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이 Nov 04. 2018

변하지 않는 취향의 계절

모든 것이 바뀌는 계절 (4)

월트디즈니 콘서트 홀

미국 시간 9월 14일 금요일 오후 4시 00분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찾아 헤메던 시간이 길게 있었다. 남들에게는 없는 나만의 무엇이 있지 않을까 고민했다. 어떤 날은 고민을 너무 오래한 나머지 팔다리의 근육이 흐물흐물 흘러내리고 졸라맨마냥 머리만 두둥실 떠올랐다. 내 생각을 받쳐줄 척추가 있는지 확인해야했다.


시간이 흘러 탁월함은 창의력이 아니라 생산성에서 온다는 말을 믿기 시작했다. 여전히 몸보다 마음이 앞서는 날이 많지만, 희미한 기억 속에 활자로 읽었던 이야기들이 마음으로 이해되기 시작한다. 딱 스물 여섯의 나이만큼, 딱 그만큼 책 속의 세상을 이해하는 중이다.


시차적응이 되지 않아 자꾸만 감기는 몸을 일으켜 걷기 시작한다. 예전에는 잘 일으켜지지 않던 척추도 예전만큼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다는 생각을 한건지 저항없이 따라 나선다.


출근길에 듣던 익숙한 팟캐스트를 들으며 익숙하지 않은 동네의 월트디즈니 콘서트홀에 도착했다. 나무위키에서 이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월트디즈니 콘서트홀 때문에 눈이 부셔 못 살겠다고 항의를 한 적이 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그래서 반짝이는 건물 일부를 무광 소재로 바꾸었다고 했다. 딱 항의하지 않을만큼만.

그러나 위키 백과가 알려주지 않은 사실이 있다.

무광과 유광의 경계에 조용하고 볕이 잘 드는 작은 공원이 있다는 것.

모든 것이 변해가는 계절에 변하지 않는 취향이 있다. 이어폰을 끼고 걷는 낯선 길 위에서, 인터넷 속 지식이 살아나는 무광과 유광의 사이에서, 그리고 26.5도의 도심 속 작은 공원에서 나는 여전히 평화롭다. 오케스트라의 새시즌 프로필촬영이 한 창인 콘서트홀에서 괜히 또 희망차다.



매거진의 이전글 '방학'이 '휴가'가 되던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