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초대권이 2장 생겨서 아들과 보러 가기로 했다.
아내는 같이 가서, 공연장 밖 카페에서 기다려주기로 하고.
저녁을 먼저 먹고, 공연장에 가자.
마침 공연도 코엑스에서 보는 거라, 근처에서 먹기로 했다.
지나가다 우연히 보고 들어간 '스트릿'
대만,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음식들을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아시아 푸드 전문점이라고 한다.
일단 입장.
10개 남짓한 테이블이다.
저녁시간이라서 그런 건진 모르겠지만 만석이었다.
우리가 들어오고 나서, 대기줄이 생기더라.
'카라이멘'
채소와 차슈가 들어간 매콤한 일본식 라멘이다.
자극적이고 매콤한 향이 코를 자극한다.
국물이 진하다.
일본 라멘 특유의 고기국물.
한국은 인스턴트로 라면계가 평정된 반면, 일본은 여전히 직접 국물을 낸 라멘으로 승부하는 것 같다.
잘 모르겠지만, 몇 번 일본을 다녀온 경험으로 그렇다.
명맥을 이어가는, 일본 라멘의 장인정신에 가까운 고집이 멋지다.
국물은 역시 훌륭했다.
면은 쫄깃하고 탄탄하다.
생면이라 그런 거겠지만, 좀 더 '요리'에 가깝다.
큼직한 차슈가 일품이다.
매콤한 국물과 잘 어울린다.
매운걸 잘 먹지 못하는 아들도 맛있다며 잘 먹었다.
'소고기 가지 덮밥'
소고기와 튀긴 가지에 어향 소스로 맛을 낸 중화식 덮밥이다.
나만 궁금한 건지 모르겠지만, 중국 음식에 자주 등장하는 이 '어향 소스'가 궁금했다.
<어향 소스>
魚香 (어향) → 물고기 어(魚) + 향기 향(香) 즉, '생선 향이 나는 소스'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비린 거 아냐?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걱정 마시라. 진짜 생선을 넣은 소스는 아니니까.
중국 사천(쓰촨) 지방에서 옛날에 생선 요리(특히 민물고기)를 요리할 때 쓰던 양념법을 고기·채소 요리에도 응용하면서 ‘어향’이라는 이름이 계속 쓰이게 된 거다. 즉, '생선 향처럼 감칠맛 나는 양념법'이라는 뜻으로 해석하면 되겠다.
맵고, 달고, 짜고, 시큼하고, 향긋한 사천요리 특유의 복합적인 맛으로 유명하다.
어향 소스 설명은 여기까지.
소스의 유래를 공부했으니, 이제 먹어보자.
잘 비빈다.
짭짤하고 매콤한 향이 좋다.
어릴 땐 가지에 입조차 대지 않았는데, 지금은 가지가 그렇게 맛있다.
짭짤한 소스와 튀긴 가지가 잘 어우러졌다.
한 입 베어 물면 가지의 육즙, 아니 채즙이 입안 가득 퍼진다.
소고기가 얇아서 밥에 비벼먹기 적절하다.
달콤 짭짜름한 소스와 가지, 소고기, 흰 밥의 조화가 좋다.
'꿔바로우'
우리 모두 알고 있는 그거 맞다.
나에겐 아직도 탕수육과 꿔바로우가 비슷하게 느껴진다.
자상한 아빠의 모습으로, 먹기 좋은 크기로 잘 잘라준다.
(하지만 아내와 아들은 관심이 없더라.)
고기가 두툼하다.
찹쌀반죽과 고기를 같이 씹으니 달콤하다.
물론 소스 맛이겠지만.
흰 밥 한 그릇 더 주문했다.
남은 라멘 국물에 말아서 싹싹 먹었다.
마무리가 좋다.
밥을 먹고, 공연장에 왔다.
솔직히 초대권을 받은 뮤지컬이라, 큰 기대 안 했었다.
일본 원작의 작품이라는 이야기에, 아이들이 볼만한 수준의 소품이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아들보다 내가 더 재미있게 봤다.
배우들의 노래, 춤을 비롯한 연기도 훌륭했고 무대 구성과 음악도 매우 좋았다.
(아들이 나한테 박수 좀 그만 치고, 환호성 좀 그만 지르라고 할 정도였다 ㅋㅋ)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정말 신나게, 재미있게 봤습니다.
배우분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좋은 공연 보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미리 지레짐작하지 말아야 하는데.
나는 또 실수를 했구나.
무엇이든 직접 확인하기 전에, 편견이나 선입견을 가지면 안 된다.
명심 또 명심하자.
오늘도 잘 먹고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