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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복면관, 또 생각났다. 그 국물이

by 이서


우육면은 잊을만하면 생각이 난다.

요새 유행하는 마라탕처럼 극단적으로 맵고 짜고 자극적이지 않은데도, 우육면만의 묘한 매력이 있다.


아내가 우육면과 딤섬을 먹고 싶다고 해서

신복면관을 같이 찾았다.


입장.

사람이 많구나.

이것저것 맛보려고 몇 가지 시켜봤다.


기본이 중요한 법.

밑반찬이 깔끔하고 알차면, 본 음식에 대한 기대가 커진다.

나는 아직도 이 반찬들의 정확한 명칭을 잘 모르겠다.


궁보계정덮밥

고추장에 케첩 들어간 맛인데, 어디서 먹어본 맛이다.

잘 생각해 보니 매콤한 양념치킨 맛이랑 비슷하다.

대파, 땅콩, 닭고기, 고추가 잘 어우러진다.


같이 나오는 계란국이 걸쭉하다.


밥에 잘 비벼서 먹으니 어린이들이 좋아할 맛이다.

나는 어린이가 아니지만 이런 맛도 좋다.


쇼륭포오

딤섬도 하나 시켜봤다.


요렇게 간장생강을 얹어 먹었다.


육즙이 가득하다.

육즙을 흘리지 않고 먹으려면 세심한 동작이 필요하다.


우육도삭면

오늘의 주인공. 우육면.

마라향이 듬뿍 들어간 소고깃국 맛이다.


어디서 주워 들었는데,

대만 북부 타이베이 스타일은 매콤한 맛, 대만 남부 가오슝 스타일은 달콤한 간장 맛이라고 한다.

그럼 여기는 북부 스타일이라고 봐도 되려나.


고추기름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옛날에 시골 할머니집에서 먹던 매콤한 뭇국이 자꾸 생각난다.

간이 세지 않고 적당해서 좋다.


일반면이 아니라 도삭면이다.

도삭면이란.

도삭면은 중국 산시 지역의 국수 요리이다. 연길 냉면, 베이징 자장몐, 쓰촨 단단몐, 우한 러간몐과 함께 중국의 5대 면 요리 가운데 하나이다. 반죽을 칼로 대패질 하듯 깎아내는 기술은 난이도가 높고 익히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며, 중국 산시 지방에서는 해마다 다오샤오몐 만드는 칼 솜씨를 겨루는 경연대회가 열린다. (출처 : 위키피디아)


칼로 깎아낸 면의 굵기가 제각각이라 씹는 맛이 좋다.


소고기도 큼직하게 들어있다.

입에 넣어보니 부드러워 살살 녹는다.


얼큰한 마라향 국물이 매력적이다.

후루룩후루룩. 국물이 계속 들어간다.


이렇게 한 젓가락에 고기와 면을 함께 건져먹으면 입안에서 면의 쫄깃한 식감과 육즙의 고소한 맛이 매콤한 고추기름과 함께 폭발한다.

가히 폭력적인 맛이다.

우육탕면은 이런 느낌 때문에 잊을만하면 종종 생각난다.


다 먹었다.

완료


다 먹고, 아내와 근처를 좀 걸었다.

같이 전시를 봤다.


드가의 ‘발레수업’이다.

그림 속 노인이 교수인 것 같다. 그의 말을 경청하는 발레리나들을 보고 있노라니, 오랜 지식의 가치가 인정받는 느낌이 들어 어쩐지 좋았다.

나도 저런 어른을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니, 이제 저런 어른이 되어야 할 나이일지도.


입으로는 맛있게 잘 먹고, 전시회를 통해 눈으로도 잘 보았다.

이게 행복이지 다른 게 뭐 또 있겠나.


이렇게 하루하루 소소하게 감사하며 살아간다.


오늘도 잘 먹고,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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