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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Aug 21. 2021

주문진, 그 푸른 바다 4 (마지막)

2021년 8월 6일 ~2021년 8월 8일

주문진에서 서울가는 버스는 많지 않다. 

마지막 차가 오후 3시 40분이니, 넋놓고 여유부리다간 차를 놓치고 다음날 출발할 수도 있다. 

점심먹고 바로 터미널로 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더군다나 나는 미리미리 준비해서 조급하게 쫓기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 더 신경이 쓰인다.

나는 오늘 서울로 가고, 아내와 아들은 여기 남아 1주일을 더 보내고 올라올 예정이다. 부럽다. 하지만 출근을 해야 하니 어쩔 수 없다. 괜찮다. 또 오면 되지.


서울로 떠나는 날이지만, 바닷가 물놀이는 놓칠 수 없다. 어떻게 온 강원돈데. 주문진인데.

서둘러서 튜브를 챙겨들고 숙소를 나선다. 다시 그 바닷가 길을 걸어 간다. 

오늘은 더 넓은 해변으로 가본다. 

다시 체온 체크와 출입자명부를 작성하고 해변으로 들어간다. 

오늘은 하늘이 흐리고 바람이 심해, 파도가 꽤 높다. 

파도가 높으면 튜브 놀이가 더 재밌다. 튜브에 올라타 있으면 오르락 내리락 고저차가 커 캐리비안베이 파도풀 처럼 신나게 놀 수 있다. 아들을 데리고 바다로 들어가 높은 파도를 즐긴다. '해수욕장' 에 놀러 온 기분이 팍팍 들어서 좋다. 

어제는 맑아서 햇살이 따뜻해 좋았고, 오늘은 흐려서 파도가 높아 즐겁다. 

좋은 면을 보면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런 당연하지만, 깨닫기 어려운 행복의 방정식을 아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그래서, 언제든 평온하고 만족스런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파도를 타고, 모래성을 쌓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 비가 후두둑 쏟아진다. 이제 철수할 시간. 포기하고 떠날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한다. 조금 버텨볼까? 그럼 비가 잦아들까? 우리는 철수하기로 결정한다. 나는 오늘 서울로 떠나야하기에 시간이 애매하기도 하다. 점심도 먹어야 하고. 짐을 정리해서 숙소로 돌아온다.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폭우가 쏟아진다. 철수하길 잘했구나.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씻고 정리하고, 점심을 간단히 먹고 쉬었다. 나는 짐을 정리하고, 출발 준비를 한다. 아쉽지만 또 오면 되지. 그러면 된다. 택시를 부른다.(낮에는 택시가 잘 잡힌다.) 아내와 아들에게 인사를 하고 숙소를 나선다. 

서울에서 봅시다. 


터미널에서 서울행 버스를 탄다. 

(다행히 오늘은 버스가 미리 와서 대기하고 있었다.) 사람이 제법 많다. 휴가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는 사람들. 섭섭하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한 복잡한 감정이 섞인 묘한 표정들이다. 나 또한 저렇겠군. 

휴가지에서 현실로 돌아간다는 건 그렇게 알 수 없는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또 오면 되니까. 서운해 할 것도 없고, 아쉬울 것도 없다. 

좋은 기억을 남기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게 또 당분간 우리 삶을 움직이는 동력이 된다. 그렇게 우리 인생의 책은 한장 한장 채워진다. 


서울로 가는 버스는, 

승객들의 아쉬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저마다의 추억이 담긴 캐리어와 백팩을 가득 실은 채 열심히 고속도로를 달린다.

이렇게 나의 주문진 여행은 마무리 된다.


주문진 3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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