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뽕밥을 먹고 싶었다.
나의 메뉴선정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누군가는 내가 짬뽕밥을 먹을 때마다 나에게 말했다.
"답답하네. 그냥 짬뽕을 시켜 먹으란 말이야~ 아니, 면 먼저 먹고, 남은 국물에 밥 말아먹으면 2가지를 다 즐길 수 있는데, 대체 왜 굳이 짬뽕밥을 시키는 거야?"
내 생각은 이렇다.
짬뽕과 짬뽕밥은 순수히 국물의 관점에서 전혀 다르다.
짬뽕에 면이 들어가면 밀가루 면의 전분기가 녹아 나와, 국물이 탁해진다. 그건 참기 어렵다.
짬뽕의 깔끔한 국물을 온전히 제대로 즐기려면 짬뽕밥을 먹아야 한다.
(네. 궤변 맞습니다.)
삼성각을 찾았다.
여기, 얼마 전에 주방에서 화재가 났었는데 다시 정비하고 오픈했나 보다.
오늘은 불 안 나겠지.
입구에 유명인사들의 싸인들이 가득하다.
나는 늘 궁금하다.
이 싸인들이 다 진짜일까?
인터넷에서 유명한 호날두의 이 싸인처럼 말이다.(이 싸인의 진위여부를 아시는 분은 연락 바랍니다.)
삼성각 입구의 수많은 싸인들.
내부는 넓다.
프라이빗한 방도 마련되어 있다.
짬뽕밥을 주문했다.
기본 반찬이 나왔다.
나왔다.
짬뽕밥.
이 상태의 국물이 가장 좋다.
전분기는 없다.
순수하고 진하다.
짬뽕밥을 즐길 때 가장 중요한 건 물론 짬뽕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밥이다.
밥이 올바르지 않으면 제대로 국물을 음미할 수 없다.
삼성각의 밥은 적당히 꼬들하여 훌륭하다.
(진밥이 나오면 낭패다.)
건더기도 훌륭하다.
보통 너무 익어 흐물흐물해진 양파가 대부분인 집도 있는데, 여긴 다양한 건더기가 풍부하다.
당면도 들어가 있다.
짬뽕을 주문하면, 당면은 없을 거다.
짬뽕밥이기에 우린 당면을 볼 수 있다.
오징어.
나는 짬뽕의 오징어에 대해 할 말이 많은데.
어느새부턴가 짬뽕에서 오징어가 사라지고 있다.
오징어 대신, 오징어를 흉내 내는 '홈볼트 오징어'나 '위소라 슬라이스'로 대체하는 중국집이 많아졌다.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싼 재료를 넣어 적당히 모양만 유지하는 것이다.
슬픈 현실이다.
(그나저나 여기 이건 오징어가 맞겠지.)
알맞게 지어진 밥.
밥 한 숟가락 먹고, 국물 한 숟가락 떠먹으면 딱 좋다.
목이버섯.
식감이 재밌다.
'비싼' 오징어.
작지만 쫄깃하게 씹는 맛이 좋다.
밥을 떠서, 국물에 적셔서 먹어도 맛있다.
배추도 들어가 있다.
여전히 맑은 국물.
얼큰하다.
달지 않아서 좋다. 요샌 음식이 죄다 너무 달다.
자, 이제 밥을 말아서 즐겨보자.
밥을 말고 조금 기다린다.
적셔지도록.
국물이 밥알 하나하나에 잘 코팅되었다.
짬뽕밥의 백미.
맛있다.
다 먹었다.
집에 오는 길에 저녁 하늘이 예뻤다.
배가 불러서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는 건가.
아니면 우주 시뮬레이션의 일시적 오류인 건가.
핑크빛 하늘이라니, 귀하구나.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