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라이프, 신을 닮아가는 비움의 철학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 때, 역설적으로 모든 것을 얻게 되는 신비

by 이서



우리는 흔히 더 많이 소유할수록 더 행복해질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현대인은 가질수록 더 갈증을 느끼고, 채울수록 더 공허해지는 '풍요 속의 빈곤'을 살아간다. 미니멀라이프가 유행처럼 번지지만 정작 이를 실천하기 어려운 이유는 물건을 버리지 못해서가 아니라, 우리 마음속의 '욕망'을 정면으로 마주할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버리는 흉내만 내는 것으로는 진정한 의미에 영원히 다가가지 못한다.


욕망의 노예가 된 인간의 비애

인간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갈구하는 존재다. 상대적이다. 남보다 더 좋은 차, 더 넓은 집, 더 높은 지위를 탐한다. 문제는 욕망에는 끝이 없다는 점이다. 우리 뇌는 금방 익숙해지고, 더 큰 자극을 원한다. 그렇게 진화했다. 하나를 얻으면 그다음 단계를 원하게 되는 이 굴레는 우리를 평생 채워지지 않는 결핍의 상태로 몰아넣는다. 우리가 느끼는 우울과 고단함의 실체는 결국 내 뜻대로 제어되지 않는 욕망에 이끌려 다니는 데서 기인한다. 내가 물건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과 욕망이 나를 소유하게 될 때 인간은 진정한 자유를 잃게 된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것이 신의 특권이다.
신에 가까운 인간은 아주 조금 바란다.
- 디오게네스 -



디오게네스, 스스로 가난을 선택한 성자

고대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의 외침은 우리에게 강렬한 울림을 준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것이 신의 특권이다. 신에 가까운 인간은 아주 조금 바란다."는 그의 말은 미니멀리즘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


디오게네스는 '키니코스 학파'의 대표적인 인물로, 평생을 커다란 항아리 속에서 살며 소유를 최소화했다. 그와 관련된 유명한 일화가 있다. 세계를 정복한 알렉산더 대왕이 그를 찾아와 "원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말하라"고 했을 때, 디오게네스는 대답했다. "햇빛을 가리고 있으니 옆으로 좀 비켜주시오." 왕이 줄 수 있는 그 어떤 보물이나 권력보다도, 지금 자신에게 내리쬐는 자연의 햇살 한 줄기가 더 소중하다는 선언이었다. 그는 인간이 외부의 조건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신적인 경지에 다다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심지어 유일한 소유물이었던 바가지조차, 손으로 물을 떠 마시는 어린아이를 보고는 "아이가 나보다 더 지혜롭구나"라며 던져버렸다고 전해진다. 가히 미니멀리스트의 끝판왕이라고 불릴 만하다.


불교에서 말하는 비움의 지혜

불교에서도 이와 비슷한 맥락의 가르침을 찾을 수 있다. 부처님은 인생의 고통(苦)이 생기는 근본 원인을 '집착'에서 찾았다. 불교의 핵심 교리 중 하나인 '소욕지족(少欲知足)'은 "욕심을 적게 하고 가진 것에 만족하라."는 뜻이다.

불교에서는 우리가 느끼는 모든 번뇌가 '내 것'이라고 고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영원한 것은 없는데, 인간은 늘 착각한다. 내가 소유하고 있는 것들이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이 집착을 낳고, 그것이 변하거나 사라질 때 우리는 불행해진다. 따라서 비운다는 것은 단순히 물건을 없애는 행위가 아니라, 나를 옥죄고 있던 집착의 끈을 놓아버리는 정신적 수행 과정이다. 꾸준히 노력해야 하는 구도의 길이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 마음을 두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우리는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현대인이 불행한 이유는 늘 '부족함'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것보다 갖지 못한 것을 바라보며 타인과 비교할 때 불행은 시작된다. 디오게네스의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는 신에게서 멀어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셈이다. 마음가짐을 고치지 않으면 불행은 사라지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당연한 이치다. 더 많이 바랄수록 우리는 더 나약한 존재가 되고, 외부 환경에 쉽게 흔들리는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미니멀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욕망과 필요를 구분하라 :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갖고 싶은 것인지를 냉정하게 질문해야 한다.

현재에 머무는 연습을 하라 : 미래의 더 큰 보상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삶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내 곁에 있는 것들의 가치를 발견하는 구도적 태도가 중요하다.

내면의 자생력을 키워라 : 외부의 물건이나 타인의 시선이 없어도 나 스스로가 온전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결국, 비움의 철학은 나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한 싸움이다. '무언가 원하는 것'을 그만 멈추라. 그 마음을 내려놓으라. 무간지옥에 떨어진 것처럼 욕심은 끝이 없을 테니. 디오게네스처럼 아주 조금만 바라는 연습을 할 때, 우리는 그제야 비로소 욕망의 노예에서 벗어나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


미니멀라이프는 '무언가를 버리는 행위'가 아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 때 역설적으로 모든 것을 얻게 되는 신비를 경험하는 것, 그것이 미니멀라이프가 우리에게 주는 궁극적인 구원이다.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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