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바뀌는 계절 (3)
미국 시간 9월 14일 금요일 오후 2시 00분
단 두글자가 달라졌을 뿐인데 모든 것이 변했다. 나를 둘러싼 환경도, 그에 대한 나의 반응도 낯설기만 하다. 나도 몰랐던 직장인 김영아의 모습에 가끔은 우쭐해지고 왜인지 대단한 사람이 된 기분이 든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걸음마다 찌그러든다. 제프쿤스의 알루미늄 풍선토끼에 비친 관람객의 모습처럼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왜곡되고, 부풀어올랐다가 이내 시야에서 사라진다.
다시 스무살이 된 건 아닐까. 20대 초반 한땀한땀 쌓아올린 나의 정체성이 신입사원이라는 새로운 역할과 함께 빠르게 무너져내린다. 두 손에 힘을 주어 꼭 쥐고 있던 인생의 방향키를 놓쳐버린 기분. 나도 모르게 돌아가는 나의 삶을 넋 놓고 바라보다가
어,어?어!!!!
눈 깜짝할 사이 와르르르.
젠장. 어디서부터 수습해야할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벌써 포기해버리자니 그간의 노력이 생각나고. 결국 망쳐버린 시험지를 움켜쥐듯 떨어진 나의 조각들을 주섬주섬 주워 든다.
그러나 하루종일 미술관 카페에서 시간을 죽이던 여유의 조각은 사무실 책상 아래 두고 온 게 분명하다.
내가 어떻게 모은 휴가인데.
한순간도 허투로 쓸 수 없지!
생산성의 시계는 째깍째각 멈출 줄을 모른다. 한국과 해와 달이 거꾸로 뜨고 지는 나라에서도 한국 직장인의 시간은 달린다. 정말 딱 두 글자가 달라졌을 뿐인데, 뭐 이렇게 다르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