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아들이 별식(이라고 쓰고 괴식이라고 읽음)을 제안했다.
유튜브에서 봤단다.
제목은 '콘치즈 불닭볶음면'
불닭볶음면 개발자의 레시피라서 맛있을 거라고.
(근데 아들, 그거 벌써 3년도 넘은 방송이던데...)
그래도 좋다.
아들의 제안은 언제나 환영!
같이 만들어보자.
아들과 함께 늦은 저녁 마트에 다녀왔다.
집에 있던 재료들 + 새로 사 온 재료들로 준비.
아빠는 사진만 찍을게.
니가 다 만들어보렴.
야무지게 콕콕콕콕 구멍 뚫는 빠른 손놀림.
물을 버리고, 양념을 넣고 비벼준다.
여기에 이 레시피의 킥, 콘치즈를 듬뿍 넣어준다.
아마 단맛을 추가하려고 하는 듯.
맛있겠다.
갑자기 이자까야에서 파는 옥수수철판구이가 생각난다. 그게 엄청 달지.
여기에 마요네즈도 듬뿍 넣는다.
맛있는 건 다 넣는구나.
유퀴즈에 나온 개발자분이 설탕도 넣으라고 했다.
그렇다면 넣어야지.
맛이 없을 수가 없겠구나. 역시 매운 것 + 단것 조합은 진리인 건가.
모짜렐라 치즈도 듬뿍 올린다.
이렇게 재료들은 일단 다 넣고.
전자레인지에 1분 30초 돌려준다.
근데, 치즈가 잘 안 녹더라. 1분 더 돌려줬다.
완성?
비벼보자.
오 먹음직스럽다.
이건 맛없을 수가 없겠는데.
설탕과 단 것을 많이 넣었지만, 역시 매운 건 매운 거다.
많이 맵다.
아 맵다 매워.
아까 같이 재료 사러 갔을 때 아들이 장 보면서 묻더라.
“아빠 맵찔이잖아. 딸기우유도 살까?” 나는 맵찔이가 맞아서 반박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들. 너도 맵찔이잖아, 그래서 맨날 까르보 불닭만 먹잖아. 친부가 아들을 폭로하는 게 어쩐지 비정하지만, 맵부심의 세계는 냉정한 법.
나는 아들이 골라준 우유를 얼른 꿀꺽꿀꺽 다 마셨다. 솔직히 고맙다 아들. 우유 덕분에 살았다. 나는 맵찔이가 맞다. 인정.
괴식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저렇게 조합해서 만드는 별식이다.
맛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소중한 건 사랑하는 아들과 함께 만들어 먹는다는 것.
소중한 추억이 남으니 나로선 일석이조다.
고마워 아들.
덕분에 재미있게 장도 같이 보고, 만들고, 즐거운 시간 보냈다.
다음에 또 추천해 줘.
아빠는 언제나 기다리고 있을게.
오늘도 같이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