 반복해서 일어날 뿐이다. 무력을 통한 혁명만이 지상 최대의 가치가 되어선 곤란하다.


증오만으로는 그 무엇도 해결할 수 없다.

편을 나누면 결국 싸움이 날 수밖에 없다.

2차 세계대전이 그것을 입증했다.

우리는 공동체의 일원이고 한 팀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부동산, 아파트, 주식, 비트코인이 대한민국의 종교가 되어선 안된다. 그보다 더 큰 가치가 우리에겐 분명히 있다. 선하고 정의롭게 행동하는 것을 기반으로, 간소하고 단순하게 살며, 구성원 모두가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며 더불어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당신이 바라보는 삶의 가치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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