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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책을 읽는 사람과 어울리세요

by 이서


오랜만에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독서를 많이 하는 이 친구가 책을 추천해 주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자성록’이란 제목으로 번역되어 나오기도 한다)


내가 최근 글에서도 많이 언급했던 책이다.

책 추천은 언제나 환영이다


나는 집에 책을 쌓아놓지 않는다.

모두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다. 미니멀 라이프 때문이다. 책은 무겁고 부피가 있다. 많이 쌓이면 처치가 곤란하다. 책을 소유한다는 건 내 삶의 목표와 어울리지 않는다. 뭐 굳이 책뿐만 아니라 다른 그 어떤 것도 갖지 않는 게 목표이긴 하다만서도.


아무튼.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며 책을 소유하지 않는 내가, 이 책만은 예외로 두었다. 구매해 놓고 소장, 꾸준히 읽고 있다. 내겐 정신수양의 의미가 크다.


나는 반가웠다.

비슷한 책을 읽고 있다니!


나와 같은 책을 읽는 사람을 만나는 건 언제나 기쁜 일이다.




수십억이 살고 있는 이 지구에서 아무나 만나고 어울리는 건 너무 낭비적이다. 내 인생에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야기가 통하는 사람들과 어울려야 한다.


직장 다니기도 바쁜데, 대체 어떻게 나와 비슷한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


나이가 들수록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결’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한다. 단순히 취미가 비슷하거나 대화를 잘 이어간다고 해서 그 사람이 편하거나 가까워지는 건 아니다. (그러니 쓸데없는 동호회에 나가지 마시라.)


특히 사회적 관계가 넓어질수록 그렇다. 소위 ‘직장 네트워크’라고 불리는 공허한 관계만 많아진다. 내면의 리듬이나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이 맞는 사람을 만나는 건 점점 드물고 귀한 일이 된다. ‘괜찮은 사람’은 많지만, ‘함께 있어 편한 사람’은 적다. 이건 어쩌면 바이브의 문제일 수도.


이런 상황에서 나와 비슷한 온도의 생각과 속도를 가진 이를 찾는 건 귀한 일이다. 낯선 도시에서 마음에 드는 카페를 우연히 발견한 것처럼 반가운 일이기도 하다.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내가 찾은 방법 중 하나는, ‘비슷한 책을 읽는 사람’에 주목하는 것이다. 나는 그래서 만나는 사람마다 묻는다. "요새 어떤 책 읽으시나요?" 대화를 하다가 우연히 같은 책을 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궁금증은 조금 더 깊어진다.


그 책 안에서 어떤 문장에 밑줄을 긋고, 어떤 대목에서 고개를 끄덕였는지를 보면 그 사람의 내면이 드러난다. 내가 좋아하는 책, 그 안에서 삶을 돌아보게 했던 문장들에 공감하는 사람과는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통하는 감각이 있다. 마치 뇌와 뇌가 직접 대면하는 기분 같다고나 할까.


동류를 만난다는 기쁨!


비슷한 책을 읽는다는 건 단순한 독서 습관의 유사함을 넘어간다. 그건 가치관과 성향, 철학이 비슷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엇을 궁금해하는가?‘의 문제이다. 누군가가 어떤 책을 좋아한다는 건, 결국 그 사람이 어떤 삶의 태도를 갖고 있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세상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거울이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나와 어딘가 닮은 문장을 향해 끌리고, 비슷한 결을 가진 사람들은 결국 비슷한 책 앞에 모인다. 그래서 같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건, 단순히 대화가 잘 통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동류를 만난다는 기쁨, 서로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귀한 기회를 찾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담한다. 같은 책을 통해 확인된 취향은 MBTI 같은 그 어떤 성격 테스트보다 더 확실히 신뢰할 수 있다. 그러니 당신이 좋아하는 책을 품고, 그 책을 읽는 사람을 찾아 나서보시라. 혹시 또 아는가? 진짜 친구를 만날 수 있을지.


당신은 요새 어떤 책을 읽고 있나요?




이서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회사원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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