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가'(뮤지컬)를 보다

by 이서


뮤지컬 '슈가'는 빌리 와일더의 불후의 명작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Some Like It Hot)'를 원작으로 한다.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는 당시 최고의 스타 '마릴린 먼로'가 여주인공 역할을 연기했다. 2015년 'BBC 선정 100대 코미디 영화' 중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큰 인기의 작품이다.


뮤지컬은 1972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다. 반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으며,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의 교과서로 불리는 고전 중의 고전이다.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이다.

도착했다.


티켓을 수령하고 로비 구석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기다리는데, 공연장 한켠에 붙은 포스터 속 마릴린 먼로의 오마주가 눈에 띄었다. 예전에 어딘가에서 봤는데, 그녀는 백치미 있는 금발 미녀라는 편견과 달리 실제로는 굉장히 지적이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보이는 것과 실재하는 것의 간극. 겉모습이 무엇이든 결국 그 사람의 본질이 중요한 건데, 최근에는 그저 모두 다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요새 나는 겉보기에 화려한 사람보다 내면이 단단한 사람을 응원하게 된다.


오늘의 캐스팅.


내용은 꽤 단순하다.

1929년 금주법 시대의 시카고. 우연히 갱단의 살인 현장을 목격한 두 남자 '조'와 '제리'. 그들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여장을 하고 여성 전용 악단에 잠입한다. 그리고 그들이 만난 매혹적인 보컬 '슈가'(원작에선 마릴린 먼로가 연기했고, 오늘 공연에선 마마무의 솔라가 연기한다.) 한마디로 엉망진창 대소동이다. 살아남기 위한 거짓말이 진짜 사랑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1920년대 재즈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길래 기대가 컸다. 음악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브로드웨이의 거장 쥴 스타인(Jule Styne)이 작곡한 넘버들이 화려한 금관악기가 주도하는 사운드로 꽉 채워져 있다.(참고로 작곡가 '줄 스타인'은 유명한 캐롤 'Let It Snow! Let It Snow! Let It Snow!' 의 작곡가이기도 하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스윙 리듬이 배우들의 현란한 탭댄스와 잘 맞물린다. 오래되었지만 촌스럽지 않게 세련된 재즈의 풍미를 잘 살려냈다. 뮤지컬을 계속 보면서 느끼는 거지만, 나는 재즈나 스윙을 좋아하는 것 같다. 얼마 전 관람한 '브로드웨이 42번가'도 비슷한 의미로 좋았다. 영화 '위플래쉬'도 그렇고.


캐릭터의 매력과 배우들의 연기가 이게 참. 뭐라고 표현해야 될지. '귀엽다'(?) 많이 어설퍼서. 지금 이게 몰래카메라인가 싶은 연기와 춤, 노래들이 있는데, 장르가 코미디이다 보니 그것 조차 웃고 넘어갈 수 있었다. 아무래도 초연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춤과 연기의 어설픔과 별개로 나는 굉장히 재미있게 즐겼다.ㅋㅋ 말 그대로 깔깔깔 웃으며 봤다.


요새 많은 대형 뮤지컬들이 화려한 무대 장치와 인기 캐스팅에만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 관객들의 눈이 높아져서 어느 정도 시각적인 압도감을 줘야 티켓값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 뮤지컬 계에 이렇게 사람 냄새나는 아날로그적인 흥겨움을 주는 작품이라니. 나는 또 다른 의미로 이 작품을 응원하게 되었다.


아 그리고. AFI 선정 100대 영화 명대사에서 48위에 오른, 이 작품의 마지막 대사. 오스굿 할아버지의 그 마지막 대사가 왜 그토록 유명한지 궁금했는데. "Nobody's perfect! (완벽한 사람은 없지!)" 작품을 모두 보니까 그 대사가 어떤 의미인지 이해됐다.(역시 무엇이든 직접 봐야 알 수 있는 법) 세상의 기준이나 조건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편견 없이 바라봐야 한다는 뭐 그런 뜻 아니겠는가.


이 작품 잘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도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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