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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마지막 말, 우리에게 남긴 길

붓다의 유훈(遺訓)

by 이서


유훈(遺訓) : 남겨진 가르침


'붓다의 유훈(遺訓)'이라 하면 붓다가 열반에 들기 직전 제자들에게 남긴 마지막 가르침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Mahāparinibbāna-sutta)'에 전해진다. 주로 '아난다'에게 한 말씀이 정리된 내용이 많은데, 그 이유는 '아난다'의 존재와 연관이 깊다.


아난다(Ānanda, 阿難陀)는 붓다의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단순히 제자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가장 가까운 제자라고 하면 되려나. 그는 석가모니 붓다의 사촌동생이기도 했다. (붓다의 이모의 아들)


불교는 '성경'처럼 딱히 기록되었다기 보다는, 구전으로 전해진 말씀을 바탕으로 발전한 종교다. 그래서 불교 경전의 상당수가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如是我聞, Thus have I heard)'는 구절로 시작하는 것이다. '곁에서 많이 들은 제자'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했다.


아난다는 붓다가 25년간 설법하며 중생에게 깨달음을 주는 동안 늘 곁에서 시중을 들고 설법을 함께 들었다. 덕분에 그는 다른 누구보다도 붓다의 말씀을 가장 많이, 가장 자세히 기억한 사람이 되었다.


붓다의 곁에서 충실히 보좌하며 성실히 기록한 인물로, 붓다가 열반에 드는 마지막 순간, 즉 유훈을 전할 때 곁에 있던 제자가 바로 아난다(Ānanda, 阿難陀)였다.


붓다가 남긴 마지막 말이 얼마나 본질적인 이야기였겠는가. 그야말로 정수 중의 정수였을 것이다. 당연히 인간에게는 엄청난 삶의 힌트가 될 수 있다. 해탈에 이를 수 있게 도와줄 수도 있다. 계속 생각하며 곱씹고 또 곱씹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99%)의 인간은 가르쳐줘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물론 이 글도 마찬가지 취급을 받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를 1%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니 정리해본다.


대부분의 인간은, 가르쳐줘도 안한다


자, 이제 붓다의 유훈(遺訓)을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원어는 해석하기 어렵다.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번역본으로 기록한다.


아난다여, 이제 나는 늙어서 노후하고 긴 세월을 보내고 노쇠하여 내 나이가 여든이 되었다. 마치 낡은 수레가 가죽 끈에 묶여서 겨우 움직이는 것처럼 나의 몸도 가죽 끈에 묶여서 겨우 살아간다고 여겨진다.

그만 하여라, 아난다여. 슬퍼하지 말라, 탄식하지 말라, 아난다여. 사랑스럽고 마음에 드는 모든 것과는 헤어지기 마련이고, 없어지기 마련이고, 달라지기 마련이라고 내가 말하지 않았던가.

아난다여, 태어나고 존재했고 형성된 것은 모두 부서지기 마련인 법이거늘,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내가 가고 난 후에는 내가 그대들에게 가르치고 천명한 법과 율이 그대들의 스승이 될 것이다.

아난다여, 그대들은 자신을 등불로 삼고 자신을 의지하여 머물고 남을 의지하여 머물지 말라. 진리를 등불 삼고 진리에 의지하여 머물고 다른 것에 의지하여 머물지 말라. …

내가 설명한 것은 무엇인가? 이것은 괴로움이다, 이것은 괴로움의 원인이다, 이것은 괴로움의 소멸이다, 이것은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방법이다. …

형성된 것은 모두 이와 같이 무너지기 마련인 법이다. 게으르지 말고 해야 할 바를 모두 성취하라. 이것이 여래의 마지막 유훈이다.




우리는 붓다의 유훈으로 무엇을 깨달을 수 있을까.


고(苦)의 진리

삶은 기본적으로 괴로운 것이다. 괴로움의 반대는 행복이 아니다. 괴로움의 반대는 '깨달음'이다. 괴로움을 피하려고만 하면 고통은 당신의 주변으로 바짝 다가와 달라붙을 것이다.


삶은 고(苦)를 견디는 과정일 뿐이다. 비를 피하려고만 하면 계속 축축한 옷을 입고 있을 수 밖에 없다. 비는 계속 내리고 그치고를 반복한다. 우리는, 빗 속에서 춤추는 법을 알아야 한다. 괴로움은 그 자체로 받아들여야 한다. 고(苦)가 무엇인지 이해해야 한다. 그러면 괴로움으로부터 우리는 '자유로워질 수' 있다.


무상(無常)

가장 기본이 되는 진리다. 이건 '진리'라고 불러도 된다. 절대 변하지 않으며, 이 사상을 이해하지 않으면 삶은 힘들 수 밖에 없다. 인간관계, 재물, 쾌락, 죽음 등 삶에 관계된 모든 것의 근본 원리다.


무상, 모든 것은 태어나고 존재하다가 결국 사라진다.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거부해서도 안되고, 무시해서도 안된다. 영원한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무상(無常)하다. 그러니 절대 집착하지 말라. 그것이 삶의 본질이다.


무상(無常)을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면(집착하면), 고(苦)통 뿐이다.


그러므로 지금 현재를 충실히, 성실히 살아나가야 한다. 젊음은 지나간다. 쾌락은 끝나게 되어있다. 단순한 충동과 욕망을 멀리하자. 집착을 내려놓으란 말이다. 진정 사랑하는 것, 소중한 것을 찾아 아끼며 단순하고 소박하게 살아야 한다.



요새 3줄 요약이 인기니까, 나도 해보자.

모든 것이 변한다(무상)
변하는 것에 집착하면 괴롭다(고)
집착을 내려놓으면 자유로워진다(해탈)


흥미롭게도, 붓다의 마지막 말씀의 주요 단어는 '게으르지 말라'는 것이다.

쾌락과 욕망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야 한다.

그게 무엇이 되든 끊임 없이 배우고, 성장하면 된다.

깨달음은 의외로 멀리 있지 않다.


이번 생에서 결국 당신이 해탈에 이르길 기원한다.


반야바라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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