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의예지'
유교에서 이야기하는 인간이 마땅히 가져야 할 4가지 덕목.
21세기에 무슨 '인의예지' 타령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AI가 등장하는 지금이야말로 '인간의 덕목'에 오히려 집중해야 할 시기이다.
왜 인간의 덕목에 주목해야 하는가.
AI가 할 수 없는 영역이 있기 때문이다.
AI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규칙을 찾아내는 데 매우 뛰어나다. 우리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공감, 윤리적 판단, 창의적 통찰은 오직 인간만이 제대로 할 수 있다. 친구가 힘들다고 할 때 따뜻하게 위로해 주는 마음은 AI가 흉내는 낼 수 있겠지만, 진심으로 공감하긴 어렵다. 게다가 어려운 선택 앞에서 옳고 그름을 고민하는 윤리적 책임감 앞에서 AI는 로직으로 계산한 판단만을 할 뿐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인간이 져야만 한다. 이 시대에 인간의 덕목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사람들은 인간다운 면을 원한다.
AI의 시대에 '빠르고 정확한 일'은 인공지능이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지금도 그렇다. 앞으로 그 기술은 더욱 발전할 것이다. 그렇게 될수록 오히려 인간다운 것이 경쟁력이 된다. 인간은 여전히 사람답고 따뜻한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기술 발전의 반대급부로 인간성이 사라지고, 그럴수록 우리는 아날로그에 강하게 끌린다. 전자책이 이토록 발전했지만, 여전히 종이책과 문구시장이 뜨거운 이유와 비슷하다. 전기차가 다양하게 생산되고 있지만, 여전히 내연기관 자동차 선호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도 마찬가지.
우리는 ARS와 챗봇의 기계적인 답변보다 공감과 배려가 깔린 고객 서비스를 원하며, 감정과 이야기의 깊이가 있는 예술, 문화 영역에 끌린다.
회사생활은 어떤가? 기계처럼 일하는 냉정한 보스보다는 팀원들과 공감하며 마음을 움직이고 함께 나아가게 만드는 리더를 원하지 않는가. 당신의 경우를 떠올려보라. 퇴사 후에도 관계를 이어가는 진짜 인연은 일 잘하는 로봇인가, 따뜻한 동료인가. 우리는, 인간은, 인간다운 면을 원하게 되어있다. 자연스럽게 끌린다. 어쩔 수 없다.
이처럼,
미래에는 더욱 인간적인 면모가 중요시될 것이고, 그 중심에는 '공감'능력이 있다.
그렇다면 다시 '인의예지'로 돌아가 구체적으로 풀어보자. 맹자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측은지심은 '인'의 단서요, 수오지심은 '의'의 단서요, 사양지심은 '예'의 단서요, 시비지심은 '지'의 단서이다.”
•측은지심 : 남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
•수오지심 :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마음
•사양지심 : 서로 양보하고 겸손해하는 마음
•시비지심 : 옳고 그름을 가려내는 마음
맹자가 이야기한 4가지 '측은지심' ,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 은 모두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 소양을 뜻한다. 이 얼마나 앞서갔는가. 사실상 AI시대를 예견한 인간성 복구의 법칙을 설명한 것이다.
농사를 짓고, 공장에서 물건을 생산하는 능력이 사람에게 최고의 덕목이었던 지난 수천 년이 지나, AI가 생산을 담당할 세상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예전에는 생산하고 개발하는 능력만 있다면, 성격이 더럽고 싸가지가 없고 예의가 없어도 인정해 줬다. 먹고사는 일뿐이었던 시대. 생존을 위해 공헌하고, 인류에 이바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인간은 단순 생산력에서 AI를 이길 수 없다.
그럴수록 맹자의 '4단' 즉, '인의예지'는 AI시대에 인간이 갖춰야 할 점점 더 중요한 덕목이 될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는 더욱더 매력적이고 가까이해야 할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것도 분명하다.
우리는 어떤 사람과 가까이해야 하는가.
한국전쟁 당시, '보도연맹 학살사건'이 벌어졌다. 좌익에 몸담았다가 전향한 사람들이 가입한 '국민보도연맹'이라는 단체의 소속원들을 이승만이 무자비하게 학살한 사건이다. 피해자는 10만 명에서 120만 명까지 추정된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도 그 잔인한 내용이 자세히 묘사되었다.
당시, 구례 경찰서장이었던 '안종삼'은 인민군이 남쪽으로 밀려내려 오는 와중에 명령을 받았다. '구례 경찰서 유치장에 갇힌 보도연맹원 480명을 처형하고 후방으로 퇴각하라'는 명령이었다. 좌익이었던 보도연맹 가입자들이 다시 전향해 북한군에 충성할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였다.
안종삼은 '측은지심' 과 '수오지심' 등이 발동했던 것 같다.
그는 잘못된 명령에 복종하지 않고, 480명 모두를 석방했다. 석방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조치로 내가 반역으로 몰려 죽을지 모르지만.... 혹시 죽으면 나의 혼이 480명 각자의 가슴에 들어가 지킬 것이니 부디 새 사람이 되어주십시오."
후에 구례시민들은 그의 공덕을 담은 10폭짜리 병풍과 시를 선물했다. 시의 내용은 이렇다.
"은혜는 동정호처럼 깊고, 덕망은 방장산처럼 높네"
이런 행동이 인간성의 복구다.
AI는 이렇게 행동하지 못한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따르고 존경할 것이다.
AI의 발달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이 시대. 오히려 인간의 덕목이 중요해진다.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인간답게 사는 것에 관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인의예지'는 지나간 구시대의 사상이 아니다.
오히려 미래에 더욱 소중한 인간의 기본소양이 될 것이다.
나는 인류가 기계가 아닌, 끝까지 인간으로 남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