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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Nov 08. 2016

달리기

 뛰는 걸 좋아한다. 원래 뛰는 걸 좋아한 건 아니었다. 중고등학교때는 체력장에서 늘 달리기가 가장 싫었고, 국민학교 운동회에서 100m 달리기 도중 어머니 앞에서 넘어졌던, 도무지 잊기 힘든 기억도 있다. 그런 내가 요새는 자주 뛴다. 아니 뛰려고 한다.

 먼저 뛰기편한 반바지와 반팔셔츠로 갈아입고, 트레드밀 위에 올라선다. 준비운동 겸 앉았다 일어섰다를 두세번 하고, 운동화 혓바닥(?) 을 바짝 당긴다.(이 부분이 불편하면 뛰면서도 자꾸 신경이 쓰인다.) 그리고, 티비를 켠다. 이 부분이 중요한데, 티비를 보면서 뛰면 그러지 않을때보다 조금 더 뛸 수 있다. 왜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티비를 보면서 '힘든걸 잊는'효과를 얻기 때문인 듯 하다. 그리고 START 버튼을 누른다. 속도계(?)가 천천히 올라가는데, 바로 '10'을 누른다. 그러면 이런저런 거추장스런 워밍업없이 바로 달릴 수 있다. 한발두발세발 뛰면 벌써 힘들다. 왜이러고있나 싶고, 그만하고 근력운동 하러 가고싶다. 그때 티비를 본다. 아무래도 멍하니 티비를 보면서 뛰면 '내가 왜 사서 고생을 하나'라는 생각은 잊을 수 있다. 15분 정도가 넘어가면 땀이 난다. 땀이 옷에서 흘러 뛰고 있는 다리로 방울방울 떨어진다. 그 기분이 좋다. 땀방울이 떨어질 정도로 뛰고있다는 안도감이 든다. 심장이 열심이 펌프질을 하며 온몸구석구석 손끝 발끝까지 피를 밀어붙이고 있는 상쾌한 기분이 든다. 혹시 달리는 내 모습이 우스꽝스럽지 않은지, 옆의 거대한 거울을 본다. 역시 우습다. 겅중겅중 뛰는게, 아프리카 어딘가에서 먹이를 찾아 뛰어다니는 힘없고 가여운 가젤같다. '나는 전설이다' 라는 영화에서 윌 스미스는 아침마다 애완견과 트레드밀을 뛰는데, 그 뛰는 모습이 너무 멋졌다. 나도 그렇게 뛰고싶다. 하지만 안될꺼야 아마. 그러나 뭐 어때. 누구하나 신경쓰지도 않는다. 저 뒤에 땀을 뻘뻘흘리며 덤벨을 들어올리는 뚱뚱한 아저씨가 흘끔흘끔 나를 비웃는것 같지만, 괜찮다. 손끝 발끝까지 온몸에 피가 힘차게 돌고있는 지금은 누구든 용서할 수 있다. 화이팅하세요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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