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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 Oct 21. 2023

저는 하고 싶은 게 없는데요?

진짜 없나?

삼십 대가 되니 그 빈도가 확연히 줄기는 했지만, 일상에서 가끔씩 듣게 되는 질문이 있다.


사이님은 뭘 하고 싶어요?


그 욕심 많던 10대에도, 이상을 바라던 20대에도 없었던 꿈과 장래희망. 이제 와서 답할 수 있을 리가. 내 대답은 30년째 한결같다. 잘 모르겠어요. 딱히 하고 싶은 건 없어요. 지금 필요한 걸 해야죠.


회사에서야 진심을 드러내기 머쓱하니 그렇다 쳐도 내 욕망에 가장 솔직할 수 있는 시간, 심리 상담을 받을 때에도 그렇다. '열심히 돈 벌고 모아서, 집 장만해야죠. 회사 다녀야죠. 삼십 대에 무슨 다른 생각을 해요. 그냥 먹고살려니까 해야 하죠.' 시니컬하고 회의적인 태도로 한번 더 콕 집어 말하고 나면 나조차도 힘이 주욱- 빠진다.


"지금 이 순간에는 그럴 수 있어요. 그런데, 마음이 늘 이 상태인 건 아니잖아요. 조금 희망찬 날에, 나중에 해보고 싶은 걸 미리 적어두는 건 어때요?"




이 말이 기억에 남아서 그런가, 시원한 가을바람에 마음에 여유가 좀 생겨서 그런가. 한창 바쁘게 살면서 회사에서 이것저것 하다 보니 넥스트 스텝이 점차 구체화되는 걸까. 또 한 살만큼 나에게 대해 더 알게 된 걸까. 사소하지만 하고 싶은 게 몇 가지 둥둥 떠오른다. 까먹기 전에 얼른 써놔야지.  


1. 편안한 나의 목소리 찾아보기  


약간 틱틱거린다고 해야 하나? 시비조라고 해야 하나? 힘이 빡 들어간 된소리처럼 모든 소리를 내는 말습관이 있다.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지만, 소심한 성격 대신 밝아 보이기 위한 일종의 몸집 부풀리기 같은 것이었다 생각된다.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우스꽝스러워질 때가 더 많았던 것 같긴 하지만.


이청아 배우가 유튜브에서 가르쳐 준 것처럼 자연스러운 내 목소리를 찾기 위해 나를 가리키며 '나'라고 말해보지만, 아무래도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보컬 학원을 찾아가야 하나?


2. 경쟁과 사회적 불편감을 이겨내기  


'이 세상과 타인은 내가 컨트롤할 수 없으니, 그리고 내겐 그걸 버틸 에너지도 없으니. 내가 할 수 있는 부분만 열심히 하고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도 보지 말아야지.'라는 마음으로 살아왔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은 내 삶에 자꾸 조금씩 욕심이 난다. 내 그릇이 작기는 하거니와 조금 늘어날 여지는 없으려나. 하는 마음.


회사 안에서 그런 기회가 생긴다면 제일 좋겠지만, 그러기 쉽지 않다면 회사 밖에서라도 '프리랜서'가 아니라 '작은 사업'을 운영해보고 싶다. 경쟁이 치열하다고 피해왔던 것들, 어차피 안될 것 같아서 시도하지 않았던 것들. 한번 시작하고, 견뎌보고 싶다.  


3.  섬세하게 언어를 다루기


회사에서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다룰 일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커리어 측면에서는 시장과 숫자, 서비스 관점으로 자꾸 관심이 커지지만. 여전히 사적인 영역에서는 끝까지 읽고 싶은, 다음이 궁금한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고 싶다. 찰나의 정보가 아닌 오래가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


2번과는 굉장히 상충되는 욕구일 수도 있지만 뉴스룸에서 이효리의 말처럼 가능한 것만 꿈꿀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관리와 창작, 둘 다 잘할 수도 있는 거 아니야?




그 밖에도, 너무 오그라들지 않지만 직관적인 나만의 슬로건 만들기, 너무 돈이 많이 들지 않지만 싼 티 나지 않는 나만의 패션 스타일 구축하기, 그렇게 유명하지는 않지만 수리비가 많이 들지 않는 나만의 자동차 갖기, 작업실 겸 사업적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공간 기획하고 운영하기.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에 4도 3촌 할 수 있는 공간 마련하기 등 현실에서 말이 안 될 가능성은 높지만, 그래도 남들과는 조금 다른데 그래도 또 너무 무리하지 않는 수준으로 나답게 하고 싶은 것들이 곳간에 찼다는 사실에. 괜히 마트에서 한 1년 치 장을 봐온 것처럼 든든하다.


그래서 이 것들을 언제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면 그건 또 모를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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