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수십 년 전 daum은 인터넷 최강자였다. 1995년 '한메일넷'으로 무료 웹메일 서비스를 시작해 시장을 선점했으며, 1999년 '다음카페'를 만들어 온라인 커뮤니티를 휩쓸었다. '메일+카페'의 조합은 사용자를 daum 생태계에 락인시키기 충분한 기능이었다. 2000년 초반에는 모두 '한메일'을 통해 메일을 주고받았고, 그로 인해 포탈검색 점유율도 1위를 차지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어떤 사건 하나로 나락으로 떨어진다. 네이버에 역전당한 것도 그 무렵. 다시 살아나지 못했다.
서두에 설명했듯 '한메일(net)'은 국민 이메일로 불릴 정도로 대중적이었다. 하지만 2002년, 스팸메일 차단과 시스템 운영비 부담을 이유로 'daum 우표제'라는 유료 정책을 도입한다. 사용자가 대량 메일을 보낼 때 일정 비용(전자우표)을 지불하도록 한 것이다.
이 정책은 당시로선 합리적인 시도처럼 보였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가히 '몰락'에 가까웠다. 대중은 공짜가 당연한 이메일 서비스에 과금이 생기자 불편과 반감을 느꼈고, 수많은 사용자들이 무료 서비스를 고수하던 네이버로 이동했다.
물론, daum은 억울할 만하다. "아니 우리는 1,000통 이상 메일 보내는 '대량 사용자'에게만 과금했다고!", "스팸 방지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인간의 이성은 그렇게 명료하게 동작하지 않는다. 뇌는 의외로 사안을 단순하게 판단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메일 보낼 때 돈내야 된다'라고 간단히 인식했으며, '이메일 과금'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쉬웠다.
기술적·정책적 조건이 아무리 제한적이어도, 사용자에게는 “나한테도 해당될 수 있다”는 불안이 더 크게 작용하는 법이다. 과금·제한의 심리적 민감도는 우리 생각보다 더 예민하다. 돈과 관련된 단어는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행동에 즉시 영향을 준다. 하물며 선택지가 있는데 굳이?
당시 네이버는 다음과 달리 메일에 요금제를 도입하지 않았고, 오히려 대용량 첨부 기능과 모바일 연동 강화 등 사용자 편의성을 강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장 점유율을 흡수해 갔다. daum의 한메일은 빠르게 쇠락했고, 이메일 기반의 커뮤니케이션 중심도 다음에서 네이버로 옮겨졌다. 게다가 네이버는 '지식in'이라는 사용자중심의 지식창고개념을 도입해 시장을 선도하기도 했다.
결국 daum은 자신들이 만든 이메일 생태계를 스스로 무너뜨린 셈이 되었고, 이 사건은 daum이 포털 시장에서 네이버에게 주도권을 내준 주요 전환점 중 하나로 평가된다.
우리는 잊지 말아야 했다.
인류는 수천 년 간 같은 실수를 무한히 반복하고 있다는 것을.
daum은 교훈을 얻지 못했는지 또 똑같은 짓을 한다.
글 읽기 유료화?
공짜로 하던 것을 과금했을 때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이미 서두에 충분히 설명했다. 그것이 어떤 의미를 내포했는지, 정책의 목적이나, 당위성에 대해서 사용자들이 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도 열심히 설명했다. 사람들은 사안을 단순하게 인식한다.
브런치는 글 읽을 때 돈내야 된대
글쓰기 플랫폼의 본질은, 읽을만한 글을 많이 만들고 독자들과의 접점을 최대한 넓혀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것인데 '돈을 내라'니??? 온라인에 텍스트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지금도 브런치 작가들끼리만 서로 읽고 있는 것 같은데, 이젠 브런치를 완벽히 갈라파고스화 하려는 목적인 것인가.
돈을 내고 읽을 만한 글이 정말 많은지 확인은 된 것일까?
이 기획은 대체 어떻게, 누구의 컨펌으로 성사된 것인가. 그 대단한 ‘기획’이라는 게 얼마나 허섭 하게 이루어지는지 카카오 근처에서 일하며 겪어본 나로선 불쾌한 기시감까지 든다. 물론 위에서 뭐라도 해보라는 압박이 이어졌겠지. 그래서 나온 게 유료 멤버십 기획이었을 거고, daum 우표제도 그렇게 나왔던 거다. 모두 열심히 일한다는 건 기본이니까.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맞을 수도 있다.)
최근엔 손님이 없어선지 이런 마케팅도 한다.
'오늘만 무료' 맙소사. 무료라고 읽겠냔 말이다. 본질적인 문제가 뭔지 짚어내지 못하고 있다. 돈 주고 볼 글들이 아니라고요. 일반 독자 노출과 접근성이 떨어진다고요.
'오늘만 무료' 이벤트를 보고 있노라니, 동네에 흔한 아래 가게가 떠오른다. 이런 이벤트가 무서운 게 단순히 우스워질 뿐만 아니라, 싸구려 이미지를 입혀 장기적인 브랜드 가치까지 망치기 때문이다.
당시 daum이 쓸데없는 이메일 유료화 따위에 집착하지 않고, 스마트폰 시대로의 전환을 준비하는 데에 역량을 쏟았더라면. 그래서 사용자 세대교체에 집중했더라면. 검색 경쟁력을 강화하여 기존 고객에 대한 과금보다는 모객에 몰입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말이다.
daum 우표제는 2002년에 도입되어, daum을 대차게 말아먹고 2005년에 종료되었다. 딱 3년을 버틴 것이다. 이미 뉴스, 카페 등 웹 생태계는 네이버에게 모두 빼앗긴 후였다. daum은 그 이후로 몰락의 길을 걷다가 결국 카카오에 헐값에 인수되었다. 과연 브런치의 요금제는 어떻게 될까?
브런치의 과금정책의 끝이 어디로 갈지는 잘 모르겠다. 나야 의사결정권자가 아니니 제3자의 입장에서 흥미롭게 지켜볼 수밖에. 비슷한 과거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나는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정말 좋아한다. 제발 브런치가 서비스 종료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이 글을 썼다.
혹시 몰라 말하는데.
나는 멤버십 작가 등록 따위는 꿈도 꾸지 않았다.
창피하니까.
내 글이 온라인에서 돈을 내고 볼 수준이 아니라는 건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
내 글에 대한 과금은 너무너무 창피한 일이다.
그래서 멤버십 신청 따위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끼적거릴 노트로 충분히 감사하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브런치 플랫폼을 정말 좋아한다.
부디, 이 서비스가 끝내 사라지는 일이 없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