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을 떠올려보자.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헐렁한 스웨터를 입은 채 고민에 잠긴 모습이 연상된다. 외모에 신경 쓰지 않는 태도가 사진마다 그대로 드러난다. 그의 천재성은 상대성 이론만큼이나 라이프스타일에도 독특하게 반영되어 있었다.
바로 극도의 '미니멀리즘'이다.
하지만 그의 미니멀리즘은 오늘날의 인스타그램 보여주기식 미니멀리즘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인슈타인의 미니멀은 '덜 가질수록 덜 신경 써도 된다'는 실용주의에 오히려 가까웠다. 그는 물건에 대한 애착이 거의 없었다. 노벨상 상금 대부분은 전처에게 양도했다. 이동할 때는 일등석 대신 삼등석 기차 칸을 선택했다. 동료 과학자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의 옷장 역시 단순함 그 자체였다. 양말은 거의 신지 않았고, 정장도 몇 벌 되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은 그가 우주와 물리학이라는 훨씬 더 중요하고 복잡한 문제에 에너지를 집중하기 위한 전략이었던 것 아닐까. 우리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으니, 당연한 결정이었다.
아인슈타인의 미니멀리즘은 그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는 머리 손질이나 이발에 시간을 쓰는 것을 극도로 비효율적이라고 여겼다. 동료 과학자였던 '레오폴트 인펠트(Leopold Infeld)'가 회고했듯이, 아인슈타인은 "긴 머리는 이발사의 필요성을 최소화한다"라고 언급했다. 이는 그의 삶, 모든 부분이 '단순함'이라는 필터로 한번 더 걸러졌음을 의미한다. 미니멀라이프의 정점이다.
외모를 치장하는 데 단 1분이라도 낭비하느니, 그 시간에 우주의 비밀이나 복잡한 물리 방정식을 한번 더 생각하는 편이 훨씬 가치 있는 일이라고 믿었다. 이발소에 가는 시간을 줄여 삶의 자유를 극대화하려 했던 천재의 합리적인 전략이었다. 유쾌하기까지 하다.(이 전략에 대해서는 나도 개인적으로 할 말이 많다. 글에 쓰기는 뭐하고, 궁금하신 분은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으로 ㅎㅎ)
아인슈타인의 미니멀리즘 철학이 가장 집약된 아이템은 바로 그의 상징적인 갈색 가죽 재킷이다. 1930년대 중반, 나치를 피해 미국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에 정착한 아인슈타인은 리바이스의 '멘로 코삭(Menlo Cossack)'이라는 가죽 재킷을 구매했다. 그는 이 재킷을 정말이지 지겹도록 입었다고 한다. 앞서 언급했던 동료 과학자 인펠트는 "그는 가죽 재킷 하나로 수십 년간 코트 문제를 해결했다"라고 회고했다. 이쯤 되면 멋짐을 넘어 경이로울 정도다. 예전에 이 에피소드를 접하고 나서, 나도 단 하나의 가죽재킷을 길들이고 있다. 그 재킷이 평생 내 친구가 되어주길 기대하면서.
실제로 아인슈타인은 수십 년 동안 이 재킷 하나로 겨울을 났고, 덕분에 이 재킷은 파이프 담배 냄새가 진하게 배어 있었다고 한다. 훗날 이 재킷이 경매에 나왔을 때, 경매사 측은 "놀랍게도, 그의 사망 60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담배 냄새가 난다"라고 묘사했을 정도니 말 다했지. 이 천재에게 패션은 곧 기능이었으며, 이 재킷은 '결정 피로'를 없애주는 만능 해결사였던 것이다. 요새는 스티브 잡스 룩이나 마크 저커버그 룩이 미니멀리즘의 대명사였다면, 그 원조가 바로 아인슈타인이었다.
아인슈타인의 미니멀리즘을 가장 잘 보여주는 또 하나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그의 '양말 거부' 습관이다. 그는 양말을 귀찮고 불필요한 사치품으로 여겼다. 양말을 신다 보면 매번 발가락 쪽에 구멍이 나는 것이 싫다는 이유도 있었고, 양말을 잃어버리는 이벤트 자체가 에너지를 낭비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옷을 고르는 데 드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몇 벌 안 되는 회색 또는 검은색 옷만 고집했다. '복장 통일'을 한 것이다. 이처럼 일상적인 사소한 결정들을 제거함으로써, 아인슈타인은 인류의 가장 복잡한 수수께끼를 푸는 데 자신의 귀한 '결정력'과 '집중력'을 온전히 쏟아부을 수 있었다. 그의 미니멀리즘은 게으름이 아니었다. '집중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천재의 '최적화'였던 것이다.
물론, 이토록 극단적인 미니멀리스트였던 아인슈타인에게도 절대 포기할 수 없었던 '사치품(?)'이 있었다. 바로 좋은 커피, 시가, 그리고 바이올린이다. 혹시 오해가 있을까 봐, 여기서 말하는 '사치품'은 비싸다는 뜻이 아니다. 물질적인 가격이 아니라 정신적인 가치가 매우 컸다는 의미이다. 진정한 가치는 가격에서 나오지 않는 법. 이건 정답에 가깝다.
'커피, 시가, 바이올린' 이 세 가지는 모두 그의 지적 활동을 돕거나, 복잡한 사고로부터 벗어나 휴식과 영감을 주는 필수품이었다. 특히 그는 바이올린 연주를 통해 물리학 문제를 생각하는 시간을 갖곤 했다. 음악은 그에게 단순한 취미가 아니었다. 사유를 확장하는 도구였다. (나도 비슷한 의미로 열심히 공연을 관람한다.)
미니멀리즘은 모든 것을 버리는 것이 아니다. 거지처럼 궁핍하게 살라는 말도 아니다. 미니멀리즘을 한다고 일부러 다 버릴 필요는 없다. 미니멀리즘은 가진 것에 만족하고 정신적이며 영적인 가치를 찾아 인생을 살아나가라는 철학에 가깝다. '단순한 삶'은 진정으로 가치 있는 무언가에 자원과 시간을 집중하는 방법을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미니멀한 삶은 멀리 있지 않다.
쓸데없는 것들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자.
나를 고양시키는, 의미 있는 것에만 집중하자.
당신은 최근 어떤 일에 에너지를 쏟았습니까?
가치 있는 일이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