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FSD 시대, 현대차는 '수동차'가 될 것인가

by 이서


살아남는 것은 가장 강하거나 지능이 높은 종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다.
-찰스 다윈-



역사를 돌아보면 영원할 것 같았던 거대 기업들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일들이 종종 있었다. 그 이유는 대부분 비슷하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데,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거나 변화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거센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순간, 도태되는 것은 정글의 법칙과도 같다.


가장 대표적인 반면교사가 바로 '코닥(Kodak)'이다. 한때 '사진' 그 자체를 의미했던 이 기업은 사실 디지털카메라를 세상에서 가장 먼저 발명한 곳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해 놓고도 서랍 속에 숨겨두었다. 디지털카메라가 나오면 자신들의 주력 상품인 필름이 팔리지 않을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코닥은 오직 필름에만 모든 것을 걸었다. 필름 카메라 시장이 탄탄하니 무너질 리 없다고 자화자찬했다. 결과는 우리가 아는 대로다. 사람들은 더 이상 필름을 사지 않았고, 코닥은 디지털 시대의 파도에 휩쓸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뻔히 보이는 변화를 알면서도 눈앞의 이익을 놓지 못한 대가는 혹독했다.




최근 소프트웨어의 제왕이라 불리는 '어도비(Adobe)'가 처한 상황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포토샵과 같은 프로그램으로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지만, AI의 등장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흔들리고 있다.



한때는 '포토샵 했다'라는 문구가 대명사처럼 쓰이던 시절이 있었다. 제품명이 특정 의미를 가지게 되는 힘을 누린 것이다. 하지만 최근, 누구나 말 한마디로 그림을 그리고 영상을 만드는 세상이 오면서, 전문가만 쓰던 복잡한 도구의 입지가 위협받고 있다. 그간 구독료를 이용해 배짱 장사를 해오던 독점기업의 악독한 이미지도 몰락의 속도를 빠르게 앞당기고 있다. 대체재가 없는, 아무리 거대한 1등 기업이라도 시대의 흐름을 좇지 못하면 언제든 위기가 찾아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제 시선을 자동차 산업으로 돌려보자. 과거에는 어땠는가. 예전에는 운전을 '수동변속기(스틱)'로만 했다. 클러치를 이용한 기어 변속은 운전의 중요한 기술 중 하나였다. 그러다가 '자동변속기(오토)'가 등장했다. 시장은 빠르게 반응했다. 수동변속기는 자취를 감췄고, 우리는 당연하게 자동변속기 차량을 이용하고 있다. (혹시 요새 스틱 차량 운전하시는 분?) 그런데 지금, 또 한 번의 거대한 '변속'이 시작되려 한다. 바로 테슬라의 FSD(Full Self-Driving)가 한국에 본격적으로 공개되면서다.


테슬라의 FSD는 단순히 핸들을 대신 잡아주는 수준을 아득히 넘어섰다. 이것은 자동차에 사람과 같은 '눈'과 '뇌'가 생긴 것과 다름없다. 복잡한 도심의 회전교차로를 부드럽게 빠져나가고, 비포장도로나 공사 현장처럼 차선이 지워진 곳에서도 스스로 길을 찾아낸다. 좁은 골목길을 지나는 것은 물론이다. 전 세계 수백만 대의 차량이 실시간으로 학습한 데이터를 공유하며, 어제보다 오늘 더 운전을 잘하는 '지능형 머신'으로 매일 진화하고 있다. 경쟁사들이 정해진 지도 위를 달리는 주행 보조 수준에 머물러 있을 때, 테슬라는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움직이는 압도적인 기술 격차를 증명해 보인 것이다.


자동차는 결국 이런 형태로 진화하겠지.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인간의 개입을 거의 필요로 하지 않는 수준, 즉 진정한 의미의 '자율' 주행 단계에 도달했다고 평가한다. 이것은 단순한 기술의 발전을 넘어선다. 관점의 대전환이다. 이제 스스로 움직이는 차가 진정한 의미의 '자동(Auto)차'가 되고, 사람이 직접 눈을 부릅뜨고 핸들을 돌려야 하는 차는 과거의 유물인 '수동차'가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운전석’, ‘조수석’ 이라는 단어도 결국 사라질 것이다. 바야흐로 자동차 산업의 특이점이 도래했다.


앞으로, 자율주행이 안 되는 차는 '수동차'라고 불릴 것이다.


이런 격변의 시기에 들려온 현대자동차의 소식은 다소 우려스럽다. 최근 자율주행 개발을 이끌던 수장이 사임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기업 내부의 복잡한 사정이 있었겠지만, 밖에서 보기에는 폭풍우가 몰려오는데 배의 키를 잡은 선장이 떠난 것처럼 보여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현대자동차에 별다른 자율주행 기술이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근 공개된 현대차의 자율주행 영상은 기능별로 편집된 데다가, 차량이나 보행자가 비교적 적은 한적한 도로를 달리는 모습이었다. 미리 준비된 구간을 움직이는 약속대련 수준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의 명확한 자율주행과는 비교가 될 수밖에.



게다가 며칠 전 있었던 사장단 인사에서 현대자동차와 현대오토에버의 IT관련 발령이 별다른 개혁 의지를 보여주지 못해, '내부 인사 프로토콜이 마비된 것이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대로는 곤란한 상황이다. 자율주행 기능은 그냥 대충 사다가 끼워 넣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수십 년 전 IT서비스 업무 방식으로는 통할 리 없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규칙, 룰, 프로세스, 인사 등등 관계된 모든 것을 버리고, 싹 갈아엎는 수준의 대혁명이 필요하지 않을까. 다윈이 말했듯, 그래야 살아남을 테니.



'자동차'로 남을 것인가, '수동차'로 전락할 것인가


과연 현대자동차의 미래는 어디로 향할 것인가. 남들이 다 자율주행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타고 나아갈 때, 홀로 사람이 운전해야 하는 구시대의 '수동차' 회사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혁신의 흐름에 올라타 진정한 '자동차'로서의 가치를 증명할 것인가. 선택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아니 이미 늦었다. 이러다 애플의 폭스콘처럼, '자동차 조립 공장'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부디 한국의 자동차 회사가 변화를 거부하다 무너진 코닥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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