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이 Nov 08. 2021

20대, 1억 모았더니 "이게 다라고?"

돈기부여#1 <돈의 본능> 스터디 후기

학부 시절,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을 다시 만났다. 이십대 끝자락, 우리들의 돈과 삶에 관한 이야기가 그저 말로 휘발되지 않도록 적어보는 스터디 후기


1. 책 <돈의 본능> 감상평


나는 2018년 초에 스타트업에서 커리어를 시작했기 때문에, 대기업에 공채로 들어간 친구들보다 적은 연봉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어. 돈을 모으려면 많이 벌고 안 써야 된다고 생각해서 우선은 회사 일을 열심히 했어. 몸값을 올리려고 연봉 협상 때마다 열심히 어필도 하고, 사이드 프로젝트로 소소하게 용돈벌이도 하고. 그리고 뭐 짠내 나게 아끼는 생활도... (말잇못)  


나 스스로도 나름 최선을 다했고, 운도 좋았던 덕분에 회사생활 만 4년이 거의 다 되어가는 20대 마지막 해에 처음 사회생활 시작하면서 목표했던 시드머니를 모았어. 엄청 기특하고 뿌듯할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그 사이 자산 가치도 너-무 많이 오르고, 나 혼자 아끼고 모으는 데 급급해서 시장의 흐름은 하나도 못 따라가고 있었던 거 아닌가 후회도 되더라고. 바보 같이 노동 소득에만 의존한 게 아닌가.


사실, 아예 생각을 못했던 것도 아닌데 실행을 하지 않아서 너무 많은 투자 기회를 놓쳤다는 아쉬움이 드는 거야. 근 몇 년 사이에 집값도, 주식도 많이 올랐는데 앞으로는 시장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여기저기서 이야기하니. 지금까지도 모으기만 했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 막연해졌어. 그리고 회피형 기재가 발동하면서 나는 점점 더 투자와 멀어져 가고 있었지.

다시 한번 강조하는데,
시장에 머무르는 편이
아예 투자를 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낫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지난날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었달까. 애써 요가와 힐링으로 외면하고 있었던 현실을 바라볼 용기? 라면 용기가 조금은 생긴 것 같아. 사실 저자가 내가 전혀 몰랐던 새로운 이야기를 해주었다기보다는 알고도 모르고 싶었던 내면의 나와 마주하는 데 도움이 되었어. 시장을 공부하면서 시장에 머물러야겠다. 마음을 다잡았어. 이미 늦었다고 해도 다른 옵션은 없으니.


2. 나의 현재 포트폴리오 돌아보기


헛똑똑이 마냥 공회전을 하며 투자를 썩 잘한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4년 동안 쫀쫀 따리로 해외주식, 회사채, 금 ETF, 국내 주식, 코인, 부동산 이것저것 조금씩 기웃거려봤어. 이십대는 원래 다양한 경험을 쌓는 시기가 아니겠어?


근데, 슈카 형님 말대로 투자는 심장으로 하는 거라더니. 내 작은 심장으로는 한 종목에 백만 원도 호달달 떨리더라고. (30% 수익이 나도 30만 원이라니!) 아냐 백만 원이 뭐야. 처음엔 오십만 원도. 아니 단돈 오백 원도 손꾸락이 후달거렸어. 알파벳 한 주, 아마존 한 주, 코카콜라 한 주 사보다가 에이. 몰라 그냥 일해서 벌자. 하고 또 잠깐 모르는 척하는 사이에 옆 자리 친구들은 다 돈 벌었다고 하고.

다른 사람이 욕심을 부릴 때 겁을 내고,
다른 사람들이 겁을 낼 때 욕심을 부려라.


코로나 때 전 세계 주식 바겐 세일할 때 현금 부자였던 나는 들어갈까 말까 망설이며 시간을 또 흘려보냈지. 얼마나 고민했는지 몰라. 그 때 들어갔더라면 따흐흑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  학생 때 생각만 하고 투자는 하지 않았던 코인을 이제라도 한번..? 해볼까 싶어서 중국 대장 코인들을 사모았더니 엘론 머스크 + 시진핑 콤보가 나의 투자 의지를 꺾더라고. 작은 심장으로 태어난 것을 우찌 할꼬 강제 장기투자로 간다~~~ 하면서 부동산에 갔는데 세상에... 여긴 또 왜 이렇게 불 장인 거야.


아무튼 간 보기와 빤쓰런을 오락가락하는 동안 내가 원한 느낌인지는 모르겠는데, 나름의 포트폴리오가 생겨버렸어. 의도한 건 아닌데, 올해 부동산에 투자하면서 부동산 : 주식 : 현금 및 기타의 비중이 9:1:0.5 정도가 되어버렸네.


1) 경기도 아파트 + 서울 오피스텔 분양권 90%

2) 국내 주식 10%

3) 주택청약 통장과 약간의 현금과 잊어버린 코인 5%


투자의 기본은 가치보다 쌀 때 사서, 비싸게 파는 거라는데. 나는 어째 가치와 가격의 관계를 파악하기보다는 팔랑팔랑 여기저기 기웃기웃 거린 것 같아 반성을 해본다. 꽤 비쌀 때 샀지만 더 비쌀 때 팔 수 있길. 바란다면 욕심일까. 다음엔 이번보다 잘할 수 있도록 공부하면서 투자해야지 뭐.


다시 한번 끈기와 성실함이 가장 기본이라는 것을 마음에 새기며, 앞으로는 좀 더 일희일비하지 말고 지긋하게 30대답게 투자를 해야겠다는 반성을 해봅니다. 역시 사람은 이래서 회고를 써야 하는군.


투자에서 손을 뗀다는 것은
대게 위로 상승할 기회를
 '영원히' 놓친다는 의미다.

반대로 지금 투자하는 개인들은
발생할 최악의 일이라고 해봤자
주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하는 것뿐이다.


3. 향후 3년간 투자 목표와 계획 세우기


일단 그동안은 그렇다고 치고, 앞으로 삼 년 동안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부동산을 저질렀는데, 금리는 오르고 대출은 막힌다고 하니 최악의 상황도 대응을 해야지. 현금이 필요한 상황이 올 때를 대비해서 무리하지 말고 유동성 높은 자산을 늘려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 특히, 2023년 5월, 2024년 2월에 현금이 필요할 예정이니 그때까지는 일단 허리띠를 졸라매려고.


그리고, 부동산 계약하면서 현금화했던 해외주식들을 다시 조금씩 사모아야지. 앞으로 경기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현금도 조금은 더 보유하기로 하고. 국내 주식은... 공부를 좀 해야겠다.^*^ 근데 내년부터 앞으로 주식 시장은 어떻게 되려나. 장기적으로는 우상향 한다지만, 내가 현금이 필요할 때도 플러스 수익일 수 있을까. 우선 할 수 있는 거부터 마음을 먹어본다.


시스템적 위험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래서 다각화가 필수적이다.


1) 1년에 5천만 원씩 모으기 : 잘해왔던 것은 더 잘해보기

- 나의 몸값을 계속해서 올려가기

- 신용카드 사용액 줄이기 (하나만 쓰자 하나만) : 현대카드 해지하고, 국민카드 집에 모셔두기

- 택시 타지 말기

- 12월에 약정 끝나면 알뜰폰으로 바꾸기

- 자기 계발, 투자, 운동에는 그래도 너무 아끼지 말기

- 가족, 연인, 친구에게는 그래도 베풀 수 있길


2) 달러, 해외주식 비중 높이기 : 가격이 떨어질 때 다시 들어가자 (는 들어갈 수 있는건가.. 공부를 해봐야... )

- 매달 일정 금액 해외 ETF, 달러, 우량주 적립 

- 이 부분은 공부가 좀 더 필요하다 (다음 시간에 계속)


3) 국내 주식 리밸런싱 : 마이너스 수익률 복구하기 (는 이것도 공부를 해야..)

- 이 부분은 공부가 좀 더 필요하다 (다음 시간에 계속)


4) 당장 쓸 수 있는 비상금 마련해두기 : 현금 자꾸 꺼내 쓰지 말기

- 토스 뱅크 적금이라도 들어서 현금 6개월치 정도 묶어두기


4. 가장 중요한 것. 우리는 무엇을 위해 투자를 하는가


사실 내가 이 스터디를 시작한 이유는, 친구들과 함께 돈을 좀 더 잘 벌고 모으고 불리자는 취지도 있지만 동시에 삶에서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면
재정적 자유는 아무 쓸모도 없다.

사실 어떻게 보면, 뻔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돈을 모으는 건


사랑하는 연인, 가족, 친구와 즐거운 경험을 나누고 지적, 정서적 교류를 지속하기 위해서


나 아닌 누군가를 돌볼 수 있는 경제적, 마음적, 신체적 '여유'를 갖기 위해서


어떤 목표에 도달하더라도, 계속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어떤 '일'를 찾기 위해서


삶이 조금씩 나아진다는 '긍정적 믿음'을 강화해나가기 위해서


내가 좋아하는 취미 생활을 꾸준히 할 수 있는 여유를 갖기 위해서


결국엔 돈보다 소중한 것들을 살필 여유를 갖기 위해서가 아닐까.


대체로 중요한 것은 잃고 나서 후회하기 때문에,

아무리 바쁘거나 힘들더라도 할 수 있을 때 그들과 밀도 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해야지. 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 원칙은 성공적인 투자 다음이 아니라, 투자와 꼭 병행되어야 할 것.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을 이루고도 여전히 공허할지도 모른다. 역시 언제나 그렇듯 가장 중요한 건 밸런스가 아닐까.


5. 이 책을 덮고 삶에서 무엇을 변화시키겠는가


우리 스터디원 모두 책이 책에서만 그치지 않고, 스터디가 말로서 날아가지 않고 행동으로, 다음 공부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기 때문에. action item을 나름대로 정해보았어. 난 다음 스터디까지, 세 가지를 할 거야.


1) 디센트럴랜드 코인으로 실현한 현금 다시 재투자 (사실 이건 모임 오기 전에 이미 해벌임)


2) 다음 모임 전까지 해외 ETF 알아보고 투자하기


3) 소중한 사람에게 특별한 (이미 들켜버렸지만) (정성 가득) 깜짝 선물해주기


4) 다음 책 찾기 : 퀀트투자? 해외주식? ETF? ESG? 메타버스 관련 미래 예측? 어떤 공부를 해볼까 다음 달엔!


5) 공통 숙제 : 지금 가지고 있는 주식 종목, 그리고 그 이유 적어오기.


지금까지의 나를 돌아보고, 공부를 시작할 수 있는 좋은 돈기부여가 되었던 시간. 고맙다. 다음달에 만나 친구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