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이 Jun 09. 2023

100살까지 산다면 99살까지 일할 수는 없을까

저는 퇴사하기 싫어요

일정이 없는 일요일 아침은 울적하다. 시간은 많은데, 할 일은 없는 아이러니. 이럴 땐 뭐다? 쇼츠 아니면 릴스. 한창을 핸드폰을 보다가 하루 데이터 사용량이 대략 많다는 문자를 받고 날 즈음 두통도 함께 찾아온다. 그래, 이제 그만 일어날 때도 되었지.


요즘은 되려 축 쳐진 주말보다 강제 기상 할 수밖에 없는 월요일을 기다린다. 출근을 해서 뭐 대단한 일을 하는 건 아니지만, 데일리로 해야 할 일이 있고 가끔 정말 아주 가아아아끔 자기 효능감도 채우고 쾌적한 환경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업무를 보고. 급하지 않은 출근길과 살랑이는 저녁 바람에 안도하는 주중.


회사 안 다녔으면 난 진짜 무조건 은둔형 외톨이행이었을 거라 생각하니, 갑자기 돈 받고 정신과 다니는 기분이라 오히려 좋아?


이직한 지 1년. 여전히 갈피를 못 잡는 중이지만, 그래도 시간이 어느 정도 해결해 준 부분이 있는 걸까? 6월에 하기로 마음먹은 일도 생기고, 회사에서의 역할도 아주 조금씩 다양해지고 확장되고, 사람들도 조금씩이나마 익숙해지고.


가장 중요한 건, 그냥 나는 경쟁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 내가 잘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기로 한 것. 시간의 힘을 믿기로 한 것이 아닐까. (물론 쉽지는 않음)


누군가 말했다. 20대에는 많이 경험하고, 30대에는 잘하기로 결정한 것에 몰입하면 40대부터는 결과가 보인다고.


지난달까지 거의 너덜너덜해져서 몰입이고 나발이고 하루하루 살아내는 게 버거웠다면, 오늘은 정말 어제 늦게까지 급하게 장표 찍고 아침에 위클리 발표하고 점심에 외부 미팅, 오후에 먼슬리 보고, 기타 업무까지. 정말 너무 많은 일과 의사결정들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운동하고 드라마 보고 쉬다가 다시 컴퓨터를 켰다.


6월 말까지 준비하기로 한 강의 준비 타임라인 압박도 있지만, 뭐랄까 그래도 뭔가 '잘하기로 결정'한 느낌? 아직 완벽하게 딱 떨어지지는 않지만 대략의 방향성이 여기서 더 변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 그래서 그냥 주변 환경에 대응하면서 하기로 한 일을 하자. 는 결심이 섰기 때문이 아닐까?


근데 왜... 지금 강의 자료가 아니라 일기를 쓰고 있는가. 주말에는 여전히 왜 이리도 일어나기가 어려운가. 닥쳐서 하는 건 정말 내 스타일이 아닌데 말입니다. 오늘은 카피라이팅 회차 장표 별 메시지라도 잡고 자야... 지. 는 졸린 것 같기도 하고. 다 좋은데, 아무래도 걱정스러운 건 직장인의 라이프사이클이 나를 지배한다는 것. 회사에서도, 회사밖에서도 애매한 인간이 되고 있다는 것.


하지만 난 멈추는 법을 모르는 토끼니까... 그냥 하자. 한 줄이라도. 그래야 죽기 직전까지 일하지. 직장 동료의 말처럼 다르게 살려면 유능해야 해. 는 내일 합시디.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도 퇴근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