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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원순대(강남점), 진국이란 바로 이런 것

by 이서


강남역 근처에 떠오르는 순댓국계의 신성이 있다는 소문이 들렸다.

순댓국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안 가볼 수 없었다.

대체 어떤 곳이길래?


소문이 무성한 '담원순대'를 찾았다.

강남역에서 걸어가기 적당한 거리다.


평일 점심에는 웨이팅이 필수라고 한다.

나는 비가 오는 주말 저녁에 방문했는데, 따로 기다림 없이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종업원분들이 친절하게 대응해 주셔서 첫 느낌이 좋았다.

잘 되는 가게는 일하시는 분들의 표정부터 다르다.


깔끔하게 관리된 양념장들이 인상적이다. 받침쟁반에도 양념이 흘러내린 부분이 없었다. 누군가 계속 닦아준다는 것일 테다. 이런 부분을 보면 가게의 수준을 알 수 있다.


밑반찬으로는 고추, 양파와 깍두기.


나왔다. 순댓국.

부추가 푸짐히 얹혀서 좋다.

부글부글 끓으며 나온다.


아니 이게 지금.

건더기가 가득 차다 못해 넘칠지경이다.

국물이 안 보일 정도로 건더기가 듬뿍이다.


국물 맛이 어쩐지 삼계탕 국물 느낌이다. 간 마늘 때문인가.

그나저나 사진 초점이 뒤에 가있네. 음식 리뷰로 부적합하지만, 뭐 ㅋㅋ 그냥 올린다.

진한 국물 느낌만 전해지면 됐지. 뭐.


순대는 당면순대가 아니다.


고기가 푹 익어서 부들부들하다.

입에 넣으면 살살 녹는다.

고기와 부추를 함께 먹으니 식감이 조화롭다.


비계나 오돌뼈 등이 많은 자투리 부속이 아닌, 이런 제대로 된 살코기 부위가 많아서 마음에 들었다.


고기가 부드럽고 작게 다듬어져 있다.

배우 이장우 씨가 차린 국밥집(호석촌)이 이런 느낌이었지.


국물이 진하다.


한참을 고기만 건져먹었다.

열심히 먹었는데도 건더기가 줄어들지가 않는다.

나는 많이 먹는 편이 아니라, 이러면 조금 무서워진다.


밥을 말았다.


다 먹었다.


소문만 듣고 찾았던 곳인데, 맛이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순댓국이란 게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법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취향차이지.


그런 의미에서 여기는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깔끔한 국물이라기보다는 진하고 탁한 스타일이라서 그렇게 느껴졌다.


농민백암순대나 청와옥의 칼칼하고 깔끔한 국물을 선호하는 나로선 담원순대의 국물은 좀 느끼했다.


나는 덩어리가 큰 고기의 씹는 식감을 좋아하는데, 고기가 잘게 잘려 나오는 점도 아쉬웠다. 호석촌이 비슷한데, 나는 그래서 호석촌을 다시 방문하지 않는다. 아, 물론 건더기의 양은 정말 푸짐하다. 성인 남성이 충분히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이 가게 뭔가 묘하게 마음에 들었다. 뼈해장국도 판매하는데 그것도 맛보고 싶어서 며칠 후 도반 O와 함께 다시 방문했다. O에게 여기 순댓국을 소개하고 의견을 듣고 싶기도 했다.


나는 뼈해장국, O는 순댓국을 주문했다.


나왔다. 뼈해장국.


고추기름인가. 순댓국보다 맑고 가볍다.

이쪽이 내 취향이다.


뼈에 붙은 살코기도 잘 익어 먹기 좋다.

그러나 뼈의 양이 좀 아쉽다.


밥을 말아먹었다. 굳이 순댓국과 비교하자면 나는 이 집 뼈해장국에 한 표 주겠다.


O는 순댓국을 잘 먹었다. 맛있다고 했으며 괜찮다는 의견이었다. 그렇다. 맛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개인 취향의 문제라서 여기 순댓국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분명히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래서 입소문이 나는 것일 테고. 그렇게 자신의 취향을 찾아가는 것이 또 재미 아니겠는가.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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