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바뀌는 계절(1)
한국 시간 9월 13일 목요일 오전 6시 30분
비행기 삯을 좀 아껴보겠다고 인천에서 홍콩을 거쳐 로스앤젤레스로 향하는 비행기 편을 구했다. 지도 위를 거꾸로 날아가는 것쯤은 생돈 30만 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직은 대학생 티를 한참 못 벗은 겨우 6개월 차 신입사원의 여름이었다.
언젠가 지나간 젊음이 아쉬워질지라도 다시는 그립지 않을 무더위에도 끝은 찾아왔다. 영원히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던 '8호선-분당선-330번 출근형 버스'의 환승 줄과 의지와는 상관없이 베어 나오는 판교 아저씨들의 땀냄새마저 좋아지게 만드는 가을바람. 그 좋은 계절에 나는 비행기를 탔다.
여행을 정말로 좋아하는 이들은 준비하는 과정부터 여행을 사랑한다고 하던데, 그렇다면 난 가짜로 여행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 아직 마지막 퇴근을 하지도 않았는데, 눈을 감았다 뜨면 엘에이의 태양 아래 누워 있기를 바랐다. 퇴근 시간이 다가올수록 30만 원에 10시간을 팔아넘긴 과거의 내가 미워졌다.
그래도 시간당 3만 원이면, 최저임금보단 높군. 다행이야.
라고 중얼거리며 비행기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