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 일찍 눈을 뜬다.
나는 또 하루를 선물로 받았다.
아내와 아들은 여행을 떠났다.
집에는 아무도 없다. 어젯밤 청소도, 빨래도, 설거지도 다 해놨다. 추가로 해야 할 집안일은 없다. 미니멀리즘은 이럴 때 빛을 발한다.
이제 뭘 하지?
나는 두 가지 선택지 중 고민한다.
먼저 가장 달콤한 선택.
침대에 눕는다.
핸드폰을 들어 유튜브 앱을 켠다.
1시간, 2시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영상과 숏츠 등을 보며 낄낄댄다. 지겨우면 인스타그램도 한두 시간 뚝딱이지. 그것도 지치면 넷플릭스나 쿠플이 있다. 이 얼마나 쉽고 쾌락적인가. 하루가 그렇게 지나간다.
조금 귀찮은 선택.
노트북과 책을 챙겨 들고 근처 카페로 간다. 거기서 차를 마시며 글을 쓰고, 책을 읽는다. 누가 봐도 좋은 선택이긴 한데, 아 좀 귀찮다. 할까 말까.
주말 아침 나는 카페에 앉았다.
따뜻한 커피를 한 잔 마시며 글을 쓴다.
나는 어떻게 달콤한 선택을 포기하고 귀찮은 행동을 택했을까. 내가 엄청난 의지력의 소유자라서? 종교인급의 소명의식을 가진 초월자라서? 에이, 그럴 리가 있나. 어릴 때부터 동네에서 제일 게으른 사람을 뽑는다면, 나는 단연 1등이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
내 선택의 원동력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데' 있다.
나는 이럴 때,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니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생각을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혹시 비가 오는 건 아닌지, 날이 너무 더운 건 아닌지, 뭘 입어야 할지, 지난 한 주 회사가 힘들었는데 좀 누워있는 것도 보상 차원에서 나쁘지 않은 건 아닌지 등등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문다. 그럴 땐? 생각 자체를 안 하면 된다. 아무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멍하게 가방을 들고, 노트북과 책, 이어폰을 챙겨 넣는다. 대충 챙겨 입고, 신발을 신고 문을 열고 한 발짝만 밖으로 나오면 반은 성공이다.
걸어서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커피를 한잔 주문하고 앉아, 노트북을 펼쳐 브런치를 열면 90% 이상 성공이다. 그러면 이번 주에도 글 하나를 발행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나오면 책도 100페이지는 읽을 테니 나는 무언가를 조금 더 알은 채로 집에 돌아갈 수 있다.
나는 이 방법(아무 생각 없이 일단 챙겨서 카페로 가는)으로 많은 두꺼운 책을 읽고 정리해서 개인 자료로 만들었다. 예를 들어, ‘인간 본성의 법칙’은 약 두 달간 주말마다 카페로 가서 책을 읽고 정리하며 개인 지침서로 만들었는데, 그 자료는 지금도 내 인생의 중요한 매뉴얼로 사용하고 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한다.
김연아도 그냥 한다.
그녀는 활짝 웃으며 이렇게 말한다.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 그냥 해서 세계 1위 레전드가 되었다.
명언제조기 명수옹도 그렇게 말했다.
‘뭘 무섭냐, 그냥 하는 거지!’
마이클 펠프스, 무려 23개의 올림픽 금메달을 딴 수영 천재. 그는 심지어 오늘이 며칠인지, 무슨 요일인지도 모르고 그냥 수영만 한단다.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박은빈 배우는 이렇게 말한다. '그렇지만 어쩌겠습니까? 해내야죠!'
아침 일찍 일어나 카페에 가서 글을 쓰고, 책을 읽는다고 뭐가 변할까? 이렇게 한다고 성장할지, 성공할지 아무도 모르는 거 아닌가. 그걸 어떻게 믿어? 라고 생각할 수 있다. 불확실한 미래에 이런 노력 자체가 의미 없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걸 어떻게 믿고 노력하냐고?
내가 계속 이야기하잖는가. 믿지 말지 생각하지도 말고 그냥 하라고 제발.
명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이지안은 이렇게 말했다. '뭘 믿어요. 후지게. 그냥 하는 거지.'
이렇게 저렇게 재보며 생각하지 마라.
후지니까.
책을 읽는 것이든 글을 쓰는 것이든 운동을 하는 것이든 그 무엇이든 좋다.
이런저런 핑계, 귀찮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말라.
지금 당신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것.
바로 그냥 하시라.
그럼 된다.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