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메신저의 오만, 카카오톡 사태
최근 카카오톡이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사용자들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갑작스러운 UI(사용자 인터페이스) 변화와 무분별한 신규 기능 도입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핵심 기능인 채팅의 사용성보다 부가적인 콘텐츠 노출을 우선시하는 듯한 움직임은 서비스의 본질을 흐리게 만들었다. 영포티 밈과 어우러져 '쉰스타그램'이라는 충격적인 별명도 생겼다. 사용자들에게 피로감과 혼란만 안겨주는 결과를 낳았다. 이 사태는 단순한 디자인 변경을 넘어, 카카오 서비스 운영 철학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이러한 사용자들의 명확한 불만에도 불구하고 카카오의 태도는 '니들이 어쩔 건데?'라는 오만함으로 일관했다. 서비스 변경 과정에서 사용자 피드백을 수용하거나 반영하려는 노력 없이, 오로지 의사결정권자의 의지에 따라 변화를 강행하는 모습에서 '독선'과 '교만'이 읽힌다.
이는 한국에서 카카오톡을 대체할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현실을 악용한 행태이며, 결국 고객 만족이 아닌 기업의 수익 극대화 논리만을 추구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이러한 결정 방식은 장기적으로 서비스의 신뢰도를 갉아먹을 뿐인데, 그걸 알려나 모르겠다.
우리가 업데이트 하겠다는데,
니들이 어쩔 건데?
그래서 카카오톡 안 쓸 거야?
카카오톡이 추구하는 변화의 방향성은 '인스타그램화'로 보인다. 프로필 사진 등을 통해 친구의 근황을 콘텐츠로 소비하게 만들고, 더 많은 광고 노출 기회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그러나 메신저의 본질은 '소통'이지 '콘텐츠 소비'가 아니다. 많은 사용자들이 직장 동료의 휴가 사진이나 지인의 사적인 일상을 원치 않는 순간에까지 보고 싶지 않아 한다.(나만 그런 걸까.)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 미디어는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카카오톡은 필수 소통 채널로 변질되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사생활 노출에 대한 부담과 불필요한 정보 과부하가 사용자에게 정신적 피로를 안겨준다.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은 국내 메신저 시장의 기형적인 독점 구조에 있다. 카카오톡의 시장 점유율은 사실상 90%를 넘어서고 있다.(대부분의 국민이 사용하고 있다는 뜻) 이는 사용자가 불만을 느끼더라도 당장 대체재를 찾을 수 없는 '락인(Lock-in)' 효과를 만들어냈다. 카카오가 '니들이 어쩔 건데~~' 자세로 나오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안타깝다. 경쟁이 없는 시장에서는 기업이 사용자 편의를 최우선으로 둘 이유가 사라진다. 막 나가도 된다. 카카오는 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메신저 본연의 기능보다 광고, 금융, 쇼핑, 콘텐츠 등 부가 서비스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사용자에게 강요하고 있다. 어차피 메신저를 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앱을 켜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사용자의 각성 없이 변화는 없다.
카카오 없이 살 수 없다는 인식은 이제 깨뜨려야 한다. 우리 스스로 주체성을 회복하지 않으면 플랫폼의 오만함을 바꿀 수 없다. 아이메시지, 텔레그램, 라인 등 다양한 대안 메신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요새 네이트온을 다시 설치하시는 분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ㅎㅎ)
물론, 모든 연락에서 카카오를 제외하자는 말은 아니다. 실제로 고령 어르신들의 카카오톡 의존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업무용으로 억지로 사용하는 회사도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해선 안된다. '바꿀 수 있는' 소통에서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변화를 시작하자는 말이다.
내 카카오톡은 이미 소통 기능을 거의 하지 않는다. 각종 홍보성 알림이나 푸시, 또는 회사 업무 관련 연락 용도로만 사용될 뿐이다. 물론 여전히 카카오톡으로 소통하는 지인들도 일부 있다.
나는 이번 기회에 본격적인 '탈(脫) 카카오톡'을 시도하고 있다. 자주 연락하는 (아이폰을 사용하는) 지인분들께는 아이메시지를 통한 소통을 요청드리고 있다. 사용성이 압도적으로 좋고, 광고가 없으며, 가볍고, 여타 부가 서비스가 덕지덕지 붙어있지 않아 메신저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대부분 흔쾌히 납득해 주신다.
사용자를 무시하는 서비스는 결국 외면당한다. 당연한 것 아닌가? 우리의 적극적인 행동이 독점적 구조가 고착된 시장의 건전한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 혹시 아는가. 이번 기회에 더 나은 '소통' 서비스의 새로운 탄생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독점 기업의 오만한 권력을 깰 수 있는 것은 오직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뿐이다.
어떻습니까?
당신은 카카오톡 없이 살 수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