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용기가 있는가
내란이 일어났던 2024년 12월 3일.
국회를 봉쇄하고 국회의원을 강제로 끌어내라는 명령을 아무런 판단 없이 따랐던 군인들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짓밟았다.
특수부대원들은 적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지켜야 할 본연의 사명을 저버리고, 오히려 국민을 향해 총구를 겨눈 채 국회를 무력으로 침탈하려 했다. 국회 창문을 부수고 진입했으며, 취재 중이던 기자의 손발을 결박해 강제로 연행하려 했고, 국회 전체의 전원을 차단해 표결 자체를 막으려 했다. 이는 1961년 5・16 쿠데타 이후 다시 벌어진 군인들의 내란이었다.
하지만,
그날 원칙을 지키고 부당한 명령을 거부했던 세 명의 군인들이 있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다.
그들을 기록한다.
1. 김형기 특전대대장
육군 특수전사령부 1 특전대대장인 김형기 중령은 12월 3일 밤, 1 공수여단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국회 담을 넘고 들어가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는 전화를 끊자마자 부하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회의사당의 주인은 국회의원인데 무슨 X소리냐"
그는 이후 이런 지시도 받았다. '계엄군의 국회 봉쇄 및 침탈에 항거하는 시민들을 강제 진압하라' 그는 '지시의 정당성에 의문이 들었다, 이 역시 이행하지 않았다'라고 내란 재판에서 밝혔다.
그는 부당한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
2. 조성현 1경비단장
조성현 경비단장은 수방사 소속이다. 수도방위사령부. 이름 그대로 수도 서울을 적의 침략으로부터 지키는 부대. 내란의 밤, 수방사 군인들이 시민들을 향해 총부리를 들이밀었다. 하지만 조성현 경비단장은 예외였다.
조 단장은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 그 내용은 현재 결정문에도 아래처럼 기록되어 있다. '조성현은 임무가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하여, 국회 경내로 들어간 군인들에게는 사람들이 없는 지역에 계속 집결해 있을 것을, 국회로 이동 중이던 후속부대에게는 서강대교를 넘지 말고 기다릴 것을 각각 지시하였다.'
그는 부당한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
3. 김문상 수방사 처장
김문상 작전처장은 그날, 수방사 작전통제 지휘실에서 계엄군(특전사) 헬기의 서울 진입을 불허했다. 그 덕분에 헬기를 통한 국회의사당 침탈이 최소 40분 이상 지연되었다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내란 진압에 그의 공이 컸다. 정말 하늘이 도왔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그는 왜 그랬을까. '사전 승인이 없는 비행체'였기 때문이다. 군인으로서 원칙을 충실히 지켰다.
그는 부당한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
내가 이 글을 굳이 ‘회사생활’ 매거진에 올리는 이유는, 이 사건이 사실상 회사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군인도 결국은 직장인이다. 그들 역시 가족이 있었을 것이고, 월급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유일한 생계수단이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상사의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회사에서처럼 징계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나와 가족의 밥줄이 끊길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의 세 사람은 원칙을 지키며 부당한 지시에 맞서 싸웠다. 직장에서의 불의에 침묵하지 않은 것이다.
회사생활을 하는 우리라면 어땠을까.
나라면 어땠을까.
부당한 지시를 무시할 수 있었을까.
나는 잘 모르겠다.
솔직히 장담하기 어렵다.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스토브리그'에 이런 장면이 있다.
주인공 백승수 단장이 상사의 부당한 지시에 계속 맞서자, 그의 상사인 권경민 상무가 그를 질책한다.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냐”고 말하면서 말이다.
권경민 : 너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냐?
백승수 : 말을 들으면, 당신들이 다르게 대합니까?
권경민 : 다르게 대하지.
백승수 : 말을 잘 듣는다고 달라지는 게 하나도 없던데요.
권경민 : 니가 말을 잘 들어본 적이 있긴 있냐.
백승수 : 후회합니다. 그때를.
권경민 : 지랄하네. 그런 적도 없으면서.
백승수 : 말을 잘 들으면, 부당한 일을 계속 시킵니다. 자기들 손이 더러워지지 않을 일을.
조금이라도 제대로 된 조직이면, 말을 안 들어도 일을 잘하면 그냥 놔둡니다.
나는 어떤가.
당신은 어떤가.
우리에겐,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용기가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