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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Nov 08. 2016

어떤 날

 오후에 한번 산책을 한다. 너무 오래 앉아있으면 건강에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걱정때문이기도 하고, 답답한 사무실에서 숨이 막힐것 같은 기분이 들어 한번씩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하지만 서울 공기는 신선함과는 거리가 멀다) 코스는 늘 같다. 회사빌딩 앞을 나서서 서울시청 을 지나 길을 건너 덕수궁 대한문을 지나서 돌아온다. 천천히 급하지 않게 걸으면 10분에서 15분 가량 걸리는 것 같다.

 다른 날들과 마찬가지로 걷던 며칠전 오후였다, 시청광장을 지나 길을 건너는 큰 횡단보도 방향으로 걷는데, 앞쪽에 어떤 아주머니가 걸어오고 계셨다. 물론 그 분만 보인건 아니었다. 내쪽으로 걸어오는 사람들은 남자,여자,노인 다양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아주머니만 눈에 들어왔다. 뭐지? 하고 좀 더 자세히봤는데, 울고계셨다. 무엇이 슬픈지 소리는 내지 않고 눈물을 뚝뚝흘리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연신 닦아내며 걷고 계셨다. 아무래도 지하철 역쪽으로 걷는 듯 했다. 나이는 50대 중반쯤의 누구나 알고있는 파마머리를 하신, 평범한 분이셨다. 편해보이는 복장을 하고(등산복 같은건 아니었다.) 오래된 핸드백을 들고, 빨간 손수건(자세히 보니, 지도가 그려진 등산용 수건이었다.)으로 연신 눈물을 훔치며 내 옆을 빠르지도,느리지도 않은 걸음으로 지나가셨다. 불과 5초? 내가 그 분을  정면에서 마주한건 그 정도였다. 그분이 지나가고 뒤돌아서 뒷모습을 몇초간 더 바라본 후 나는 내 갈 길을 걸었다. 기분이 복잡했다. 아주머니가 내 옆을 지나가며 그 설움이 나에게 전염된 듯, 슬펐다. 일하던 직장에서 갑작스럽게 해고통보를 받고 앞으로의 고난한 생활을 걱정하며 서러운 마음에 눈물을 흘린걸까, 하나밖에 없는 아들의 일터에 찾아가 깜짝놀래켜 주려 했는데, 우연히 아들의 고된 노동현장을 멀리서 훔쳐보고 자식의 고생이 안쓰러워 눈물을 펑펑 흘리시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일까. 사연이 궁금했다.

그 날은 그런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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