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브랜든 리 뮤지컬 컬렉션 콘서트’를 다녀왔다. 아내가 표를 한 장 구해주어서 감사하게도 좋은 공연을 즐겼다.
브랜든 리가 누구냐면, 뮤지컬 음악 감독 겸 작곡가다. 대표작으로는 웅장하고 드라마틱한 음악으로 사랑받은 뮤지컬 벤허와 프랑켄슈타인이 있는데, 클래식과 현대적인 사운드를 조화롭게 녹여내는 작곡 스타일로 유명하다. 아무래도 한국 스타일이 진해서, 강한 서사와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여러 악기를 직접 다루며, 오케스트레이션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고 있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이번 공연에서 그는 지휘와 더불어 직접 기타와 피아노를 연주하기도 했다.
제일 저렴한 자리. 맨 꼭대기다. 아내는 미안해했지만, 난 이런 자리가 오히려 더 좋다. 뒤에 사람이 없어서. 뒤에 무례한 사람이 있으면 집중하기가 힘들다. (정말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다ㅋㅋ) 극장에서도 그래서 맨 뒤에 앉는 걸 선호한다.
롯데콘서트홀은 처음인데, 여기 시설이 깔끔하고 잘 정돈되어 있어 좋더라. 마음에 들었다.
브랜든 리가 작곡한 뮤지컬 넘버들을 연주하고, 배우가 직접 나와 부르기도 했다. 프랑켄슈타인, 벤허, 베르사유의 장미 등이 연주되었다. 직접 노래 부른 뮤지컬 배우들은 무려 ‘카이’와 ‘김성식’이다. 노래 정말 잘 부르더라. 단순히 오케스트라 연주회인 줄만 알았는데, 두 분의 노래에 귀가 호강했다. 역시 배우는 다르다.
AI가 인간을 대체할 수 없는 분야가 무엇일까 요새 많이 생각해 본다.
이 공연을 관람하고 다시 한번 깨달았다. AI가 아무리 기가 막힌 연주를 따라 해 표현한다고 해도, 인간들이 모여 각자의 악기로 연주하는 감동은 흉내 낼 수 없을 것이다. 그건 확실하다. 인간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바이브가 있다. 그래서 나는 오케스트라 연주를 좋아한다.
인간이 함께 모여 무언가 퍼포먼스를 하는 여러 공연이나 스포츠를 포함한 예술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은 역시 오케스트라라고 생각한다. 오케스트라 연주는 인간의 감정을 가장 깊고 풍부하게 울리는 예술이다.
악기 하나하나 열정을 다해 연주하는 예술가들의 모습이 아름답고 경이롭다. 수십 명의 연주자가 각기 다른 악기를 통해 만들어내는 거대한 울림은 단순한 소리를 넘어선다. 감정의 파도로 많은 청중을 감싸며 울고 웃긴다.
고요한 현의 떨림에서 폭발하는 금관의 강렬함까지, 음악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인간 저 깊은 곳의 무의식을 건드린다. 나는 눈을 감고 음악을 듣는다. 그 속에서 우리는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을 마주하게 되며, 일상에서 좀처럼 느끼기 어려운 깊은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오케스트라는 그렇게, 인간과 인간을, 인간과 예술을 가장 순수한 형태로 이어주는 다리이자 위로가 된다. 내가 누차 이야기하는, 우리가 자주 공연을 보고 느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오늘도 잘 들었습니다.
글을 맺으면서, 아들.
이 글을 네가 언제 읽을지 모르겠지만.
이번 공연에서 카이 배우가 불러서 알게 된 노래가 하나 있다.
혹시 언젠가 이 글을 읽게 된다면 한 번 들어봐.
가사가 와닿았어.
마치 아빠가 너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을 대신해주는 것 같더라.
'그날에 내가' -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저 세상으로 나가면
넌 늘 혼자란다 이것만 명심해
그래 외롭기도 하겠지
하지만 네가 선택한 길
어쩌면 후회하게 될지 몰라
밤마다 잠 못 이루고 울지도 몰라
아무도 위로하지 않아
떼를 쓴다고 누구도 관심 갖질 않아
그게 혼자가 된다는 것
하지만 기억해 넌 특별해
세상 그 누구보다 멋진 꿈을 꿀 수가 있어
언젠가 우리 만나는 그날에 멋진 너의 꿈을 보여주렴
그날에 내가 널 꼭 안아줄 테니까
그날에 널 꼭 안아줄 테니까
시간이 괜찮다면 한 번 들어보렴.
(2018) '그날에 내가' _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프레스콜 클린버전
https://youtu.be/uQQuX6qsGSQ?t=260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어떤 길을 가든
어떤 순간에도 아빠는 항상 네 편이다.
아빠는 늘 너를 믿고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